보수주의자 타노스

in #kr7 years ago (edited)

타노스는 인피니티 스톤을 모두 모아서 전 우주의 인구의 절반을 죽이려고 합니다.
영화는 이 타노스가 단순한 미치광이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타노스는 나름 대로의 사상과 목적이 있는 존재 입니다.

타노스의 고향 타이탄은 자원이 고갈되고, 인구가 과밀화되면서 멸망할 위기에 처했는데, 이 때 타노스는 타이탄의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인구 중 절반을 공평하게 무작위로 제거하자는 주장을 펼칩니다.

루소 형제에 의하면 타노스의 주장을 들은 다른 타이탄들은 타노스의 의견을 무시합니다. 다른 방도를 찾지 못한 타이탄 행성은 멸망했고, 목숨을 부지한 타노스는 같은 비극을 막기 위해 우주 곳곳의 행성들을 돌아다니며 인구의 절반을 쓸어버리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그 말대로 진짜로 행성을 돌아다니면서 인구의 절반을 밀어버리는 행위를 반복하다가 인피니티 스톤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게 된 것입니다. (By 나무위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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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타노스를 보면서 인구론을 쓴 멜서스를 떠올렸습니다. 교과서에도 등장하는 멜서스의 주장은 다음 한 문장으로 요약 됩니다.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 하지만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멜서스는 기하급수적인 인구증가로 인한 세계의 붕괴를 막기 위해서 인구증가를 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인구증가를 억제하는 방법으로 기근과 질병 등으로 인한 사망과 같은 적극적 억제와 결혼을 연기하여 출산율을 감소시키는 등의 도덕적 억제의 방법을 제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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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민 작가는 이러한 멜서스의 주장이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라 하나의 유력한 철학이자 세계관이라고 말합니다.

멜서스는 대중의 빈곤을 구제하려는 모든 노력을 비판하기 위해서 "인구론"을 집필했다. 사회적 불평등과 하층민의 빈곤은 인구법칙이라는 필연적인 결과로 된다. 따라서 하층민의 고통은 그들 스스로의 책임이며 이를 개선하려는 어떠한 노력도 자연의 질서를 거역하는 것이다.

멜서스는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청결한 생활이 아니라 불결한 습관을 권해서 전염병이 찾아들도록 해야 한다. 굶어 죽는 사태를 예방하려면 전염병이 창궐하도록 해야 한다' 고 생각했다.

(청춘의 독서 / 유시민 / 웅진지식인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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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멜서스가 살았던 18세기에만 있었을까 생각해 봅니다. 유시민 작가는 부자와 권력자들이 마음 속으로 생각했지만 도덕적 비난이 두려워서 차마 말하지 못한 견해를 멜서스가 과학과 자연법칙의 옷을 입혀 논증했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멜서스를 이해하는 것이 보수를 연구하는 길이라고 주장합니다.

타노스와 멜서스는 인구의 증가로 자원이 고갈되어 모두가 멸망할 위기에 처해있으니 인위적으로 인구의 수를 줄여서라도 모두가 멸망하는 위기를 막자고 합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타노스는 신분의 고하를 막론하고 공정하게 무작위로 선정해서 인구를 줄이자고 했다면, 멜서스는 가난한 사람을 죽도록 내버려둬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점에서 멜서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은 피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버트란트 러셀은 멜서스에 대해서 운 좋게 태어난 주제에 운 없이 태어난 사람들한테 갑질 하려고 든다고 비난했을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옹호자들은 자유의 신성한 원리에 자주 호소하려고 하는데, 이것은 운 좋은 자가 운 없는 자에게 아무 걸림돌 없이 횡포를 부릴 자유를 의미한다.” (버트란트 러셀)

우리가 멜서스의 견해에 동의할 수 없다 하더라도 멜서스도 그가 속한 세계를 이해하려고 노력한 사람이란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마음 속으로 멜서스의 견해에 대해서 박수를 보내는 부자들과 권력자들이 이 사회에 존재한다는 사실도요.

머리를 식히려고 본 영화를 보며 생각이 더 복잡해 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