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과 변화의 리더십 : 알렉산드로스 (21)

in #kr6 years ago
□ 이기는 리더, 승리하는 리더십
도전과 변화의 리더십 : 알렉산드로스 (21)


알렉산드로스 일행은 진짜 죽을 때까지 “먹고 죽자!”는 식으로 마셔댔다.

이즈음 젊은 알렉산드로스의 코끝으로 전쟁터에서도 실감하지 못한 죽음의 냄새가 심심찮게 찾아왔다. 사망의 주역들이 오랜 동료나 충직한 신하들이었던 까닭에 죽음이 더 이상은 남의 일처럼 여겨지지 않았다. 이를테면 오랫동안 속병을 앓아온 칼라노스는 장례용 장작더미에 말을 타고 올라간 다음 나뭇단에 불을 붙이게 해 이승과 작별하였다. 혓바닥을 날름대는 뜨거운 화염 위에 태연히 누운 칼라노스는 왕을 향해 바빌론에서 다시 만나자는 의미심장한 말을 남겼다.

알렉산드로스는 칼라노스의 장례식을 지켜보고 마음이 착잡해졌다. 그는 기분전환을 목적으로 친구들과 장군들을 소집해 물로 희석하지 않은 독한 포도주 먹기 시합을 벌였다. 한국인들이 술자리에서 농담 삼아 말하는 “먹고 죽자!”는 건배사가 이들에게는 실제 현실이 되었다. 건장한 군인들이 주축을 이룬 참석자들 가운데 무려 41명이나 폭음의 후유증으로 곧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알렉산드로스의 광폭행보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수사에서 동료들을 페르시아 여인들과 단체로 맺어주었다. 이 대대적인 합동결혼식에서 알렉산드로스도 신랑의 한 사람이었다. 그는 다리우스의 딸 스타테이라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결혼식 피로연에는 9천 명의 하객이 참석했는데 새신랑 겸 혼주 역할을 맡고 있던 왕은 피로연의 참석자들 모두에게 황금술잔을 하사해 술자리의 분위기를 돋웠다.

한편 알렉산드로스가 특별히 선발해 공들여 훈련시킨 3만 명의 페르시아 미소년들은 어느새 듬직하고 잘생긴 어엿한 청년들로 성장해 있었다. 이들이 내뿜는 압도적인 젊은 활력과 비할 데 없이 민첩한 몸놀림은 왕의 시선과 관심을 점점 더 끌었고, 그와 반비례해 마케도니아의 노병들은 차츰차츰 찬밥 신세가 되어갔다.

입지도, 사기도 위축된 마케도니아 노병들이 푸대접에 항의하는 단체행동을 전개하자 알렉산드로스는 오히려 화를 냈다. 하지만 왕의 다혈질적 성격을 잘 아는 노병들은 이내 몽니를 접고 자비와 용서를 구했다. 노병들의 애처로운 하소연에 노기가 풀린 알렉산드로스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이들과 화해했다. 왕은 그와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해온 고참병들의 공로를 치하하고는 두둑한 퇴직금을 주고서 고향으로 돌려보냈다.

노병들이 귀향길에 나선 후 알렉산드로스는 성대한 축제를 재개했다.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담당한 연예인들만 3천 명이 모여든 엄청난 규모의 대축제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왕과는 죽마고우라고 할 수 있는 헤파이스티온이 열병에 걸렸다. 무절제한 생활이 가져온 필연적 후유증이었다. 의사가 처방한 식이요법을 무시하고 삶은 닭을 안주로 삼아 포도주를 한 통 들이마신 만용이 그의 명을 치명적으로 재촉했다. 환자의 용태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며칠 지나지 않아 헤파이스티온은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