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와의 연애 마지막] 결혼
안녕하세요 뉴비 @mayhjj 입니다.
지난번 이야기에 뒤이어 다시 적어보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연애시절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써 느낄 수 있는 벅찬 감정에 결혼을 결심했습니다. 누가 날 좋아해 봤자 귀찮을 뿐인데, 사랑을 함으로써 세상이 아름답게 변화하는 것 을 보았습니다. 여자는 자길 사랑해주는 사람과 결혼해야 한다는데 저는 절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는 게 아닌, 제가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해야 할 타입이었습니다.
그렇게 세상에 남자친구와 평생 함께할 부부의 연을 맺겠다고 공표하는 '결혼'을 결심했지만, 결혼식을 앞두고 메시지 블루가 왔습니다.
제 선택에 불안해졌습니다.
()
결혼을 결심하고 나서 남자친구는 저와 다르게, 새롭게 주어질 남편이라는 '역할'에 무척 기대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막상 나중에 알고 보니 결혼 직전까지 제가 도망갈까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지만...)
저는 혹여 이 남자는 날 사랑해서가 아니라 여자친구, 아내로서의 역할에 적절한 사람이 나라서 결혼을 하는 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돌이켜보면 정말 말도 안 되는... ᄏᄏᄏ 절 너무 높게 평가했습니다.)
평생을 옆에 함께 할 텐데 이렇게나 서로 다르고! 무딘 남자와 결혼해도 괜찮을까? 란 고민들...
번번이 제가 말하는 것도 잘 못 알아듣고, 대화의 합일도 이루어지지 않는데, 이 사람이 과연 저를 위해 딱 맞춰둔, 나만을 위한 그런 사람이 맞을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끔 제 눈에 보이는 남편에 대한 이미지)
하지만 남편의 무던한 페이스에 맞추다 보니 예민하고 감수성 뿜뿜하던 저도 평정심을 찾기가 쉬웠고, 평화롭고 온화한 일상으로 살아갈 수 있었습니다. 남편으로 인한 스트레스는 분명 있었지만, 제 삶의 전체적인 스트레스도는 확실히 내려갔습니다.
제가 힘들어할 때마다 남편은 당황해하면서도, 본인만의 방법으로 절 위로하기 위해 열심이었습니다.
제 감정을 다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제 기준 말 같지도 않은 위로의 말들이었지만), 그래도 제가 행복하길 바랐습니다.
오히려 저와 다른 감정적이지 않은 모습이, 한결같이 제 옆에 그 모습 그대로 있어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남자친구에게 문과의 화려한 언변은 없을지라도, 어느 순간 남편의 안드로이드 같은 삶의 모습에서 저만 특별한 예외가 될 수 있구나 확신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16년 5월,
저는 개발자의 아내가 되었습니다.
제 우려와 다르게 그는 결혼한 이후 장모님에게 엄청 사랑받는 박서방이 되었고 5년 동안 제가 입력해둔 지문에 착실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남편은 친구는 많지만 사교적인 성향은 아닌데 자기 친구 모임보다도 제 친구 모임에는 꼭 참여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친구, 가족을 만나는 것도 언제나 환영합니다. 제가 행복해하는 게 보기 좋아서. 나중에 자기 친구들 집들이는 안 해도 제 친구를 부른 집들이는 기대가 되고 좋답니다. 그것도 제가 행복해하는 게 보기 좋아서, 아마도 연애 초의 그는 저를 행복하게 하는 방법을 몰랐고 이제는 압니다.
아직도 저에게 사랑은 숭고한 형태로 남기고픈 것이고, 남편은 최대한 맞춰주려고 합니다.
전 여전히 로맨스 중독자이고, 남편은 저와 뱀파이어 사랑 이야기도 함께 잘 봐주며(다만 '나를 찾아줘'나 '미스터 앤 미스터 스미스' 같은 종류의 사랑은 고개를 절레절레합니다.) 이상화된 사랑에 빠져 제가 열광할 때면, 남편은 제 발을 잡고 현실로 내려보내줍니다. 여기가 제가 있을 곳이라며 '난 판타지 소설의 남주는 못 되지만, 서툴고 표현은 어렵지만, 항상 네 옆에 있어줄게'라고.
남편과 저는 우리에게 맞는 형태의 사랑을 찾아 함께 고민하고 나눕니다. 낭만적이고 반짝이는 환상보다 우리의 삶 속에서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뒤늦게 알게 된 것은 남편은 무취향의 욕망이란 게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누구보다 큰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다만 저와 지향점과 사고방식이 달랐을 뿐.
결혼 전부터 연애상담을 꾸준히 해주던 친구가 최근에 한 애기는, 저처럼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에게는 제 남편 같은 사람이 딱이라고 합니다^^; 둘 다 감수성이 넘치면 현생이 위험 했을 수 있다며... 아마 둘 다 커리어 포기하고 세계여행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데.
(이미 신혼 때 남편에게 모든 걸 내려놓고 세계여행을 떠나자고 했다가 정년퇴직 후 가기로 약속했던 터라 깜짝 놀랐습니다. 또한 이 자리에서 남편은 정년퇴직 후 라도 함께 하기로 약속했단 것에서 좋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아직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다 이해하지 못하고, 저와 함께하는 운행수단 여행 중(저는 운행수단 덕후기질이 있습니다.) 태국의 17시간 기차여행은 최악이었다며 저의 여행 스케줄은 너무 하드하다고 투덜 거리기도 하지만 제가 기차를 타고 싶다고 하면 또다시 묵묵히 옆에 앉아 같이 가줍니다.
남편이 정한 우리 집의 가훈은 '충실하자'인데 남편은 정말 저에게 충실한 삶을 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편에게 길들여진 건 저라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서로에게 길들여져 세상에 하나뿐인 특별한 사람이 되어 결혼생활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어린왕자와 장미처럼.
그래도 연애시절에 돌아간다면 글쎄... 미래를 알 수 없으니 또 박 터지게 고민하며 이 남자는 왜 이러는 걸까 갈등하며 번민할지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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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이요! 그동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1편부터 정독했네요. ㅎㅎ 정말 재미있는 남편분이시네요 ㅎㅎ 그래도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멋진 결혼하셔서 다행입니다^^ 앞으로 꾸준히 행복하시길 바래요!
개발자란 너무 재미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저두 저와 너무나 다른 사람과 결혼했거든요. 저는 청승맞이 음악하고 있던 20대 중반이었고, 지금의 와이프는 30대의 멋진 커리어 우먼이었어요. 저희도 연애사를 쓰게 되면 참 다양하게 나올것 같네요. 언젠간 저도 한 번 써보면 재밌겠어요 ㅎㅎ
우와 멋진 스토리가 나올 것 같아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_^!!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특히 2편ㅋㅋㅋ
저에게 잊을 수 없는 기억이었죠...* 재미있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