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와 밤
보이차를 마신지 이제 2년쯤 되니 물 끓이는 전기포트가 고장이 나버렸다. 새 전기포트를 사고 내가 좋아하는 자사호에 7542숙차를 우려냈다. 보이차에 익숙해지기까지 나의 고질적인 습관을 바꿔야했다. 습관이란 이미 나와 한 몸이 되어서 바꾸고자 하는 기간 만큼의 보상이라도 바라듯 더 강한 습관을 불러왔다. 내가 이렇게 고집스러웠던가 의지가 약했었던가? 그러다 마음 먹고 보이차를 며칠 마셨다. 보이차는 감정을 순화시킨다. 머리는 잔잔해지고 내 시간은 공간성에 떠밀려진다.반면 몸은 역동한다. 나를 구성하는 몸의 구석구석이 각자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억지스러운 대화가 아닌 호기심에 찬 움직임이라 해야 맞을 것 같다. 혀에 달고 쓴 느낌이 자연을 고스란히 담아 입 속을 가득채우다 이내 빠른 속도로 몸을 휘감는다. 몸이 좋은 기운을 기억해냈다. 그리고 원하는 걸 느끼면서 보이차는 나의 습관을 서서히 바꿔놓았다. 편안한 몸이 뒤틀어진 마음결 다독이듯 안고 간다. 흔들리고 뒤엉켜진 마음을 그대로 받아 그 자체를 부정하지 않고 담담히 흘려보낸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란 말처럼 시간에 순응하는 것이 아닌 현재를 인정하고 존중해야 함을 느끼게 한다.
어느날 보이차를 권해 준 사람을 기억한다. 왜 그리도 보이차를 마시게 했는지 그때는 금방 알아채기 어려웠다. 내 습관이 바뀌지 않듯 어느 누군가에게 보이차를 권해주는 일이란 참 어렵고도 수고스러움에 나조차 행동으로 보여준 적이 없었다. 고맙다는 말을 한 적이 있었던가... 보이차 향을 처음 맡았던 그때가 떠오르는 밤이다
보이차는 처음 들어보아요 - 설명해주신 글을 읽으니 호기심이 생기네요. 그림도 너무나 느낌있으셔요
감사합니다.^^ 보이차는 발효차라서 접하시면 아주 새로우실꺼에요.차를 마실땐 겸손해지기도 하구요.언젠가 기회가 되시면 좋겠네요. 감각이 좋으신 분이라 더 권해드리고 싶은^^*
그림도 좋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