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타쥬(montage): 쇼트와 쇼트의 분할/결합을 통한 새로운 의미 창출

in #kr3 years ago

하나의 영화는 숱한 필름조각들을 자르고 붙이는 편집작업을 거쳐서 완성된 채 영화관에서 상영됩니다.
실제로 하나의 영화는 쇼트(shot)와 쇼트로 연결된 쇼트연속체로 우리에게 나타납니다.
영화는 사진이나 그림과는 달리 시간의 예술이기 때문에, 쇼트와 쇼트가 분할(decoupage)되고 결합되어 하나의 통일적인 ‘이야기’로 구성됩니다.
이야기로 구성된다는 것은 쇼트와 쇼트의 결합에 의한 새로운 의미가 창출된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러한 편집 개념을몽타쥬라고 부른답니다.
몽타쥬의 어원이 되는 불어의 ‘monter’라는 말이 건축용어로서 ‘조립하다’라는 뜻이었다
는 점을 상기해 볼 때, 몽타쥬는 영화의 시간적 건축기술 혹은 편집이라고 볼 수 있을 겁니다.
영화는 이러한 작업을 통해서 사건의 연속적인 흐름을 유지할 뿐 아니라 불필요한 시간과 공간을 제거하게 되지요. 미장센이 단일한쇼트 안에서 공간적 구도를 구상하고 그 구도 안에서 이루어지는 움직임을 설계한다면, 몽타쥬는 쇼트와 쇼트의 결합을 통해 움직임과 시간적인 의미를 드러낸다는 점에서 대조됩니다.
실제로 몽타쥬 기법은 장면 전환을 위한 조형일치나 시선일치를 시도한다거나, ‘상징 이미지의 충돌을 통한 새로운 의미 창출’이라는 에이젠슈타인의 이론에 근거하여 비유/상징적 효과를 극대화한다거나, 시간의 생략이나 비약 혹은 시간의 압축이나 확장을 통해서 심리적 시간효과를 노린다거나, 병행편집이나 음향몽타쥬를 통한 정서적 느낌을 전달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예컨대, <모던타임즈>의 시작 부분에는 양떼가 움직이는 장면과 공장으로 들어가기 위해 쏟아져 나오는 노동자들의 장면이 이어져서 나오는데, 이것은 독자적인 개성과 인격을 갖춘 개인이 아니라 하나의 목적(자본주의 하의 생산계급의 노동)을 위해 자본가가 제시하는 단일한 권력의 리듬(시계로 상징됨)에 맞추어 움직이는 군중을 일치시키는 상징적 효과를 잘 보여주고 있지요. (포드의 자동차생산에서 극적으로 표출되는) ‘대량소비를 위한 대량생산’의 구호 아래 시간을 시, 분, 초를 나누어 그 기계적 리듬에 노동자들을 길들이는 근대 자본주의의 “보이지 않는손”(여기서는 시장의 기능이 아니라 자본가에 의해 규정된 생산규제기능을 가리킴)의 위력과 그러한 리듬에 순치된 채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고 말 잘 듣는, 그리하여 개성도 인격도 상상력도 거세당한 ‘양떼’ 혹은 ‘기계부속품’ 같은 자본주의적 인간 군상이 무척이나 인상적인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