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중독 10. 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3)
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3)
- 브레인스토머와 미래
- 4차 산업, AI 세상 속 미래 직업 변화에 대한 고찰
3. AI 산업시대, 그리고 브레인스토머가 이끄는 미래
앞서 이어온 글에서는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신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살펴보았다. 첫째는 AI가 인간의 생활양식을 스스로 터득해 익힐 수 있는 ‘지혜’ 이며, 둘째는 지혜를 가진 인공지능이 직접 도움을 줄 수 있는 ‘육체’였다.
두 가지 조건 모두 굴지의 기업들이 실험하거나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어 이들이 하나의 실존적 존재로 합쳐지는 일은 머지않은 것 같다.
인공지능이 지혜를 얻고, 육체를 얻어 완전히 자가 복제가 가능한 상태에서 인간의 모든 노동을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우리 모두는 실직자가 될지 모른다. 하지만 이는 아직 논하기엔 시기상조다. 4차 산업 혁명은 인공지능과 구세대의 노동이 혼재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근시일 내에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의 모습은 아마도 ‘소프트웨어의 집단적 자동화’가 될 것 같다.
프로그램 개발에 필요한 코딩을 알아서 해주는 AI가 있다면 어떨까?
가상영역에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라면, WAI가 인간보다 빠르게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가령 프로그램 개발과 같은 업무도 인간이 개념도만 제시하면 나머지 구체적인 것들은 AI가 알아서 판단해 프로그램을 뚝딱 만들 수 있다면, 프로그램 개발에 최소한의 지식을 가진 사람도 전문가 수준의 개발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아마 AI와 인간이 함께 일하는 세상은 다음과 같이 될 것 같다. 이를테면 홈페이지를 제작하기 위해 사람이 하얀 보드에 전자 펜으로 대강 형태를 그려 넣고 ‘이곳에 어떤 사진이 들어가고~’, ‘이곳엔 게시판을 볼 수 있고~’ 하는 식으로 설명만 해주면 그대로 만들어지는 방식처럼, 모아둔 영수증을 스캐너에 밀어 넣고 ‘회계 처리를 하라’ 말만 하면 AI가 스스로 영수증 이미지를 분석해 전표처리를 하는 것 같이.
전산 영역에 있어서도, 초보적인 이해만 있으면 누구나 그 업무를 처리할 수준까지 AI가 도울 수 있다면 굳이 전문가를 고용할 필요가 없어진다. 고로 대부분의 기업은 경영의 패러다임이 바뀌게 될 것이다.
이 부분에 관해선 이미 ‘IT 공룡들’의 경쟁이 거세다. 현재는 스마트폰에 AI 개인비서 서비스를 시도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장차 IoT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전자기기와 전산망을 AI로 묶을 수 있는 기업이, 또 그를 바탕으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기업이, 4차 산업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그런데 이 수준을 넘어 앞서 살펴봤던 것처럼, AI가 육체까지 얻어 보다 다양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면, 이를테면 대인(對人)업무까지 가능해진다면, 사람들의 일자리는 그야말로 얼마 남지 않게 된다. 당장 물류나 운송에 관련된 사람들이 AI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고, 행정 사무원들,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사무 전문가들, 회계사, 세무사, 변호사 등의 일자리도, 심지어 기사를 쓰는 기자들도 AI로 대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최후의 보루인 생산 노동자들도 WAI 기반의 산업로봇이 등장하고 보편화되면 일자리를 빼앗기게 된다. 판매도 마찬가지로, 일본의 세븐일레븐이 아르바이트 구인난을 해결하기 위해 무인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듯이, 판매업조차 무인 시스템과 AI 플랫폼이 결합해 새로운 양상을 띠게 될 수 있다.
만약 판매 플랫폼이 AI에 의해 통제된다면, 자연히 AI가 시장조사와 마케팅 업무도 수행하게 될 것이며, 이렇게 연쇄반응을 일으키는 식으로 AI에 의해 하나 둘씩 직업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영화 <매트릭스>에 등장하는 요원 '스미스'. 결국 '중앙 AI'의 통제를 벗어나지만, 이들은 가상 매트릭스 세계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AI로서, 개별 행동을 함과 동시에 중앙 AI의 통제를 받는다.
이때 AI는 크게 두 분류로 나뉘게 되는데, 첫째는 통합 전산망과 같이 거대한 네트워크를 총괄하는 'CAI(Central AI, 중앙 AI)'이고, 둘째는 각 무인기기에 개별적으로 탑재되는 'IAI(Individual AI, 독립 AI)'이다. 이는 기업의 모든 데이터를 담는 메인프레임과 각각의 사원들이 사용하는 노트북의 연산장치와 유사한 개념으로 이해하면 되겠다.
CAI는 기업이나 정부의 핵심 전략을 추진하게 되며, 등급에 따라 최고 관리자, 중간 관리자의 성격을 띠게 된다. 물론 AI의 기능이 강화된 것일수록 중간 관리자 단계는 생략될 수 있고, WAI의 지식흡수 과정에 따라 시간이 지나면 중간 관리자 기능을 하는 AI 시스템이 최고 관리자 단계의 CAI에게 흡수될 수 있다. 어쨌든 이들은 회사의 전략적 움직임, 보고서를 종합해 일련의 결정을 내리는 ‘중역’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대체로 이들은 AI 산업시대가 끝이 나도 연산장치인 양자컴퓨터 등의 시설은 필요하겠지만, 가상 영역에 존재하면서 육체를 가지진 않는다.
그리고 IAI는 각 무인화 기기에 장착된 AI로서, 현장 적응형의 WAI를 탑재하고 실제 인간 생활에 투입된다. 이들은 연동된 CAI에게 현장의 데이터를 전송하고, 목표를 전달받아 실제 상황에 적용한다. 여기까지 보면 일반적인 기업의 형태와 다를 것이 없지만, 이들이 인간의 조직과 다른 점은 모두 연동되어 있어 언제나 ‘집단지성’ 상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어떤 IAI가 돌발상황에 처했을 경우, 이미 그 상황을 겪은 다른 AI의 데이터를 수집해 적용해보거나, 그도 안 될 경우 즉각적으로 CAI에게 직접 통제권을 넘겨줄 수도 있다.
이와 같은 모습들은 어딘가 익숙하지 않은가? 그렇다. 이 모습들은 영화 <매트릭스>에서 그려진 내용들이다. 매트릭스 안의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자아를 가지고 있다는 전제긴 하지만, 아마 실제로 AI 산업구조가 적용되면 그와 같이 ‘중앙 AI의 통제를 받는 개별 AI들의 집합’이 유력해 보인다.
결국 AI는 수단과 목적에 따라 더 정밀하게 진화하고, 이들은 또 서로 연결되면서 인간의 노동 대부분을 차지해 4차 산업 혁명은 완료된다.
그러나 이 모든 청사진은 AI와 관련 산업이 긍정적으로 발전했을 때의 이야기고, 무엇보다 ‘도태된 자’들에 대해 공권력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에 따라 그 그림은 크게 달라진다.
핵공격시 발생하는 'EMP'는 모든 전자기기를 마비시킬 수 있다.
<명장면 철학읽기> 19편에서 제시했던 것처럼, 세상이 진화하면 그만큼 ‘악’도 진화하게 된다. 예컨대 AI를 이용한 전쟁 수단, <터미네이터>의 ‘살상 로봇’들이 탄생할 수도 있고, AI를 이용한 해킹 프로그램을 통해 AI가 보편화 되었을 때 지금과는 차원이 다른 ‘파이어 세일(Fire sale, 해킹 등을 통해 공공시설을 마비시켜 사회에 혼란을 야기함)’ 공격이 이루어질 수도 있다. 또한 모든 시설물의 전자화로 인해 EMP 공격과 같은 전자전에 사회 전체가 취약(지금도 충분히 취약하지만)해지며, 스마트폰 사용으로 ‘디지털 치매’가 생겼듯이, AI 만능주의가 'AI 치매‘를 불러올 수도 있다.
그러는 한 편, AI 산업이 본격적으로 가동될 때, 현재 부의 양극화 현상이 그대로 이어지면서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더 크게 도태될 위험도 있다. AI에 의한 창업 시스템, 혹은 AI 기술을 바탕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은 어쨌든 수준급의 교육을 받고 숙달된 이들, 이미 충분한 자본이 있는 이들에게나 유리한 것이지, 두 가지 모두를 갖추지 못한 이들, 혹은 도태된 직업에 역량을 모두 쏟아 부은 이들에겐 재앙과 같은 일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AI 중심의 4차 산업은 몇 가지 과제가 존재한다. 먼저 안전하고 긍정적인 방법으로 AI산업이 진행될 수 있도록, 충분한 법적, 제도적 장치를 동반해야한다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사람들을 AI 산업에 맞춰 교육 및 훈련하는 일, 혹은 이것이 불가능한 자들에 대한 공적 지원을 수행하는 것이다.
도태된 자들에 대한 공적 지원에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겠지만, 이미 AI 산업 시대의 기조에선 모든 인간이 그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더구나 AI가 인간을 부양하는데 일조하지 않는다면, 존재할 필요도 없다. 오히려 등장함으로써 인간의 삶을 위협하는 지경이라면 차라리 없애버려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핵확산방지조약’과 같이 국제적인 ‘AI 윤리 규약’ 같은 약속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다. AI 산업의 수익의 일부가 강제적으로 사회 약자들에게 돌아가도록 하는 등의 장치가 마련되면, 비록 사회적 약자들이 AI에 의한 도태를 겪더라도 삶을 포기해야하는 지경에 이르진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본문은 AI의 사악한 미래를 그리는 것이 아닌 긍정적 미래와 대응방안을 그리고 있으므로, AI산업의 문제점은 이 정도로 간략히 짚고 넘어가는 것으로 하자.
브레인스토머는 AI시대 속에서 인간의 역할을 정의하게 될 것이다.
일단 바람직한 방향으로 AI 산업시대가 도래했다고 가정한다면, 과연 어떤 직업이 떠오르게 될까? 다양한 직업들이 거론되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 그중에서도 가장 유망한 직업은 ‘브레인스토머’가 될 것 같다.
‘브레인스토머(Brainstormer)’란 말 그대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아이디어를 떠올리기 위해 생각의 편린들을 무작위로 나열하는 과정)'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다. AI가 진화를 거듭해 지혜를 갖춘 'WAI'가 되었더라도 수행할 수 없는 일이 하나 있다. 바로 자신의 삶을 꾸리기 위해 뭔가 시도하는 일이다. 다시 말해서 미래를 그리는 힘이다.
AI가 일기예보처럼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는 있어도, ‘어떤 의도’를 가지고 미래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지는 않는다. AI가 정밀해져도 그 기능은 주어진 목표를 효과적으로 완수하는 것일 뿐이다. 그런데 그 목표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지정하게 된다.
예컨대 도시를 청소하는 AI가 있다면, 그 AI의 전면적인 목표는 도시를 깨끗하게 하는 것이지, 그 이외에는 관심이 없다. 물론 도시를 깨끗하게 하기위해 환경 공학이나 생태계에 대한 지식을 축적할 수는 있어도, AI가 부유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지구 온난화에 관한 자료를 찾아보다가 ‘아! 지구 온난화는 심각하니 내가 연구해 봐야겠다!’ 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다.
그뿐만 아니라 같은 이치로 AI는 윤리적인 행위에 대해 무감각할 가능성이 있다. 어떤 목표를 제시했는데 AI가 비윤리적인 방법으로 목적을 달성하려 한다면, 이를 제지할 필요성이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실제로 벌어지기도 했는데, 얼마 전 마이크로소프트의 머신러닝 챗봇 'Tay'가 사람들의 장난에 "히틀러는 옳았어."라는 실언을 내뱉은 것과 같다. 따라서 AI가 비윤리적인 방법을 선택하지 않게끔 목표 설정단계에서 어떤 제약을 잘 걸어두는 것도 중요하다.
허나 이 같은 일들은 AI가 자아가 없을 경우에 한해서다. 만약 목적을 동반하지 않는, 무작위의 목표를 스스로 정하고 실천하는 AI가 있다면 그것은 더 이상 AI가 아니라, 인간을 초월한 새로운 형태의 ‘진화한 생명’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하지만 인위적인 알고리즘에 의해 작동되는 것이 아닌, 순수한 자아를 가진 AI라는 것은 현재나 근 미래의 기술로도 정의하거나 상상하기 힘드니 일단 논외로 하자. 만약 AI가 자아까지 가진다면 우리는 정말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너무 우울해지니까.
어쨌든 본론으로 다시 돌아가면, 4차 산업 혁명이 완료되는 시점에서도 AI의 궁극적인 목적은 인간이 지정한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목표’를 잘 떠올리는 것이 중요한 일이 된다.
가령 화성에 기지를 짓고 인간이 삶의 터전을 옮길 수 있는지, 그 과정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은 불가능 한지, 탐사선을 띄울 것을 권하는지 따위의 세부적인 일은 이제 AI가 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인류가 화성에 진출해 새로운 삶의 터전을 구축한다’라는 목표 자체는 인간만이 생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개념을 떠올릴 수 있는, 상상력이 풍부한 인간이 4차 산업 혁명에서 AI의 도움을 받아 미래를 이끌 수 있다.
'브레인스토머'와 경영에 통달한 'AI CEO'가 만나 유망한 혁신기업을 만들 것이다.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AI가 그 아이디어의 실현 가능성을 분석해주면, 그것을 실행할지 말지 결정한다. 한번 실행하기로 하면 창업에서 기업 운영에 이르기까지 AI가 도맡아하고, 사람은 필요할 때 자본을 대거나 AI의 운영 보고서를 지켜보면 된다. 즉, 유능한 ‘AI CEO’에게 의사만 전달하면 되는 것이다. 이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30년 뒤 TIME 지에 실릴 인물은 누구인가?’ 라는 질문에 ‘AI가 될 것이다’라고 답한 맥락과 같다. AI 기반의 기업의 운영방식은 앞서 언급한 CAI와 IAI의 연계를 통해 이루어질 것이며, 기업이 아니더라도 정부기관이나 기타 연구 등에도 비슷한 방식을 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AI와 무인화 기술의 통합이 인간을 노동에서 해방시키면, 인간은 무엇이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다. 또 그 연구조차 AI의 도움을 받아 점점 더 쉬워질 것이다. 가령 너무 위험해 인력이 직접 수행할 수 없는 실험들, 예컨대 우주 공간에서의 화학실험 같은 일들을 AI가 수행함으로써 인간은 안전한 지구에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결론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은 앞으로 어떤 아이디어 혹은 개념을 제시하고, AI가 ‘조수’로서 이를 수행한다. 그리고 5차 산업 혁명 시대엔 인간은 기술을 위한 연구조차 해방되어 문화에 힘쓰고, AI는 인간이 더 오래, 건강하게 살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일에 매진한다. 이는 마치 영화 <콘택트>에 묘사되는, 고도로 발달한 기술과 지적이고 윤리적인 자아를 가진 외계 생명체들의 모습과 흡사할 것이다.
브레인스토머는 기술이 진보할수록 더 빛을 발하는데, 이유는 그만큼 공상의 영역을 현실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1세대 브레인스토머라고 할 수 있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인물을 생각해보자. 그의 상상력은 지금 봐도 어색하지 않은 놀라운 것들이 많지만, 당시에는 불가능했고 사멸될 뿐인 공상에 불과했다.
한때 ‘통섭’ 열풍이 불어 ‘인문학과 IT의 결합’이 중요한 이슈로 떠오른 까닭도 이와 같은 이유다. 불가능한 것에 대한 사유야말로 발전을 이루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다. AI 산업시대에는 위에서 언급한대로 불가능한 것을 실현할 수 있는 길이 많아지며, 따라서 공상의 영역을 잘 정의하는 이들의 상상력은 천금과 같은 가치를 지니게 된다.
사실 굳이 AI 산업시대가 아니어도, 혁신이란 예상치 못한 기술의 융합에서 빚어진 경우가 많으므로, 브레인스토머의 존재는 어느 시대에나 귀중하다. 따라서 미래 AI 산업시대의 플랫폼을 정의하고 기술의 융합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AI 산업시대가 도래했을 때 AI 기술을 바탕으로 무언가 새로운 것을 정의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브레인스토머는 유망한 존재다.
그렇기에 반대로 브레인스토머를 홀대하거나 발굴하려는 노력을 게을리 하면 그만큼 차세대 산업에서 뒤쳐지게 될 것이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끝내 세계에 주도권을 내줘버린 일본의 가전 기업들처럼 말이다.
AI 산업시대에는 브레인스토밍 만큼 중요한 것이 '문화'와 '여가'다. 잡무에서 해방된 인류의 관심은 궁극적으로 '삶'을 향하게 될 것이다.
한편, AI가 사람에게 반드시 헌신한다는 전제가 보편화 된다면, 브레인스토머와 마찬가지로 인간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직업들, 즉, 문화 관련 직업들도 떠오르게 될 것이다.
인간의 욕구를 충족하기 위한 활동들, 예컨대 사유의 영역에서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 물리적 영역에서 인간의 신체를 건강하게 만들고 육체적인 즐거움을 느끼게 해주는 이들(예컨대 요리사)은 반드시 중요한 직업군이 될 것이다. AI가 육체를 얻었다고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인간의 삶을 직접 살아보지 않으면 인간들만이 공유하는 감성이나 유머, 감각적인 느낌들을 창조해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4차 산업을 대비하고자 한다면, AI 관련 기술을 개발할 기술 인력과 더불어 브레인스토머, 그리고 문화적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인재들을 기르는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들은 4차 산업의 막바지의 일이기에, 당장은 크게 와 닿진 않는다. 브레인스토머라는 직업이 생겨나기는커녕 AI가 말도 더듬는 현재 수준에 이런 미래는 너무 까마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개인의 시선에서 그렇다는 것이고, 보다 조직적인 규모, 국가적 차원이나 기업의 전략적 차원에서는 고려해야만 한다. 미래 산업에 대응할 인력을 얻기 위한 시스템은 기술 발전처럼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니까. 그리고 설령 AI에 의한 산업 시스템이 세계의 표준이 된다 하더라도, 그 산업 시스템이 정착하기까지 그 인프라를 만드는 것까지는 여전히 인간의 몫이니까.
그래서 당장은 AI 산업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WAI를 개발하는 일처럼 표준 AI를 개발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AI를 통해 무엇을 할 수 있는 플랫폼을 개발하는 일도 중요하다. 그러면서 교육과정을 전면 수정해 4차 산업에 대응할 수 있는 인재들을 길러야한다. 기술개발 인력을 키우는 것만큼 삶의 질을 상승시킬 문화 역량을 키우는 일도 똑같이 중요하다.
결론적으로 다가올 4차 혁명, AI 산업 시대에서 우리가 선점해야할 영역은 크게 세 가지다. 첫째는 표준 AI를 개발함과 동시에 그 AI를 활용할 플랫폼과 시스템을 구축하는 일, 둘째는 AI 산업시대가 도래 했을 때, 사람들의 여가를 책임질 ‘문화’영역을 장악하는 일이다. 셋째는 다양한 기술의 통합을 도모하고 개념을 제시할 수 있는 ‘브레인스토머’들을 발굴하는 일이다.
첫째는 이미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해외 기업들에게 선두를 빼앗긴 상황이라 썩 좋지는 않다. 둘째와 셋째는 인터넷 환경과 관련 인프라가 최고 수준인 우리나라가 비교적 유리한 환경을 가지고 있는 편이다. 허나 아직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지는 않다. 이유는 AI 산업시대를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하는 집단이 없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과제들을 이루기 위해선 역시 정부의 움직임이 중요해 보인다. 단기간에 많은 자본과 인력을 통합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것은 국가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가 주도로 핵심 IT 기술을 가진 기업들을 묶어 IT 클러스터를 만들고, 대규모 자본을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그리고 미래 인재를 키우기 위한 전략 교육 과정을 신설하는 등 진정한 의미의 거버넌스를 실행한다면 단시일에 4차 산업에 대한 대응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들 스스로도 AI 산업에 대응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구세대 산업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기업이라면, 현재의 자본으로 미래를 개척할 준비를 해야한다. 이는 마치 석유 부국인 아랍에미리트가 오일머니를 통해 두바이에 관광산업을 일으킨 것과 같은 이치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공업, 철강, 석유화학 등의 기반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이들 산업 또한 AI를 기반으로 한 시스템을 준비하던가, 아니면 차세대 산업으로 기조를 바꾸는 결단이 필요해보인다.
AI 중심의 산업시대는 아직 갈 길이 멀고 과실이 여물기까지 오랜 시일이 걸리지만, 시도하지 않을 수는 없다. 가능성을 점치느라 망설이는 순간에도 어쨌든 세계는 AI 중심의 4차 산업 혁명을 향해 나아가고 있으니까. AI가 지혜를 얻고 육체를 얻은 후, 세상의 판도를 지배하고 있을 때는 이미 많이 늦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부터 준비해야만 한다. 앞으로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사람'이 필요한지.
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1) : https://steemit.com/kr/@pistol4747/8-1
브레인스토머가 미래를 이끈다 (2) : https://steemit.com/kr/@pistol4747/9-2
1,2,3편 모두 감사히 보고 갑니다. 급변할 미래에 대한 생각을 해보고갑니다 :) 오늘도 힘찬 하루 되세요 !
오늘도 저의 공상(?)에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우와! 장문의 글 입니다. 지난 회에서 궁금한 얘기들이 많이 해소가 되는군요. 잘 읽고 갑니다.
읽기가 불편하셨을텐데 그래도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Hi! I am a robot. I just upvoted you! I found similar content that readers might be interested in:
https://brunch.co.kr/@@1FmP/48
잘 보았습니다. 저랑 견해가 비슷하시군요!! 이런 견해를 서로 나눌수 있다는 게 참 즐겁습니다. 저도 조금 초점을 달리해서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과학 에세이]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1)
[과학 에세이] 미래에는 음성 언어가 사라질까? (2)
저의 가독력이 글을 따라가지 못해 팔로우를 해두고 천천히 잡지식님의 글을 탐독해볼 요량입니다 ㅎㅎ 꼭 시간 내어 글을 읽어보겠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이런 교류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