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다시보기]대한민국의 탐사보도는 아직 죽지 않았다!
3.19~3.21
'SBS뉴스 끝까지 판다'는 놀라운 보도를 쏟아냈다.
공중파에서 대놓고 삼성의 구린 구석을 다룬 것이다.
이건 JTBC뉴스룸의 손석희도 감히 하지 못했던 일이다.
사실 JTBC뉴스에서는 삼성을 다룰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이재용의 삼성 경영권 승계 작업에 관한 의혹들을 파헤친 탐사보도였다.
팟캐스트나 대안언론을 자주 접해보았기 때문에 특별하게 더 추가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팟캐스트나 대안언론에서 다뤘던 내용이 SBS뉴스보다 더 심도있다고 느낀 부분도 있었으니까 말이다.
사실 이재용이 삼성을 장악해가는 과정이 정상적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공중파에서 삼성에 관한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던 사람도 별로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문제제기했다가 인생이 피곤해지고 피폐해진 사람들이 꽤나 많았기 때문이다.
누가 자기 삶을 포기하면서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 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대형 언론사나 방송사가 나서서 삼성을 다룬다?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현재 삼성을 지배하는 사람이 부도덕하고, 정당하지 못하다고 주장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에서 브래들리 편집국장의 말을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누군가를 '악마'라고 말해야 한다면, 완벽하게 준비해라."
SBS입장에선 보도과정에서의 작은 실수가 회사의 운명을 좌지우지할수 있는 상황이다.
'보도 하나 가지고 오버하기는?'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글쎄? 적어도 삼성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그런 힘이 있는 존재다.
더러운 현실이라도 인정하지 않으면, 바꿔 나갈 수 없다.
삼성과 현대는 SBS 하나정도 날려버릴 만한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더욱 3일간의 보도는 훌륭했다는 말을 넘어 '위대했다'는 칭찬을 해도 부족함이 없다.
'시도'만 위대했을까?
결코 그렇지 않다.
내용적인 면에서도 기존의 탐사보도의 질과 달랐다.
SBS뉴스의 삼성 관련 탐사보도가 위대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돈줄'도 깔 수 있다.
현재 대한민국의 메이저 언론사와 방송사의 최대 광고주는 어디일까?
이건 아주 쉬운 질문이다.
바로 '삼성'이다.
광고주가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나 방송사에 광고를 주고 싶을까?
게다가 삼성은 굳이 과도하게 홍보하지 않아도 되는 기업이다.
그들은 광고를 통해서 언론사와 방송사를 자신의 편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비판하는 언론사나 방송사에 굳이 광고를 줄 이유가 없는 것이다.
도덕적인 문제를 거둬내면, 현실은 이렇게 철저하게 이해관계로 돌아간다.
"에이~좀 힘들어도, 삼성 대신 다른 대기업 광고 받으면 되잖아."
이렇게 반박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삼성의 힘을 과소평가했거나 다른 재벌들의 속마음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재벌들은 일종의 이익공동체다.
SBS는 삼성을 깐다는 사실 만으로 다른 대기업 광고도 줄어들 수 있다는 리스크를 부담해야 한다.
실제로 한화증권에서 제일모직과 에버랜드에 관해 사실에 입각한 리포트를 썼음에도, 당시 한화증권 사장이었던 주진형에게 사퇴압력이 들어왔다.
이것만 봐도, 삼성 말고 다른 대기업 광고로 채우면 된다는 생각은 너무 순진한 발상이다.
2.균형-상대방의 의견도 담아내다.
다른 탐사보도와 가장 달랐던 부분이다.
한국에는 전통있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이 몇개 있다.
장기간 많은 양의 취재를 하게 되는 탐사보도의 특성상, 상대방의 반박 주장을 담아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반박 주장을 소개하더라도, 아주 간략하게 "그들은 이 부분에 대해 반박의견을 보내왔다."이정도로 정리하고 넘어간다.
하지만 SBS뉴스 삼성보도는 삼성의 반박주장을 비중있게 소개했다.
물론 삼성이 주장한 논리는 모두 다시 논리적으로 반박되었다.
삼성이 이번에 좀 다급했던 모양이다.
너무 뻔하고 논리가 없는 주장으로 SBS뉴스의 주장에 반박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
마치 이런 느낌이었다.
뭐...아무튼 상대방에게도 반박의 기회를 주고, 물리적으로 비슷한 시간을 편성해서 상대방의 주장과 탐사보도팀의 주장을 함께 확인할 수 있는 점은 굉장했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탐사보도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효과가 있었다.
3.이해하기 쉬운 접근방법
이미 언급했지만, 삼성 경영권 승계작업에 관한 내용은 팟캐스트와 대안언론에서 제법 많이 다뤘다.
더 자세한 내용을 다룬 팟캐스트 방송도 있었다.
하지만 이재용이 불법적,편법적으로 재산상의 이득을 봤다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복잡하게 다룬 방송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SBS뉴스 삼성 관련 보도는 달랐다.
적어도 내가 판단하기에는 3가지 방법으로 접근했다고 생각한다.
1>먼저 시간적인 순서로 과정을 재구성했다.
2>그리고 왜 그런 순서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인과적으로 재구성했다.
3>마지막으로 그 과정에 포함된 이해당사자(삼성/국민연금공단/엘리엇등)의 관계에 따라 재구성을 다시 했다.
3일에 걸쳐 대략 1시간의 리포팅이 이어졌다.
나는 SBS뉴스의 삼성관련 보도가 탐사보도의 교과서가 될 거라고 확신한다.
그리고 다른 지상파나 종편 뉴스들에게 자극을 줬다고 보고 있다.
능력이 부족한가? 아니다! 의지가 부족한 거다!!
삼성과 현대가 무너지면, 대한민국 망한다.
이렇게 주장하는 사람들 참 많다.
심지어 경제학자들조차 그렇게 불안을 조장하고 다닌다.
뭐..그건 사람에 따라 다르게 주장할 수 있다고 치자.
그런데 삼성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불법적이고 편법적인 요소로 이재용이 처벌받는 것이 삼성을 망하게 하는 것인가?
이재용이 삼성을 지배하지 않으면, 삼성은 망하는 걸로 해석해도 되는 건가?
심지어 경제신문 논설위원까지 합세해서 그런 '개소리'를 하고 다닌다.
30년전엔 대학교에서 재벌 회장이 구속되면, 그 재벌은 망한다고 교육을 받았던 걸까?
만약 그렇게 교육을 받았다면, 그사람들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자신의 지식을 업데이트하지 않았단 말인가?
참..어처구니 없는 일이다.
스팀잇에 기자들도 제법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레기'라는 소리가 불편할 수 있겠지만, 난 그들이 '기레기'소리를 듣기 싫으면, 죽을 만큼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지난 수십년간 주어진 의무에 비해 훨씬 강력한 권리를 행사하며 살아왔다.
의무와 권리의 균형을 위해서라도, 그들은 지금 '기레기'라는 소리 감수해야 한다.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찾는 하이에나처럼 행동하면서, "우리도 어쩔수 없다."는 신세한탄으로 일관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자신이 왜 기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면, SBS뉴스 삼성 관련 보도를 참고했으면 좋겠다.
What the heck am I looking at? I can't read this 😂 do you like tacos?
스팀 가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