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강의(1)]조조를 어떻게 볼 것인가?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1.삼국지를 평론하겠다!

이 책은 삼국지를 평론하는(??) 책이다.

삼국지의 전반적인 내용을 다루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삼국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읽었을 때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많은 책이다. 

무엇보다 소설 삼국연의와 다른 시각으로 삼국지를 보기 때문에 소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나름대로 신선함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2권으로 나누어져 있지만, 작가 이중텐이 하고 싶은 말은 서문에 집중되어 있다.


우선 "중국에서 삼국지가 어떻게 받아들여지고 있는가?"에 대해 분석한다.

이중텐은 중국 사람들이 3가지 방식으로 삼국지를 이해한다고 말한다.

1>역사로서의 삼국지

2>문학으로서의 삼국지

3>민간에 전해내려오는 삼국지

이중텐은 문학으로서의 삼국지(삼국연의) 영향력이 역사로서의 삼국지(정사 삼국지)를 압도한다고 주장한다. 

뭐..이건 주장이라기보단 사실에 가깝다.

그런데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소설 삼국연의가 재미있기 때문이다.

소설의 특성상 허구를 마음껏 넣을 수 있다.

또한 꼭 사실만을 언급할 필요도 없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사건을 개연성있게만 조합하면 되기 때문에 극적인 서사구조를 완성하기도 쉽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왜곡이 많지 않다면 민간에서는 당연히 소설 삼국연의가 받아들이기도 편할 것이다.

문제는 삼국연의가 마치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받아들여지는 부분이다.


물론 정사 삼국지도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편향성이 존재한다.

하지만 삼국연의의 허구와 왜곡에 비한다면, 이정도는 애교라고 이중텐은 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은 군사와 정치 관련해서 신에 근접한 인물로 묘사된다.

이중텐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면 다음과 같다.



초한지로 표현하면, 제갈량은 사실 소하처럼 걸출한 정치가이자 외교가이다.

하지만 삼국연의에서 제갈량은 소하(정치),한신(군사),장량(계략)을 합쳐놓은 인물처럼 느껴진다.


그냥 간단하게 만능이라는 얘기다.

그런데 이건 삼국연의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대부분 이중텐의 의견에 동의할 수밖에 없다.

나관중이 제갈량을 신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제갈량을 신으로 만드는 과정에서 누군가는 반드시 피해를 보게 된다는 점이다.

이중텐이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은 바로 '주유'다.

삼국연의나 중국드라마 삼국지에서 주유를 보고 있으면, 안타까움을 넘어 안쓰러움마저 들게 된다.

소설이나 드라마에서 주유는 항상 제갈량의 지략에 미치지 못하고 당하는 역할로 나온다.

마치 아마데우스를 질투하는 살리에르처럼 주유는 항상 2인자로 1인자 제갈량을 질투하는 못난 사람으로 묘사된다.



"그런데 과연 그게 사실이었을까?"

이중텐은 이 질문을 현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하고 있다.

드라이하게(??) 주유의 상황을 살펴보자.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것처럼 주유는 당대 최고의 미녀 '소교'와 결혼했다. 

게다가 20~30대에 이미 대도독의 지위를 확보한 훌륭한 장수였다.

이중텐의 표현을 빌린다면, "일과 사랑을 모두 얻은 인생의 승리자"라고해도 맞는 말이다.

이런 주유가 과연 소설이나 드라마에서처럼 찌질한 모습만 보였을까?

이중텐이 삼국연의에 딴지건다고 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건 딴지라기 보단 '합리적인 의심'라고 보는 게 타당할 것 같다.


실제로 여러 편견을 걷어내면, 주유는 강동을 삼국지의 주인공으로 격상시킨 1등공신이다.

게다가 외모도 출중했고, 풍류를 아는 남자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진정한 만능형 인재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중텐이 굳이 서문 50페이지나 할애하면서 이런 주장을 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조조를 다시 보자!"

나는 이중텐이 이말을 하고 싶었다고 본다.

물론 최근 민간에서도 조조를 보는 시각과 관점이 제법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여전히 삼국지 관련 컨텐츠에서 조조의 모습은 역사적 사실과 다르게 왜곡되어 있다.

결국 이중텐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 거다.

"조조는 정말 부정적으로 묘사될 수밖에 없는 인물인가?"



2.조조는 어떤 사람일까?

 

이중텐이 조조를 표현하는 한구절은 다음과 같다.

"사랑스러운 간웅"

그렇다.

이중텐은 명백하게 조조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여 이중텐이 맹목적으로 조조를 옹호하고 있진 않다.

이중텐이 조조의 잔혹성이나 비도덕적인 부분을 숨기거나 합리화하지 않는다.

다만 조조가 약점보다는 장점이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할 뿐이다.

또한 약점으로 지적된 부분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로 소설 삼국연의의 허구와 나관중의 의도를 밝히는 부분도 꽤나 많다.

이 책은 전반적으로 삼국연의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중텐이 "정사 삼국지만 진리다!" 이렇게 생각하는 것도 아니다.

다양한 과거 서적과 주석을 통해 분석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중간 중간에 자신의 의견을 넣을 때도 반드시 증거나 근거를 포함시킨다.


물론 그의 주장이 모두 맞다고 판단할 순 없다.

하지만 기존의 관점과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이중텐이 생각한 조조의 장점은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1>자신의 욕망에 솔직하다.

조조는 자신의 욕망이 무엇인지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래서 타인의 욕망을 판단하는 감각도 매우 뛰어나다. 

첫번째 장점은 두번째 장점과도 연결된다.

2>능력/실력이 뛰어나다.

당시 기준, 능력을 판단하는 잣대는 병법이었을 것이다.

조조는 타인의 욕망과 심리를 잘 판단했기 때문에 역습과 독특한 방법으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또한 능력우선주의,실력우선주의가 조조의 가치관이었기 때문에 훌륭한 인재를 많이 얻을 수 있었다.

3>인재를 제대로 활용할 줄 알았다.

삼국연의를 보고있으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훌륭한 인재는 촉에 몰려있는 것 같은데, 도대체 왜 매번 지는 걸까?

삼국연의는 조조와 조조 주변 인재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다.

조조를 부정적으로 묘사하듯, 조조 주변 인재들도 그렇게 다루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 조조 주변에는 항상 최고의 인재들이 모여있었다.

이중텐은 그렇게 최고의 인재가 모여들고 패권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조조의 용인술의 영향이었다고 주장한다.

조조 진영에서 순욱이나 가후가 얼마나 대단한 인재인지를 새롭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3.라이벌과는 다른 클래스(??)


관도대전까지 조조와 그의 라이벌에 대한 이야기도 포함되어 있다.

'동탁,원술,원소와 조조는 어떻게 달랐는가?'에 대해 조조를 변명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살짝 들었다.

아마도 내가 그런 느낌을 받았던 이유는 소설과 드라마에 나온 조조의 모습이 각인되어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은 조조가 천자를 끼고 전횡을 부린 것처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뭐..나도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비슷한 수준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

하지만 그의 라이벌들이 황제를 다루는 방식과 비교해보면, 조조는 적어도 초반에는 한나라 황실을 유지하고자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이후 조조의 행보는 최초의 마음가짐과 달라진 부분이 확인된다.

하지만 동탁이 황제를 폐위했다.

원소는 또 한명의 황제를 세우려 했다.

원술은 아예 자신이 황제를 칭하기까지 했다.

라이벌들이 이런 행보를 보이는 동안 조조는 천자와 함께 국가통일을 원했다.

물론 그의 마음가짐은 점점 변질되어갔다.

하지만 조조가 황제를 다루는 방식이 라이벌들과 달랐다는 부분은 인정해줄 수 있다.

삼국연의는 거의 맹목적으로 황제 관련된 부분을 '조조의 불충'으로 묘사하고 있다는 점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뭐..누군가 절대악이 되면, 더욱 극적이고 재미있는 서사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편리한 점이 있긴 하다.

어쩌면 나관중이 그걸 노렸을지도 모르겠다.



삼국지강의는 전체 2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1권의 1부는 관도대전까지의 조조의 행보를 다룬다.

2부는 적벽대전까지의 손권과 유비를 다룬다.

최근 조조의 인재활용에 대한 교양 강의가 별도로 있을 정도로 조조에 대한 편견이 많이 개선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소설이나 드라마에서는 악역 역할이다.

사실 손권이나 유비를 절대선이라 말할 수도 없는 거 아닌가?

만약 삼국연의의 허구를 거둬낸 조조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삼국지강의 1권 1부가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


**minsky 블로그 책 관련 포스팅

"[책-사피엔스(4)]누구의 관점으로 역사를 바라볼 것인가?"

"[책-사피엔스(3)]모순은 문화와 질서를 변화시킨다."

"[책-사피엔스(2)]역사상 최대의 사기, 그리고 덫"

"[책-사피엔스(1)]'모르겠다'는 말을 당당하게 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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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즈아~!!

고등학교 수업 재미없어 삼국지 10권 그때 다 읽었었는데 한번 더 읽어보고 싶네요.

삼국지는 언제봐도 재미있죠.
읽을때마다 느낌이 달라서 더욱 좋습니다.
고등학교때 대학교때 사회나와서 나의 상황마다 달라서 좋아요
댓글과 관심 감사드립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오....삼국지 엄청 좋아했었는데 ^^ㅋㅋ
처음엔 유비를 엄청 좋아했다가...
조금씩 머리가 크면서 시각이 변하긴 하더라구요 ㅋㅋ
이러저런 다른 관점의 이야기도 접하게 되고 말이죠 ㅎ
흥미로운 책이네요 ^^
잘 보고 갑니다. ~!!

그러게요.
머리가 큰 건지 생각이 바뀐건지 모르겠지만, 볼때마다 다른 사람에게 감정이입이 되는 것 같습니다.
여러 관점에서 이야기를 접할수 있다는 건 가끔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더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10작품을 읽어도 한가지 관점으로만 읽히는 것보다 1작품이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할 기회를 준다면, 후자쪽이 더 좋은 작품이 아닐까 싶네요.
댓글 감사드립니다.
편안하게 하루 마무리 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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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오랜만이군요:)

네.오랜만인데 탄력을 받았는지..
삼국지강의라는 책을 읽고 다시 한번 삼국지를 읽어볼 생각입니다.
이번에 읽을 때는 어떤 인물이 나를 사로잡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럽니다.
한주동안 고생많으셨습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개인적으로 삼국지에서 가장 좋아하는 케릭터가 조조와 조운입니다(공교롭게도 둘다 조씨네요 ㅎㅎ)
조조의 출신때문에 그런지는 몰라도 실력이 있다면 출신에 상관없이 인재를 등용했었죠. (일반 병졸 출신인 악진이나 산적출신인 허저같은)
위에 언급하신 장점 외에도 어마어마한 장점과 매력을 가진 인물이 조조라고 생각해요 ㅎㅎ
제가 좋아하는 채을 소개해주셔서 간만에 즐거운 하루네요.
앞으로도 좋은 책 리뷰 부탁드립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조조와 조운
여러모로 상반되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그들의 능력을 논하는 부분은 아니고 대중에게 전해지는 이미지가 완전하게 다른 캐릭터라고 봅니다.
저도 조조를 좋아하지만, 조조는 사실 호불호가 확실한 스타일이라서, 대부분 좋아하거나 싫어하거나 두가지 중 하나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조운은 문학작품이든 역사서를 통해서는 부정적인 이미지가 거의 없고, 심지어 대중에게도 백전무패의 용맹하고 신의를 지키는 삼국지 최강 캐릭터 중 하나죠.
다양한 인간유형을 아주 디테일하게 간접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삼국지의 최대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관심가져주셔서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