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사피엔스(3)]모순은 문화와 질서를 변화시킨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3부의 제목은 <인류의 통합> 이다.

사피엔스의 목차 1부~4부 중 유일하게 결이 다른 제목이다.

3부에서는 모순,문화,질서 이 세가지 단어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사피엔스에서 모순은 문화와 질서의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만능열쇠에 가깝다.


유발하라리는 언제나처럼 가볍게 몸을 풀며 글을 시작한다.

사실 3부에서 유발하라리가 비중있게 다루는 부분은 '질서'에 관련된 내용이다.

하지만 질서라는 키워드에 접근하기 전에 '모순'의 등장이 필요했다.

만약 내가 유발하라리라면, 모순을 화려하고 멋지게 등장시키고 싶었을 것 같다.

왜냐하면 3부에서 모순은 모든 스토리텔링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문화와 문명

문화와 문명은 인공적이다.

인간이 만들었기 때문에 자연의 반대편에 있다,

사실 인간 자체가 불완전하기 짝이 없기 때문에, 인간이 만든 문화도 불완전하다.

내부에는 내적모순과 갈등으로 가득하다.

결국 서로 다르기 때문에 중재를 하든 설득을 하든 끊임없이 소통하며 노력할 수밖에 없다.

줌인해보면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줌아웃해보면, 조금씩 변화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해서 이런'변화'가 '발전'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20세기의 주인공이었던 두 가치의 충돌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자유'와 '평등'

이 두 가치는 현대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불리고 있지만, 이율배반적이다.

충돌하는 부분이 너무 많다.

서로의 진영을 구축하고 수많은 논쟁이 있었지만, 절대 만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러나 자꾸 충돌하면서 서로의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고, 받아들이는 부분도 생겼다.

그래서 유발하라리는 모순이 '변화의 엔진'이라고 부른다.


유발하라리가 보는 변화의 방향은 다음과 같다.

변화는 거시적으로 통합의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미시적으로 등락을 반복하며 알 수 없다.

음...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같기도'라는 코너가 있었다.

개그맨 김준호가 어떤 춤을 추면서 이렇게 말한다.

"이건 춤을 추는 것도 아니고, 안 추는 것도 아니여~"


3부까지 읽고 느낀 유발하라리의 신중함은..약간 같기도 스타일이다.

4부도 이와 같은 입장을 취할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문화와 문명을 설명하면서 모순을 화려하게 등장시켰다.

몸을 풀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할 차례가 왔다.


●질서


그는 3가지 종류의 질서를 소개한다.

1.화폐 질서(돈)

2.제국의 질서(정복자)

3.종교의 질서(예언자)


재미있는 것은 3가지를 설명하는 방식이 모두 동일하다.

모순으로 문화와 문명을 설명했던 것처럼, 질서를 설명하는 것도 모순은 만능열쇠 역할을 한다.

문화와 문명은 일종의 '밑밥'이었던 셈이다.



예를 들어. 화폐질서를 설명하는 방식은 이런 식이다.

먼저 화폐가 가지는 많은 장점을 알려준다.

사회가 규모가 커지고, 전문화되고 교환수단으로써 화폐가 등장했다.

그리고 화폐는 부의 전환/이동/저장을 무척 쉽게 만들었기 때문에 복잡한 상거래를 가능하게 했고, 역동적인 시장의 출현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장점만 언급하면 유발하라리라 할 수 없다.

여기서 모순은 등장하고, 화폐의 부작용을 지적한다.

결국 돈이라는 건 '믿음과 신뢰의 심리적 구조물'이기 때문에, 인간의 상상력은 돈으로 거래해서는 안 되는 것도 거래하도록 만들었다는 치명적인 부작용도 함께 알려준다.


종교의 질서도 마찬가지다.

유발하라리는 고대종교와 농업혁명이후의 종교는 성격이 서로 모순적이라고 주장한다.

농업혁명이후의 종교는 우리에게 익숙한 모습처럼 '보편적'이고 '선교적'이다.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는 종교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이 보편적이라고 보기 좀 어렵다.

하지만, 10억이상 믿고 있다면, 보편적이고 포괄적이라는 표현을 사용해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

확실히 '선교적'이라는 말은 의심없이 동의할 수 있었다.

국가에서도 위험하다고 가지말라는 곳을 굳이 선교하겠다고 가는 거보면, 선교적이긴 하다..에휴~


고대종교는 이와 반대로 자연적이고 배타적이었다고 말한다.

고대종교와 농업혁명 이후의 종교의 모순에서 종교는 변화하기도 했지만, 일신교와 이신교의 모순과 갈등에서도 이들은 버전업이 되었다. 

여기서 의문이 들었다.

'일신교는 다른 종교에 굉장히 배타적이고 폭력적이기까지 한데, 어떻게 다른 종교의 논리를 흡수할 수 있었을까?'

하지만 유발하라리는 고민하는 독자들에게 모순이라는 만능열쇠를 다시 꺼냈다.

인간은 모순을 믿게 만드는 신기한 능력이 있다고 얘기한다.

결국 모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현대기독교가 탄생되었다고 주장한다.

참..만능열쇠는 만능열쇠다.



순서상으로 제국의 질서가 종교의 질서보다 앞에 나온다.

하지만 나는 제국의 질서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그래서 마지막에 다루고 싶었다.

물론 설명하는 방식은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제국에 대한 유발하라리의 시각은 약간 신선했다.

보통 역사학자 중에 '정치적 올바름'을 너무 신경쓴 나머지 제국에 대해 부정적인 뉘앙스로만 언급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

하지만 유발하라리는 제국에 대해 상당히 호의적인 관점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제국에 대한 그의 입장을 들어보자.


인류의 모든 문화는 부분적으로 제국과 제국주의 문명의 유산이다.

따라서 제국의 유산만을 도려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언뜻 보면, 가치중립적인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제국의 질서를 설명하는 내내 유발하라리는 '우리는 제국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유발하라리는 전반적으로 미괄식 구조를 선호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가 어떻게 시작하는지 보면, 그의 진짜 주장을 찾기 쉬워진다.

제국 관련해서 유발하라리는 제국이 인류의 다양성을 축소시켰다는 얘기로 시작한다.

두괄식 구조를 선호하는 사람이었다면, 이후 신나게 제국이 가진 단점과 부작용을 나열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발하라리는 미괄식 구조를 선호한다.

결국 인류의 다양성 축소에 맞설 모순을 들고 나왔다.

'그래도 제국은 자애롭다!'

너무 티내면 주장의 신뢰성이 하락하기 때문에 자애로운 이유도 말해줘야 했다.


피지배민족의 반란시도를 막기위해

제국의 팽창을 합리화하기 위해

제국의 존재자체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다소 딱딱한 이유를 먼저 들고, 미괄식 인간형답게 마지막에 그가 하고 싶은 말을 해버렸다.

"제국이 수많은 작은 문화를 큰 문화로 잘 융합시켰다!"

이 작품에서는 동화과정이라고 부른다.

사실 표준화나 글로벌스탠다드도 뜻은 다소 다를 수 있지만, 비슷한 맥락의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추가적으로 제국의 주기를 설명하면서 동화과정에서 피지배계층이 동등한 대우를 요구할 때, 그 요구를 수용할 경우 아이러니하게도 제국의 문화는 굉장히 발전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유발하라리는 어떤 역사를 기준으로 이런 주장을 하는지는 대충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제국의 식민지에 대한 구체적인 학습이 매우 부족했다고 느끼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유럽국가들이 제국이란 이름으로 아프리카를 야무지게 털어먹는 동안, 아프리카에서 동등한 대우를 요구하는 일이 없었을까?

냉정하게 유럽국가들이 그런 요구를 들어줄 의사가 1이라도 있었을까?

유발하라리가 말하는 제국은 혹시 로마 하나만을 말하는 건가?  

로마의 관용, 관대함, 개방성을 제국이라는 용어로 일반화 시킬수 있는 건가? 


순간적으로 반론이 많이 떠오르는 주장이었다.

사실 3부에서 가장 논쟁적인 부분은 '지구제국' 이라 생각한다.

현재 세계에는 전지구적인 문제들이 좀 있다.

유발하라리는 제국의 관점에서 약간 멀리 나간 주장을 하고 있다.

그게 바로 '지구제국'이다.


취지는 좋아보인다.

단일 세계정부가 필요하고, 세계정부만이 전지구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느 정도는 일리가 있는 주장이다.

그런데 이건 순진해도 너무 순진한거 아닌가?

심지어 자신이 주장하고 있는 제국의 주기와도 충돌하는 부분이 생긴다.

지구제국이 생긴다는 것은 피지배국가가 발생하고, 그 국가들은 수십년간 고통을 받아야 한다.

유발하라리가 말하는 제국의 주기상 고통받는 시간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피지배국가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주장에 불과하다.


여기서 유발하라리가 놓친 부분은 '약자에 대한 감수성'이다.

그럼 나도 소설 한번 써보자.

도대체 유발하라리는 왜 그렇게 주장하는지에 대해 소설을 써보자.

유발하라리의 출신 성분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이스라엘/유대인 출신이고, 현재 세계권력을 독점한 국가는 이스라엘의 절친 미국이다.

솔직히 이건 우연이라 볼 수 없다.

만약 지구제국이 생긴다면, 현 상태에서 그 중심은 미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미국을 거의 '맹목적으로' 지지할수 있는 나라는 이스라엘,일본,한국정도 밖에 없다.

게다가 이스라엘과 유대인은 미국 사회에서 독특한 위치와 권력을 가진 집단으로 평가받는다.

나는 유발하라리의 발상이 이런 상황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결론처럼 느껴졌다.


어쩌면 사피엔스를 재미있게 읽었던 사람은 나를 욕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유발하라리는 비록 자신의 책일지라도 독자가 비판적으로 생각하길 원한다고 얘기한다.

이렇게 비판할 수 있는 것도 기본적으로 잘 읽힌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4부 과학혁명은 하나의 스토리로 보면 기승전'결'에 해당한다.

'결'에서 마침표를 찍어줄지 용두'사미'로 끝날지 많이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