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추월 김보름 사태를 정확히 예견한 일본 학자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7 years ago (edited)

@oh-soju : 김보름 선수가 은메달을 땄는데요, 국민들의 화가 풀릴까요?

@99공자 : 포털 뉴스에 달린 댓글과 페이스북의 반응을 저도 좀 보았는데 대체로 용서하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김보름 선수 본인은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한국이 어떤 사회라는 것을 배웠을 것입니다.

@oh-soju : 한국이 어떤 사회인가요?

@99공자 : 저도 실은 잘 몰랐는데요. '오구라 기조'라는 일본 학자가 정확히 파악했더라고요. 그는 김보름 사태를 예견하는 글도 남겼습니다.

@oh-soju : '김보름'이라는 이름까지 밝혔나요?

@99공자 : 지금 장난하십니까? 오구라 기조가 점쟁이도 아니고요. 인문학자들은 자신의 이론과 주장으로 미래를 예견합니다. 그는 한국이 “경기 성적이나 노래 실력만으로는 평가받지 못하고, 자신이 얼마나 도덕적인가를 국민들에게 납득시킨 후에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는” 사회라고 규정했습니다. 김보름은 부도덕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장면을 만들었고, 외신도 같은 목소리로 비난했기 때문에 실력과 상관 없이 비난받았습니다.

@oh-soju : 아니. 스포츠 선수가 스포츠만 잘 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99공자 : 한국 사회는 '성리학'이 공기처럼 가득한 사회입니다. 도덕을 높이는 철학인 성리학이 그렇게 오랫동안 조선을 지배할 수 있었던 까닭은 한국인들이 지지를 했다는 뜻입니다. 도덕에 대한 지향은 이미 전국민에게 내면화되어 있습니다.

@oh-soju : 그러고 보니 유명 영화배우와 유명 영화감독이 엄청나게 비난받았던 것도 도덕성과 관련이 있군요.

@99공자 : 도덕성을 기준으로 스포츠 선수와 연예인들을 판단하는 것은 양면성이 있습니다. 박세리와 박찬호가 왜 그렇게 환호를 받았습니까? IMF라는 민족의 고난에 희망을 주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oh-soju : 스포츠 선수를 위해서 오구라 기조가 어떤 얘기를 했는지 더 자세히 알려주실 수 있나요?

@99공자 : '효자 종목'이라는 말은 매우 익숙하죠. 스피드 스케이팅이나 쇼트트랙 종목을 가리키는 말이죠. 오구라 기조는 국가 엘리트 스포츠에 '효도'라는 도덕 개념과 결부시킨 현상에 주목했습니다. 이것은 꼭 한국적인 현상만은 아닙니다. 얼마 전 테니스 스타 정현이 투어에서 배우는 교양 수업 소개를 해줬잖아요. 인터뷰할 때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을 잊지 않고 거만해 보이지 않도록 극도록 조심한다고. 영국에서는 인종차별적 응원가를 만들기도 하고, 최근 콜롬비아 선수가 평가전에서 눈 찢는 포즈를 취했다가 엄청난 비난을 받았죠. 하지만 콜롬비아에서는 대놓고 방송에서 눈 찢기 퍼포먼스를 했죠. 그러니까 김보름 선수가 영국이나 콜롬비아 국적이었다면 문제되지 않았을 수도 있었지만, 여기는 대한민국이란 말이죠. 그리고 이건 국제적인 추세이기도 합니다. 스포츠 매너를 익히지 않으면 국제무대에서 고개를 들 수 없습니다.

@oh-soju : 이번 사건의 경우 너무나 명백해서 이견이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한국인의 도덕주의가 단점이 되는 경우도 있나요?

@99공자 : 오구라 기조의 《한국은 하나의 철학이다》에서는 매우 절제된 표현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인과 친해지고 싶은 게 저자의 마음이니까요. 이 책은 20년 전인 1998년에 일본에서 간행되었지만 한국에서는 2017년12월에 나옵니다. 20년 동안 번역되지 못한 까닭은 저자가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죠. 이런 점을 감안한다면 오구라 기조가 점잖게 서술한 대목에서부터 과감하게 비판하는 일은 한국인이 해야 합니다.

@oh-soju : 과감하게 하나만 비판해 주세요.

@99공자 : 오구라 기조는 리ㆍ정치ㆍ중심ㆍ도덕의 가치로부터 자유로운 일본의 예술과 몰(沒)정치적ㆍ몰(沒)도덕적일 수 없는 한국예술을 대비합니다. 일본은 도덕의식은 약하지만 욕망으로부터 자유롭습니다. 노벨문학상은 억압된 욕망에서는 나오기가 어렵습니다. 도덕성을 보고 노벨문학상을 주지는 않으니까요. 도덕의식이 강하다는 말은 그만큼 위선적일 수 있다는 뜻도 됩니다. 겉으로는 도덕적으로 보이면서 속으로는 부도덕한 이중 사회가 또한 한국의 모습이기 때문이죠. 한국인의 욕망 외연을 넓히는 건 예술가들이 해줘야 하는데 보다시피 성추행 문학사를 써야 할 정도로 부도덕하고, 도덕과 문학 업적을 구분해서 평가하라는 식으로 훈수를 두니 기대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oh-soju : 말이 나온 김에 예술계의 성추행 파문은 어떻게 진행될 것 같으신가요?

@99공자 : 여기까지만 합시다.

@99공자는 팀추월 사건을 오구라 기조의 한국사회 분석으로 설명하기 위해서 끌어낸 가상의 인물입니다. 공자와는 상관 없습니다.

"한국에는 '효자종목'이라는 말이 있다.. 민족이라는 '아버지'에게 봉사하는 '효자'에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116)

"박세리 역시 골프 선수로서 순수하게 존경받았다기보다는 '민족의 효녀'로서 칭찬받앗다."(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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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글 잘 읽었습니다. 위선적인 의식이 싹틀 수 밖에 없네요. 하지만 순기능도 많이 있을것 같기두합니다.

@sharehows 님//재밌게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순기능도 참 많죠. 도덕성이 숨쉰다는 거니까요. 모든 건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한국에는 '효자종목'이라는 말이 있다.. 민족이라는 '아버지'에게 봉사하는 '효자'에만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다."(116)

이 글이 상당히 공감이 가네요. 좋은 글 잘 보고 팔로우 하고 갑니다.

@sirin418 님//공감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민감한 주제여서 신중하게 썼는데 힘이 되네요. 저도 팔로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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