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얘기]신뢰의 비용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신뢰에 비용이 발생할까?


그렇다.

비록 신뢰나 믿음이 무형의 가치일지라도,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선 막대한 비용이 발생한다.

정부나 기업에서는 별도로 감사기관을 두고 있고, 가정에서는 부모님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이들이 감사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많은 비용이 필요하다.

하다못해 자녀들의 카드내역서를 몰래 보려는 부모님의 노력도 경제학에서는 비용으로 계산할 수 있다.

근데 이쯤에서 질문이 생긴다.


감사기관/감사담당자는 누가 감사할까?

그들은 누가 견제할까?


누군가를 절대선으로 보지 않는다면, 공정함과 신뢰를 위해 마땅히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할 것이다.

이런 과정이 한 두차례만 진행되어도 비용은 엄청나게 증가해버린다.

신뢰가 무형의 가치라고하여, 그냥 믿으면 끝난다고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이다.


비교적 초창기부터 코인투자를 했던 선배가 한 명 있다.

TV에 나온 사람처럼 원금의 수백배,수천배를 벌었던 사람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유복했던 사람이었고, 로또 대신 코인을 사겠다는 마인드로 접근하여 일반인 기준 꽤 많은 수익을 보고 매도했다고 들었다.

감이 좋은건지 미련이 없는 건지, 일단 매도하고부터는 코인시장은 다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천만원 단위의 금액이 수중에 들어오면 사람이 넉넉해지는 건지, 선배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주 밥과 술을 사기 시작했다.

사실 너무 티가 나게 행동하니, 주변에서는 이미 눈치를 채고 있었다.

1년내내 코인투자한다며 광고하고 다녔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당시 TV에서 코인광풍에 대한 뉴스가 한창 쏟아져나왔던 시기였다.

어느날 선배가 나와 동기 몇명에게 술집을 가자고 제안했다.

그냥 술집이 아니고, 흔히들 말하는 '고급술집'을 가자고 제안했다.

별로 내키지도 않았지만, 항상 이런 유혹에는 무서운 뒷감당이 기다리고 있다는 걸 봤었기 때문에 거절했다.



근데 얼마 전부터 선배의 아내분께서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내가 선배와 친하고 집에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었기 때문에, 나를 통해 선배를 감시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안부인사인 것처럼 전화했지만, 점점 선배를 의심하면서 뭔가를 계속 물어봤다.

결국 통화 마지막쯤은 나에게 하소연까지 하는 형수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촉(??)에 의하면 선배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고, 여자도 있는 것 같다며 의심하고 있었다.

카드내역을 알고 싶은데, 카드사에서는 분실신고만 할 수 있어서 사용내역은 본인이 아니면 알 수 없다며 나에게 신세한탄을 하고 있었다.

뭐..형수님의 사정이 딱하긴 했지만, 내가 카드사도 아닌 상황에서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선배의 제안 이후 나는 선배와 거리를 두면서 지내고 있었다.

게다가 선배의 사정을 알고 있다고 해도, 본인이 동의하지도 않았는데 함부로 말해줄 수는 없었다.

무엇보다 그런 문제는 당사자간의 대화가 중요할테니까...


선배와 형수님을 보면서 '신뢰의 비용'이란 주제가 떠올랐다.

아마 형수님은 나한테만 전화하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표면적으로 나보다 훨씬 친해보이는 사람도 제법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배와 형수님의 관계는 이미 신뢰에서 불신쪽으로 많이 이동했다고 봐도 틀리지 않다.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당사자가 아니니, 그건 잘 모르겠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그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많은 비용이 필요할 거라는 점이다.

이 비용엔 '돈'과 개인적인 '노력'이 모두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이런 비용으로도 형수님의 기억(??)은 지울 수 없다.

형수님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확실한 증거가 발견되었기 때문에 주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린 것 아니겠는가?

적어도 뭔가 의심이 되는 정황정도는 발견되었을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그로 인해 상처가 되는 기억이 남았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기억들은 '박제화'된다.

마치 수정 불가능한 스팀잇의 글처럼 말이다.



그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은 원만할까?

형수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형수님 기준에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선배의 휴대폰과 카드 통제권이 모두 형수님에게 넘어가야 한다.

이건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형수님 입장에서는 그렇게 진행이 되어야 한다고 선배를 믿을 가능성이 커진다.

그런데 선배 입장에선 이 과정이 굉장히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을 것이다.

'내 돈 가지고 내가 놀겠다는 게 잘못된 거야?'

심지어 선배는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결국 서로에 대한 불신만 커질 가능성도 적지않다.

참..어려운 문제다.


최근 회사에서 마주치는 선배의 얼굴은 별로 좋지 않다.

그리고 형수님은 일주일에 1~2번은 꼭 나에게 전화해서 선배에 대해 묻곤 한다.

그들이 신뢰를 회복하는 비용에 얼마나 필요할까?

신뢰를 회복할 수 있긴 한가?

글을 정리하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나 신뢰를 주는 사람일까?

또는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과연 얼마나 신뢰를 받는 사람일까?


**minsky 블로그  kr-life 게시물

"[사는 얘기] 같은 속도로 걷기"

"[가상화폐/블록체인] 가상화폐 투기(??)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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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받아서 사업하고 있다면, 신뢰는 부도를 건 싸움이 아닐까요? 스티브 잡스는 아이폰 발표 당일날도 완성을 못하면서 신뢰를 잃기 직전에 아슬아슬하게 성공했으며, 테라노스는 몇 년의 시간이 지나도 본래 공언했던 70가지 이상의 병 진단을 하지 못하자 원래 했던 말이 사기라며 추락했습니다. 지금 알트코인들은 전원 자기가 한 말들을 지키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그때까지 약속을 지키지 못한 친구들은 전부 부도를 맞겠죠. 그러나 모나코(MCO)처럼 불법과 합법의 회색지대가 아니라 센트라처럼 불법에만 있어서 약속 만기시간도 전에 잡혀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죠. 투자를 받는다는 건 다르게 해석하면 대출을 받았다는 의미와 동일하니까요.
참..쉽지않은 문제인것 같습니다.
방문해주셧 감사드리고, 하루 잘 마무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신뢰를 얻기도 힘들지만, 깨진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는 세상 무엇보다도 힘든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만큼 신뢰라는게 모든 관계에 있어 중요하고 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인 것이죠. 그런의미에서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인간이 인간이 만든 다른 것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런 부분 같습니다.
흔적이 영구적으로 남는다는 것!
인간은 게임이란 걸 만들었는데, 게임의 좋은 점은 다시 시작할 수 있고, 초기화라는 작업이 있죠.
인간관계는 완벽한 초기화가 존재할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더욱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고요.
블로그 방문 감사드립니다.
하루 잘 마무리하시길 바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