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제도시의 발달 - 지리적 요인과 건설기술발달 관점에서의 접근 (1)

in #kr7 years ago (edited)

서양 역사상의 시대 구분인 근대(近代, late modern period)는 르네상스 이후인 17-18세기부터를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시기에는 물론 봉건제도가 끝나고 자본주의 및 민주주의가 발흥했다는 특징이 있는데, 공학적 관점에서도 상당한 진보가 이루어지게 되며, 이는 곧 건설기술의 발달로 이루어 진다. 실제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상당 수의 건설 기술은 이 시기 이후에 완성되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콘크리트라 할 수 있다.

콘크리트는 로마제국 때부터 판테온(Pantheon)이나 퐁 뒤 가르(Pont du Gard)와 같은 수로를 건설하는데 사용하던 건설재료였기는 했지만, 로마제국의 몰락 이후 중세시대에 접어들면서부터는 그 사용이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그러던 콘크리트가 다시 각광받기 시작하게 된 계기는 18세기 영국의 공학자 존 스미튼(John Smeaton)이 조약돌과 석회 가루를 섞으며 고전적 형태의 콘크리트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였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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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le of Portland 위치, 런던에서 차를 타고 가면 대략 2-3시간 가량 소요된다]

영국 남단에 위치한 포틀랜드섬(Isle of Portland)은 석회암으로 구성된 작은 섬이다. 19세기 중반 이 곳을 중심으로 재발견하게 된 현대 포틀랜드 시멘트는 이후 프랑스와 독일로 넘어가 철근콘크리트 형태의 현대 건축재료로 재탄생하게 된다. 본디 압축력(Compressive force)에만 강한 콘크리트라는 재료에 인장력(Tensile force)에 강한 철근을 가함으로써 철근콘크리트는 거의 완벽한 재료로 현재까지 대부분의 건설 구조물에 쓰이고 있다.

여기서 콘크리트라는 재료 역사에 대해 잠시 언급한 까닭은, 그렇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건설기술은 생각보다 그 역사가 길지 않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건설기술의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면,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도시의 형태는 물론 위치도 현재와 같이 않을 수 있다. 예컨대 방파제(Breakwater)라 하는 구조물을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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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 오랑항(Oran Port) 방파제][^2]

위에 보이는 방파제는 알제리 오랑이라는 도시에 위치한 방파제이다. 이 사진에서 눈 여겨 볼 부분은 방파제를 중심으로 보여지는 바다의 좌우 상태이다. 방파제 좌측에 위치한 바다는 멀리서 봐도 언뜻언뜻 보이는 파도가 존재하지만, 방파제 안측에는 잔잔한 수면을 확인할 수 있다. 방파제(Breakwater)라 함은 그 단어의 뜻에서도 알 수 있듯이, 파도를 막아주는 구조물이다. 이 구조물이 존재가 어떤 의미를 뜻하냐면, 본디 수면이 잔잔한 만(Bay)이 존재하는 천혜의 지리적 위치에만 들어설 수 있는 항구(Harbor)를 인간의 기술을 통해 만들어 나갈 수 있다는 말이다. 실제로 건설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중세 이전에 발달한 항구도시의 면면을 보면 이를 조금 더 잘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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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이즈미르]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바울의 1-3차 전도여행을 보면 주로 배를 타고 다니는데, 이는 지중해를 중심으로 연안해상이 발달한 로마시대에 주 국제 교통수단이자 무역항로였기 때문이다.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일곱교회 중 항구도시는 두 곳인데, 서머나(Smyrna, 현재명칭 Izmir)와 에베소(Ephesus, 현재명칭 Selcuk)가 그 곳이다. 상기 지도에 보이는 곳은 사도바울이 믿음을 기초로 한 충성된 교회라 언급했던 서머나 지방의 현재 위성사진인데, 점선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항로이다.

안으로 움푹 페인 만(Bay)의 형태인 이 이즈미르라는 도시는 현재도 항구이지만 2천년 전에도 많은 로마 사람들이 오고가던 항구였던 것이다. 굳이 앞서 언급한 방파제를 만들 필요도 없고, 항로의 수심을 확보하기 위해 준설(Dredging)을 할 필요도 없었다. 천혜의 자연적 요소, 그러니까 지리적 요인으로 인해 이 도시는 당대의 국제도시가 되었던 것이다.

지금 머릿 속에 있는 전 세계의 국제도시를 잘 한번 생각해보자. 유럽을 제외한 미국의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 브라질의 상파울로, 아르헨티나의 부에노스 아이레스, 호주의 시드니나 멜버른, 일본의 도쿄, 인도의 뭄바이나 콜카타, 남아공의 더반, 동아시아의 타이페이,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중동의 두바이, 쿠웨이트. 근대 이후 형성된 도시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그 지리적 여건에 더해, 인간의 건설기술의 발달이라는 조합으로 형성된 경우를 빈번히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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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남아공의 더반이라 하는 도시를 잠시 살펴보자. 남아공 콰줄루나탈 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이 더반(Durban)이라는 도시는, 요하네스버그와 케이프타운 다음으로 큰 도시이자, 얼마 전 종료된 평창 동계올림픽이 선정된 2011년 IOC 총회가 열린 관광도시이기도 하다. 일반인들의 상식으로는 남아공 최대의 항구는 케이프타운이라 여겨지겠지만, 실제 아프리카의 가장 크고 바쁜 항구는 이 더반 컨테이너 터미널(Durban Container terminal)이다.

이 더반항은 연간 360만 TEU를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고, 입구통로 폭 122m에 수심 12.8m에 이르러 Panamax급의 대형선박이 접안할 수 있다. 1977년 설립된 이 더반 컨테이너 터미널은 남아공 전체 컨테이너 물량의 60%를 차지할 만큼 상당한 규모를 자랑한다. 자료에 따르면 이는 남반구에서 가장 큰 컨테이너 터미널이라 한다.[^3] 더반항이 유럽과 아시아 지역 무역연결 통로의 중간에 위치하여 허브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일 것으로 추측된다. 아울러 이 더반항에서 북쪽으로 3번 고속도로를 타고 달리면 요하네스버그까지 약 5-6시간 가량 소요되는데, 이 육상물류선을 통해 인근 육상국가인 보츠와나나 짐바브웨의 물류까지 처리하기도 한다.

이 더반이라는 도시는 1497년 포르투갈의 탐험가 바스코 다 가마가 발견하기 전까지는 콰줄루나탈 지역의 원주민들만 살던 조용한 동네였다. 발견한 바스코 다 가마도 사실 천혜의 항구인 케이프타운만 주목했지, 이 곳은 그저 보고 지나가는 수준이었다. 자연상태의 더반은 산호초 서식지라 재래식 토목기술로는 준설하기 어려운 상태였고, 1824년 보고서에 따르면 수심은 고작 9피트(약 2.7m)에 불과했다고 한다.[^4]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금광에 있었다. 19세기 후반 요하네스버그의 금과 다이아몬드가 발견됨에 따라 채굴한 금과 다이아몬드를 옮길 수 있는 항구가 필요했고, 당시 토목기술자들은 18피트(약 5.4m) 이상의 깊이를 굴착할 수 있는 준설 기술을 도입하기 시작한 것. 이를 시작으로 준설공사는 계속되었고, 1930년에 이르러는 수심 36.8피트(약 11.2m)의 선박도 이용할 수 있게 되어 작금의 남반구 최대의 컨테이너 터미널이 되었다.

이렇듯 지리적 특성과 인류의 건설기술의 발달이라는 조합으로 인해 현대의 많은 국제도시들은 그대 이후 발달하게 되었다. 다음은 현재 내가 거주하고 있는 뭄바이 일곱 개 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 보고자 한다. 인도의 뉴욕이라 할 수 있는 뭄바이라는 도시는(과거 봄베이라 불리움), 그 길지 않은 역사를 들여다 보면, 가히 매립(Reclamation)의 역사라 할 수 있는데, 아래 보이는 지도에서 빗금 친 지역은 모두 매립된 지역이다. 그래서 현재 반도로 보이는 뭄바이는 200년 전만 하더라도 일곱 개의 섬으로 구성되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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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Travel india destinations

내가 이러한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게 된 연유는, 보통의 식민지 시대 개항을 하던 곳들은 섬인데 반해 뭄바이는 내륙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홍콩이나 마카오, 일본 나가사키 앞의 데지마 섬과 같은 개항지들은 모두 섬이라는 공통점들이 있다. 이는 육지로부터의 공격에 방어하기 쉽고, 내륙 국가 입장에서도 관리하기 쉬워 그랬을 가능성이 있다. 여튼 그러한 관점에서 다음에는(일주일 후가 될 지, 며칠 후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뭄바이의 일곱 개의 섬을 중심으로 근대 국제도시의 발달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1회 끝)

Notes

[^1] 학부 때 배운 바를 바탕으로 Wikipedia - Reinforced concrete - 1.History 부분 참조
[^2] Dredging Today.com의 'Algeria: Oran Port Breakwater Project Moves Ahead, January 16, 2014'기사 참조
[^3] 남아공 콰줄루나탈 중 교통부 홈페이지 참조
[^4] GREAT PORTS OF THE WORLD-8, South Africa's Eastern Port, By Sidney How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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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배울땐 항상 지리적요건.. 뭐 요런것만 배웠었는데
건설과 조합하니 이렇게 되는군요
재밌게 잘봤습니다
다음편도 기대되내요

감사합니다. 계속 쓸 수 있게 노력해야겠습니다 ㅎ

잘 읽었습니다. 역사나 현실을 바라보는 새롭고 신선한 관점을 한 가지 더 알게되었네요, 감사드리고 보팅, 리스팀, 팔로우합니다. 다만 제 파워가 너무 미약합니다.

저도 파워가 미약합니다 ㅎ 보팅 하나 하나에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도 참 좋아하는 주제입니다. 팔로우 하고 자주 찾아뵐게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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