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아당][맥주 이야기] 맥주의 구성요소 / 물
맥주의 스타일을 설명하려면(우리나라 맥주가 왜 맛이 없는지를 설명하려면) 맥주가 어떤 구성 요소로 구성되어 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화학과 관련된 내용을 다룰 예정이지만, 최대한 쉽게 슬기로운 생활 수준으로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맥주의 재료
맥주의 기본 재료는 몇 가지가 안됩니다. 맥아, 홉, 물 그리고 효모입니다. 와인은 하나잖아? 맥주 순수령 때 이야기를 했었죠.
맥주의 역사 (2) /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여기에 부가 재료가 있는데 부가 재료는 맥아, 홉, 물, 그리고 효모를 다룬 뒤에 다루기도 하겠습니다. 부가 재료가 나와야 드디어 여러분들이 기다리시는 버드와이저와 호가든을 다룰 수가 있습니다.
물
우선 이번 포스팅은 물에 대해서 알아보기로 합니다. 물은 맥주의 성분에서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지만 가장 티가 나지 않는 요소입니다. 하지만 나름의 중요한 역할이 있으므로 먼저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전 포스팅에서 바이에른의 양조사 요제프 구룰이 체코 플젠에 건너가 필스너 우르켈을 만들었다는 일화를 잠깐 소개했었죠.
맥주의 역사 (2) / 맥주 순수령(Reinheitsgebot)
사실은 이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회수 남쪽의 귤을 회수 북쪽에 옮겨 심으면 탱자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기후와 토양과 물에 따라서 같은 작물도 다른 곳에 심으면 다른 모양이 된다는 말이지요. 독일과 체코에서 생산되는 보리와 홉의 종류도 다르지만, 물 또한 차이가 큽니다. 물이 왜, 어떻게 다른지 한번 알아보기로 합시다.
경수와 연수
물의 종류를 설명하려면 경수(硬水, 센물, hard water)와 연수(軟水, 단물, soft water)라는 용어를 알아야 합니다.
물속에는 칼슘과 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이 들어 있습니다. 이 미네랄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수치가 경도입니다. 단위는 mg/L, 1리터에 몇 mg이 들어 있나를 보는 겁니다. 쓰기 편하게 ppm이라고도 합니다. 공기가 나쁘다, 물이 오염됐다 뭐 이런 뉴스를 볼 때 자주 나오는 단위죠?
경도가 90 ppm 이하면 연수이고, 200 이상이면 경수라고 부릅니다. 수치는 잊어도 됩니다. 미네랄이 적으면 연수, 많으면 경수.
경도는 왜 지역마다 다른가?
물의 경도는 지역마다 다릅니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그 빗물이 땅에 스며듭니다. 스며든 빗물에는 그 지역의 땅속에 포함된 미네랄이 녹아듭니다. 그 지역의 땅속에 얼마나 많은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는가, 어떤 미네랄이 함유되어 있는가에 따라 물의 경도가 달라집니다.
경수는 어떤 물?
센물이라고 보통 부릅니다. 예전에는 수돗물 대신 지하수를 많이 썼는데, 지하수에는 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미끌미끌하고, 비누나 세제가 잘 녹지 않아 빨래가 잘 되지 않던 그 물입니다.
연수는 어떤 물?
센물의 반대는 단물이지만, 무안단물 때문인지 보통은 그냥 연수라고 부릅니다. 미네랄이 적기 때문에 피부 보습에 효과적이라고 하며, 비누나 세제가 잘 녹아 빨래하기에 적합합니다.
우리나라의 물은?
연수입니다. 수돗물 기준으로 50~70 ppm 정도, 우물물 기준으로 150 ppm 정도 됩니다.
맥주에게 경수와 연수의 차이는?
경수는 홉의 맛과 향을 감추어 줍니다. 그래서 경수로 담근 맥주는 맥아의 풍미가 잘 드러납니다. 보리 음료 맥콜을 떠올리면 됩니다. 반대로 연수는 홉의 신맛과 쓴맛, 향을 북돋아줍니다. 필스너 우르켈이 쓰다는 분들이 많은데, 이건 사츠(saaz) 홉의 영향도 있겠지만, 물의 영향도 큽니다. 그래서 우리나라 물로는 스타우트나 둔켈 같은 보리향이 가득한 맥주보다는 필스너 같은 라거를 양조하기 적합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둔켈을 만들고 싶어요.
그럼 우리나라에서 어두운 색의 맥주, 둔켈을 만들고 싶으면 어떡하죠? 에비앙이나 볼빅으로 맥주를 만드시면 됩니다. 연수를 경수로 바꾸어 주면 됩니다. 어떻게 바꿀까요? 위에 힌트가 있지요. 칼슘과 마그네슘을 넣어주면 됩니다. 홈브루잉에서는 집섬(Gypsum; 석고)이나 염화칼슘을 사용합니다.
독일에서 필스너를 만들고 싶어요.
반대로, 경수를 연수로 바꿔 주려면? 칼슘과 마그네슘을 빼면 됩니다. 아니면 다른 걸로 바꿔 버리던가요. 연수기 아시죠? 연수기란 칼슘과 마그네슘을 빼거나 나트륨으로 바꾸어 연수를 만들어 주는 기계입니다. 역삼투압 필터를 가진 정수기로 정수해도 경수를 연수화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물속에 미네랄이 많으면 효모가 잘 활동합니다. 양조가 잘된다는 뜻이지요.
염소
수돗물을 맥주 양조에 사용할 경우에 고려해야 할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염소입니다.
문과생에게 염소란?
바로 염소(cl)입니다. 수돗물을 소독하기 위해서 염소가 들어갑니다. 그래서 수돗물에는 염소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요, 염소를 많이 넣는 지역의 수돗물을 맥주 양조에 그냥 사용했다가는 원하는
스타일이 아닌 다른 맥주가 완성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보통은 카본 필터가 달린 정수기를 사용해서 염소를 걸러내고 사용하거나, 생수를 구매해서 양조를 하는 홈브루어가 많습니다. 다만, 맥주는 끓여서 만들고, 염소는 끓이면 대부분 날아가기 때문에 특수한 경우가 아니면 그냥 수돗물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pH 농도(수소이온 농도)
pH는 물이 얼마나 산성인지를 나타내는 수치입니다. 학교에서 배웠죠? 복습을 해볼게요. pH는 0~14까지 수치가 있습니다.** 14에 가까워질수록 알칼리성, 0으로 갈수록 산성입니다. 7이면 중성이죠.**
물도 어느 지역의 물이냐에 따라서 PH 농도가 다릅니다. PH 농도에 따라서 맥주가 발효되는 발효도, 쓴맛의 강도, 맥주의 색도 조금씩 달라진다고 합니다. 보통 5.2pH로 맞추는데요. 만약 원하는 PH 농도가 아닐 경우에는 산도조절제 또는 pH 안정제를 넣어 산도를 맞춥니다.
물이 다르면 넣어야 하는 것들
위에 어려운 화학 이야기를 계속한 건 바로 이 내용 때문입니다.
신토불이라는 말이 있지요. 맥주의 고향은 독일입니다. 독일의 물로 만들어야 가장 독일 맥주다운 맥주를 만들 수가 있지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사실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독일 맥주를 만들려면 아래와 같은 과정이 추가로 필요합니다.
경도 조절 : 우리나라 물이 연수니까 경수로 바꾸기 위해서 염화칼슘 등을 넣어야 합니다.
염소 제거 : 활성탄 필터로 거르거나 생수를 써야 합니다.
pH 조절 : pH를 맞추기 위해 산도조절제인 인산을 넣거나, pH 안정제를 넣습니다.
미네랄 추가 : 맥아의 성질을 극대화하기 위해 염화칼슘, 홉의 풍미를 높이기 위해 황산칼슘을 넣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맥주의 뒷면을 본 적 있나요? 깨알 같이 적힌 첨가물 표시를 한번 보는 것을 오늘의 숙제로 할게요. 수입 맥주와는 다르게 첨가물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예전 OB 생산 호가든의 라벨(상) / 최근의 벨기에 직수입 호가든의 라벨(하)
바로 산도 조절제와 효모영양원(염화칼슘)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못 먹을 것을 넣은 건 아닙니다. 어쩔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고요. 소금(NaCl)도 화학물질입니다. 다만, 알고 먹는 것과 모르고 먹는 것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려 드리고 싶습니다. 이 부분까지 뭐라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정말 몸에 해로운 것은 식품 첨가물이겠지요.
대형 맥주 제조 회사의 경우에는?
집에서 맥주를 만드는 홈브루잉의 경우 경도, 산도, 염소 수치는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충 만들어도 비슷하게 나오지요. 하지만 전문적인 제조시설을 갖춘 대형 양조장의 경우는 이야기가 다릅니다. 어제 먹은 카스와 오늘 먹은 카스가 맛이 다르면 안 되겠지요? 품질의 균일성은 대형 맥주 제조 회사의 가장 중요한 덕목입니다. 그 품질이 저질이거나, 고품질 이냐 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맥주 회사는 이 균일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맥주의 균일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맥주 제조회사는 매일 물의 경도, 산도 등 각종 수치를 측정해 자신들의 기준에 맞게 물의 수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합니다. 얼마나 들어가는지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맥주에게 물이란?
대단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앞서 맥주의 90%가 물이라고 했지요. 하지만 이 수치는 최종 생산물의 비율이지요. 끓여서 만드는 맥주는 이보다 더 많은 물이 필요합니다. 20리터의 맥주를 만들 때 대략 25리터의 물이 필요합니다.
당연히 전통적으로 맥주를 만드는 시설은 깨끗한 물이 대량으로 나는 곳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은 맥주에게 있어 단순한 재료가 아니라, 맛과 스타일을 좌우하는 큰 요소입니다. 홈브루잉 단계가 중급으로 넘어가면 물을 어떻게 컨트롤하느냐가 큰 문제가 됩니다.
마치며...
맥주의 구성 요소 중, 물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화학적인 내용에 대해서 좀 어려우셨으려나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보기 힘든 내용이니까 꼭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다음번에는 보리에 대해서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맥아당의 맥주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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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아당의 시음기
- 크롬바커 필스(Krombacher Pils)
- 발슈타이너 프리미엄 베룸(Warsteiner premium verum)
- 필스너 우르켈(Pilsner Urquell)
- 시메이 골드(Doree)
- 시메이 화이트(Chimay Tripel)
- 시메이 블루(Chimay Grande Reserve)
- 바이엔슈테판 헤페 바이스비어(Weihenstephaner HEFE WEISSBIER)
- 휘슬러 베어포 허니 라거(Whistler Bear Paw Honey Lager)
- 가펠 쾰시(Gaffel Kolsch)
- 에이딩어 바이스비어(Erdinger Weissbier)
- 뒤세스 드 브루고뉴 (Duchesse de Bourgogne)
- 필스너 우르겔(Pilsner Urguell)
- 파울라너 헤페 바이스비어(PAULANER Hefe Weißbier)
- 기네스 드래프트(GUINNESS DRAUGHT)
- 크로낭부르 1664 블랑(Kronenbourg 1664 BLANC) & 오리지널
맥아당의 생각과 잡담
와 😲 맥주사랑 하는 1인으로 궁금했던 적이
있어요 특히나 요즘 수제맥주집이 많이 생기면서요 집에서도 한번 만들어 볼까 하고 재료들 알아보고 가격 알아보고 했던적이 있거든요 ~ 잘 보고 가용 앞으로도 자중와서 많이 공부 하고 갈게요^^
팔로 꾹~💕
공방이나 홈브루잉 강좌 들으시면 좋아요. 자주 뵐게요. ㅋ
저도 공방에서 처음 양조할때 마그네슘이랑 염화칼슘 넣는거 보고 신기했던 기억이나네요 ㅎㅎ 잘 읽었습니다!
염화칼슘! 가끔 제설함을 보면 퍼가요~💖 하고 싶을 때가 있었죠;;
허허...무슨 물 이야기 하나만 가지고도 이렇게 내용이 많답니까..
정신이 아찔해지네요 ㅋㅋㅋ
염소 사진 하나 아니었으면 문과생은 그만 도망쳐버렸을 겁니다 ㅎㅎ
정신 부여잡고 겨우 끝까지 읽었습니다!
이 시점에서 과연 대동강의 물은 경수일지 연수일지 궁금해지네요.
이제 시작이에요. 바짝 따라오세요. 그래도 전문 용어는 많이 자제했답니다. ㅋㅋ 대동강 맥주를 먹어보진 않았지만 연수일 것 같습니다. 아오지 맥주라도 나오면 그쪽은 좀 경수일텐데 말이죠. ㅋ
3월의 시작을 아름답게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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