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나를 찾아서 - 후쿠오카, 유후인 #1
언제부턴가 재야의 종이 울리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한다는 것에 대한 감흥이 사라졌다. 올해가 2017년인지 2018년인지 아직도 헷갈리는데 벌써 6월이다. 이상하게 작년부터 올해까지 개인적으로 일이 참 많았는데 분명 하룻밤 사이였는데 굉장히 스펙타클한 긴 꿈을 꾼 기분이라면 설명이 될까?
그러다 1년 전의 나는 뭘 했었나 보니 1년 전 이맘때의 나는 일본에 있었다.
처음 간 일본, 일정 전부를 홀로한 첫 여행
작년에 모르는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는데 도시가스 검침원이라 하셨다. 이 집에 계량기가 고장난거 같은데 나중에 한꺼번에 나오면 비용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 계량기를 교체해야 할것 같다고 하신다. 무슨 말인지 잠깐 이해를 못했는데 우리집이 사람은 사는것 같은데 3개월째 검침 숫자가 똑같아서 고장이라고 생각하신 거다. 상황을 파악하고 혼자 잠시 웃었다. 아니라고 제가 요새 너무 바빠서 집에서 아무것도 안하다보니 계량기가 그대로인거라고 고장난거 아니니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했다. 말해놓고 보니 씁쓸하다. 내가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이러고 일을 하나...
이미 다른 곳에서 이직 제안을 받고 고민하고 있었다. 고생했으니 쉬어야지... 그 달 말 퇴사를 할 요량이었지만 기다리기 싫었다. 그럼 7월이 되고 너무 덥고 복잡하다. 여름 휴가 당겨 쓴다하고 미리 다녀오자. 그렇게 떠난게 후쿠오카였다. 비행기랑 숙소만 예약하고 아무 계획없이 갔다. 전날까지 근무하느라 짐도 전남 밤에 대충 싸서 출발!!
하카타역
후쿠오카에 도착하니 오후 1시 반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까지 휴식은 없다. 숙소를 잡아놓은 하카다 역까지 이동, 트렁크를 끌고 숙소로 간다. 처음 가보는 낯선 나라인데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이다. 음...을지로를 트렁크 끌고 돌아다니면 이런 느낌일것 같다.(이 기분은 앞으로도 여러번 느끼게 된다) 구글지도와 길을 번갈아 보며 걷다보니 호텔 도착, 체크인을 하고 짐을 풀었다.
전날도 잠을 잘 못자고 아침부터 움직였더니 피곤하고 기운이 없다. 그러고보니 아침부터 그 시간까지 굶고 다녔다. 어쩐지 기분이 별로더라니....잠깐 누웠던 몸을 벌떡 일으켜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나갔다. 이틀 후 유후인을 가야해서 기차표도 사야했다. 다시 하카타역으로 가서 일본에서의 첫 끼를 뭘 먹을지 두리번거렸다. 하카타역에는 백화점과 기차역, 쇼핑몰이 다 들어서 있어서 엄청 넓고 복잡하다. 지하에 있는 식당가를 돌아다니다 철판에 무언가를 볶아주는데 냄새가 좋다.
음...저거야...
들어가자마자 맥주 먼저 한잔
곧이어 나온 식사. 후쿠오카가 곱창으로 만든 음식이 유명하다고...곱창에 소고기 혹은 돼지고기와 숙주 등을 겯들여 볶은 음식이다. 밥과 미소국을 주는데 먹느라 사진에는 없다. 너무 맛있어서 맥주 한잔 더!!
피곤한데 종일 굶고 돌아다니다가 빈속에 맥주와 곱창볶음이 들어가니 알딸딸하니 팔다리가 흐느적거린다.ㅋㅋ 신나게 먹고 계산을 한 후에 유후인으로 가는 기차표를 사러 올라갔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는 관심이 없는 부분에 있어서는 옆에서 뭐라해도 잘 듣지를 않는다. 일본도 마찬가지인데 일본으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도 칭찬 일색이고 주변에 일본어를 관심있게 공부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며, 심지어 친언니는 일본에서 8년을 생활하고 일본어 강사일을 하고 있음에도 나는 일본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무슨 요상한 고집인지 나도 알 수가 없다. 말이 길었는데 결론은 나는 일본에 대한 지식도 전무하고 히라가나도 모른다는 말씀. 차라리 한자면 익숙하겠지만 일본어는 정말 뭔말인지 하나도 모른다. (나중에도 이로 인한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는데 그건 그때가서 또 밝히도록 하고...)
지금도 어떻게 내가 기차표를 샀는지 잘 모르겠다. 날짜와 목적지를 말하고 판매하는 아가씨는 시간을 써서 알려주고 나는 그중에 하나를 손짓을 해서 고르고....시간이 애매해서 다른 시간대는 없는지 다시 묻고 적당해 보이는 표를 구입했다. 성수기에는 유명하다는 유후인 노모리 표를 구입하기 어렵다는데 내가 갔을때는 비수기였음에도 가는 표는 일반 열차로 사야했다.
힘들게 구입한 기차표. 심지어 가는 표는 자유석이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이 사진을 본 지인이 설명을 해주어 알았다.
해야할 일은 끝났다. 잘 곳과 그곳에 갈 표를 구입했으니 나는 이제 맘대로 놀다가 시간 맞춰 가기만 하면 된다.
사실 처음 기차역 들어선 순간부터 뭔가 굉장히 달달하고 버터향 가득한 좋은 냄새가 났는데 밥을 먼저 먹으려고 애써 외면했다. 그곳은 크로아상을 파는 곳이었는데 이제 밥도 먹고 기차표도 샀겠다, 슬슬 가서 줄을 선다. 유명한 집인지 사람이 엄청 많다. 내 차례가 되어 종류와 갯수를 말하면 무게를 달아 금액을 알려준다.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 가볍게 대여섯개를 담았는데 역시 사람이 많은건 이유가 있다. 그 크로아상은 먹느라 정신 없어서 사진 한장이 없다. 빵을 우걱우걱 먹으며 영혼의 단짝 커피집을 찾는다. 멀리 가기도 귀찮다. 역사 안에서 카페를 찾아 들어간다.
느긋하게 앉아 사람 구경하며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잔
사실 일을 안해도 되는 곳에서 고기와 알콜과 탄수화물과 카페인을 모두 섭취한 나는 더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내 마음은 아주 평화롭고 자애로웠다. 심지어 내 손에는 먹고 남은 크로아상 봉투까지 있었으니 실실 웃으며 팔다리를 흐느적거리며 종이 봉투를 한손에 꼭 쥐고 다니는 내가 다른 사람들은 좀 무서웠을 수도 있겠다.
그냥 들어가기 섭섭해 지하상가를 좀 구경하니 만사가 귀찮아진다.
이젠 쉬어야할 때....숙소로 돌아가기로 한다.
사실 1년 전이라 기억도 잘 안나고 크게 한 일이 없어서 사진에 간단한 설명만 하려고 했는데 막상 사진을 꺼내기 시작하니 기억이 줄을 잇는다. 이래서 사진을 찍나보다. 생각나는대로 적다보니 1년 전이 아니라 지난 달 같다.
여행을 떠나는 느낌이 잘 표현되어 있네요 ^^
하카타역 반갑네요 ㅎㅎ 그 크로아상 엄청 유명한 크로아상입니다. 매우 맛있죠 ㅋ
출발이 반인데 출발을 잘 했으니, 이후로 여행이 즐거울 것 같습니다.
연재 기다릴께요. ㅎ
응원 감사해요. 다음 여행기에서도 적겠지만 사실 맛있는 음식 많이 먹었는데 돌아와서까지 내내 생각나는건 크로아상이더라구요. 기회되면 꼭 다시가서 왕창 먹고 오려구요.^^
Passing by and Upvoted you :) !
:
“To evade insanity and depression, we unconsciously limit the number of people toward whom we are sincerely sympathetic.” ====> Mokokoma Mokhonoana
계획없이 훌쩍~ 너무 멋지신 것 같습니다.
가끔 여행을 그렇게 떠나고 싶어져요.ㅎㅎ
마음 가는대로 편하게 여행하시는 듯....
저도 편하게 읽었습니다.
어차피 열심히 세워도 계획대로 하지 못할걸 잘 아는지라 이제는 아예 안 세우는 쪽으로....쿨럭...ㅋㅋ
저도 처음엔 좀 겁났는데 준비없이 몇번 다니다 보니 어디가나 사람 사는 곳 다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없어지더라구요. 장점도 많으니 scv님도 기회되신다면 멀지않은 곳부터 시도해보세요.^^
도시가스 사건에서 잠시 피식 했네요 ㅋㅋㅋ 후쿠오카 오랜만이네요. 오사카에서 이치란라멘 처음 먹어보고 반해서 바로 후쿠오카 본점에 가야겠다고 비행기끊고 갔던 1인- ㅋㅋㅋ 유후인 여행기도 기대할게요!
네 저도 도시가스 전화받고 당황했었어요. 집에가서 잠만 자고 나오다보니...
저 후쿠오카에서 같은집 라면을 두번 먹었는데 이름도 까맣게 잊고 있다가 조든님 댓글보고 제가 먹은 라면이 어디 라면인지 찾아봤어요. 저는 잇푸도 라면 먹고왔네요. ㅋㅋㅋ 이치란 라면도 먹어보는건데...다음에 가면 잊지않고 꼭 먹어봐야겠어요!! 답글 감사합니다~^^
에비스 생맥주 맛있죠?+_+
유후인노모리는 최소 2~3일전에 예약하지 않으면 힘들어요.ㅠ
생맥주 맛있어요!!!ㅜㅜ 끼니마다 밥처럼 빼먹지 않고 맥주와 함께 했습니다.ㅋㅋ
다행히 올 때 표는 있어서 하카타로 다시 올 때는 유후인 노 모리를 이용했는데 열차 구경하는 자체만으로 꽤 재미있더라구요.
sinner님 kr-travel 태그 이벤트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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