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민 자본주의에 대한 실망...
어린 시절, 고시원 총무형이 신분제도가 사라졌느냐고 물었다.
그 형이 말하길, "너의 직업이 곧 신분이 될거다" 란 얘기를 했다.
그 때는 강남 집값이 다른 서울 지역과 크게 차이가 없던 시절이었다.
며칠전, 동네 백화점 문화센터에 아기들 교육강좌를 다녀온 아내가 자신이 본 것을 말했다.
건너편 아파트 사는 여자가 빌라 사는 여자보고 "바퀴벌레는 나오지 않느냐"며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사느냐"고 물었다는 것이다.
그 여자는 금새 울음이 터질 것 같았고, 그 옆에는 돌도 안 지난 아기가 있었다.
또 어제는 아는 언니 친구가 어느 뉴타운 지역에 산다고 한다.
그 분이 그 지역에 비싼 아파트 놀이터에서 아기와 함께 쉬고 있었다 한다.
그런데 그 아파트에 사는 여자가 오더니 어느 동에 사느냐 물었다는 것이다.
그 분은 "다른 아파트 사는데 잠시 아이 좀 놀다 가게 하려 한다"고 답하자
우리 아파트 주민도 아닌데 그러면 안 된다고 하더란다.
우리네 사는 너무나 평범한 이야기고, 누구나 들어봤을 법한 이야기다.
어느샌가 신분을 나타내는게 직업보다 아파트가 되어가는 것 같다.
선을 나가면 자동차에 붙은 아파트 스티커 브랜드를 확인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우리는 슬프게도 아파트가 신분을 나누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대물림해 좋은 지역에 살던 사람은 자식에게 좋은 아파트를 물려 준다.
그 총무형은 열심히 공부해서 결국 의사가 됐을진 모르겠지만...
이제는 아파트가 신분을 나누는 시대에 다시 한번 실망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씁쓸한 이야기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