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하기 좋은 날
이 책만큼 써먹기 좋은 책은 없다
이사를 결심한 건 월세보다 전세가 낫다는 판단과 주변의 권유가 있어서였다. 이사하는 집은 원래 살던 집으로부터 거리가 멀지 않았다. 이사하는 날이 일주일 뒤로 연기가 되었고 지금 사는 집에 정(?)이 들어서 일까 아니면 귀찮아서 일까. 이삿짐을 굳이 미리 쌀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어떤 물건도 건드리기 싫었다. 하지만 나는 어떤 책 하나 때문에 이사하기 3일 전 집을 아주 뒤집어 놓기 시작했다. 이사하기 좋은 날 3일 전이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 사사키 후미오
스티브 잡스의 전기가 담긴 한 영화를 본 적이 있다. 물건들이 별로 없는 공간에서 스티브 잡스는 바닥에 문서를 펼쳐놓고 일을 하거나 자신의 생각을 독백한다. 인상적이었던 건 물건이 별로 없다는 것이었다. 이 책의 저자 또한 집안에 물건이 별로 없다. 이블, 노트북, 안경 등의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의 물건만 있다. 이렇게 생활하는 사람을 '미니멀 리스트'라고 한다. 저자는 이러한 미니멀리스트를 '자신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물건의 개수하고는 연관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가진 물건의 소중함을 아는 것. 그래서 물건을 늘리지 않는 사람들이 미니멀리스트라고 한다.
난 이사하기 전 미니멀리스트가 되어 보자 생각했다.
이사하기 전 나에게 소중한 물건이 무엇일까? 고민하고 리스트를 적어 보았다. 옷, 책, 먹는 약, 이블, 소파(소중한 허리를 위해), 휴대폰(본인인증 때문에), 칫솔, 수건, 컴퓨터(직업), 바인더(기록을 위해), 책장(소중한 책을 위해), 쌀(밥은 먹어야 하기에), 신발(밖은 다녀야지), 청소기(집 청소) 등등...
소중한 물건 리스트를 적고 나서 필요 없는 물건은 박스에 담기 시작했다. 망가진 휴대폰부터 쓰지 않는 볼펜들, 주워온 의자, 장롱, 오래된 책상, 스탠드, 선물 받은 잡다한 물건들 등등.. 버려지는 물건들이 훨씬 많았었다. 버리면서 느낀 것이지만, 정말 필요 없는 물건을 많이도 샀구나 그리고 그 물건 하나하나에 여러 가지 상념들이 담겨 있었다. 이건 예전에 누가 준 선물이고 이건 내가 어디서 샀던 등등의 생각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물론 버리고 한 달이 지난 시점에 그러한 상념은 더 이상 내 머릿속에 있지 않은 것 같다. 만약 아직도 가지고 있었다면 그 물건들을 볼 때마다 다시 상념에 젖어야 했을 것이다.
인생이 가벼워지는 비움의 기술 55
저자가 제안하는 55가지 기술 중에 써먹을 만한 것들은 참 많았다. 그래도 내가 가장 잘 써먹었던 기술이 몇 가지 있었다. 대부부의 물건은 'rule 11. 일 년간 사용하지 않은 물건은 버려라'를 적용하여 버렸다. 그러고도 가장 고민이었던 건 누군가에게 선물 받은 물건은 어떻게 버리느냐였다. 나는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은 계속 보관하는 습관이 있었다. 오래된 사진도 그랬고 오래전에 받은 물건은 계속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저자는 'rule 35. 버리지 않는 게 우정은 아니다'라는 이야기를 통해 내 상식을 깨버렸다. 선물을 준 사람은 기억을 못할뿐더러 자신에게 필요 없는 물건을 단호히 버리는 편이 오히려 그 사람을 존중하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받은 선물을 누군가에게 다시 보여준 적은 없는 것 같다. 그저 가지고 있다는 자기만족감 이었던 것 같다. 난 선물을 버림으로써 소중한 건 현재 그 사람과의 우정이나 애정이구나 라고 깨달을 수 있었다.
그렇게 버리고 버리고 끊임없이 버리고 해도 끝까지 남는 물건이 있다. 그것은 현재 자신에게 소중한 물건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남은 물건은 몇 가지 없다. 재미있는 건 나와 함께 이사 온 고양이는 버린 물건도 가지고 있는 물건도 몇 개 없다는 것이다. 인간만이 물질적으로 너무나 풍요로워서 고민이 많은 것이 아닐까. 고양이는 사료, 모래, 화장실, 먹이통이 가지고 있는 전부이기 때문에 먹고 자고 노는 생각만 하면 된다. 얼마나 편할까 감히 상상할 수 가 없다.
이사하기 좋은 날 물건을 버린지 한 달이 지났다. 버릴 때의 생각과는 달리 나는 버린 물건들이 전~혀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주 제대로 느끼고 있다. 그리고 마음은 더욱 홀가분해졌다. 물건은 잡념이었던 것 같다. 내가 욕심내고 쓸데없이 추구했던 목표의 잔여물이 아닐까? 버림으로써 아주아주 생활에 많은 변화가 올 것이라 믿는다. 그래서 나는 아직 미니멀 라이징하고 있다. 미니멀리스트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최소한의 물건만 유지하고 있는 것을 최대한 활용 중이다.
이사하기 좋은 날 한번 읽어보고 실행해볼 만한 책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