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늉과 커피
점심때, 아주 오랜만에 찾은 집이다.
누룽지를 끓여 한그릇에 5,000원.
걷절이와 생채 그리고 오이절임, 청포묵, 찐계란.
깔끔한 반찬에 구수한 누룽지 끓임.
이 누룽지를 먹으면 한 30여년전 함께 살던 고모가 생각난다.
어찌나 누룽지를 구수하게 잘 끓이던지.. 할아버지의 아침식사 주메뉴는 누룽지 끓임이었다.
물을 적당히 넣고 살살 끓이며 수저로 저으니 물의 양도 적당하고 그 찰기가 일품인지라 할아버지는 고모의 솜씨 늘 칭찬하셨다.
그 때를 떠올리며 누룽지를 살살 불으며 먹어본다.
될수록 천천히, 그 때 그시절을 회상하며....
영업용 누룽지의 맛은 그 옛날 고모의 누룽지 맛을 따라오질 못한다.
한꺼번에 많은 양의 누룽지에 다량의 물을 넣고 끓이니 그 찰기와 구수한 맛이 여느 가정집의 누룽지와는 질적으로 차이가 난다.
여하튼 그 때는 가마솥에 밥을 하니 누룽지를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구수한 숭늉을 맛보는 것도 밥먹고 요즘 커피 마시듯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요즘은 누룽지 숭늉을 맛보는 것은 쉽지 않다.
어찌보면 그 구수한 누룽지 끓인 숭늉이 더 맛이 좋지 않을까 싶다.
커피는 그저 무의식중에 심심하면 찾는 음료라면
숭늉은 그리움과 깊은 정으로 가득찬 맛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