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무기로 보는 국제 정세 2 - 동북아

in #kr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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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무기로 보는 국제 정세 2 - 동북아

우리는 핵무기에 대한 이해를 하기 이전에 전쟁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그저 국가와 국가가 최후의 수단으로 결전을 벌이는 것이 전쟁일까? 더 정확하게는 전쟁이란 국가에 소속된 군중들이 그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상대국의 이익당사자를 모두 제거하는 일이다. 여기서 이익당사자라고 한다면 당연히 ‘사람들’이다. 어차피 인간세계에 구축된 모든 인프라와 자원은 사람이 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니까.

핵무기는 권력자들에게 아주 매혹적인 무기다. 그 무기 자체의 파괴력도 가공할 만하지만 방사능이나 EMP 전자기파를 이용해 인프라와 자원을 보존하면서 지도 위에서 인간들만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핵전력을 보유한 국가들이 ‘실천적 핵사용’에 골몰하는 이유도 어차피 전쟁이란 이익당사자만 제거하면 되는 것이므로 굳이 메가톤급의 전략핵을 투하해 도시를 초토화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정권이 적대적이어도 국민들은 무력 앞에 한없이 나약해지기 마련이므로 정권만 빠르게 굴복시킬 수 있다면 그곳에 소속된 국민들은 노예처럼 전용할 수도 있다. 일찍이 이런 사례는 식민지의 형태로써 흔하게 존재했었다. 국민이 아닌 국가를 절멸시키고 그곳 국민에게 살인적인 세금이나 수탈에 가까운 생산을 부과하는 것, 적국의 이익을 탈취하려는 국가라면 이러한 전략이 가장 좋은 것임은 틀림없다.

그런데 과거에는 인력이 중요한 탈취 대상이었으므로 식민지화가 전략국가의 중요 과제였다면, 현대의 중요한 탈취 대상은 자원과 운송로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력은 기계로 상당부분 대체되었고 자동화 공정은 산업 전 분야에 걸쳐있어 인간 생활에 필수적인 공산품을 제조하는 제조업은 더 이상 인력의 전유물이 아니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조에 필요한 자원과 그것을 운송할 적절한 운송로는 여전히 많이 필요하다. 미국이 채산성을 올려 셰일오일을 개발하거나 틈만 나면 원유수송로에 시비를 거는 이란을 아작 내려고 이를 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정의는 언제나 부수적인 것이다)

이쯤하면 이제 한반도에 시비를 거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도 얼추 눈에 들어온다. 한반도는 삼면이 바다인데다 대륙과 육로까지 이어진 끝에서 동해를 끼고 태평양 북부와 남부로 바로 이어진다. 게다가 북한 개마고원 일대는 희토류를 비롯한 미래자원이 상당한 규모로 매장되어있으며, 독도 아래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메탄 하이드레이트까지 잔뜩 매장돼있다.(일본은 이 자원에 관한 세계 최고의 정련기술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으로 태평양과 유럽 전역을 이어 전 세계 유통 핵심국을 자처하려고 한다. 실제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무수한 글로벌 기업의 공산품을 위탁생산하고 있다. 생산수단에 운송로(화웨이를 내세워 정보 수송망까지 차지하려고 한)까지 갖춘다면 중국의 파워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가하면 러시아도 중국과 똑같이 태평양과 유럽을 이어보려는 야심을 갖고 있다. 러시아는 막대한 천연자원을 보유하고 있고, 전 세계를 아우르는 천연자원 수송로까지 차지하면 앞서 중국의 사례처럼 막대한 파워와 이익을 지니게 될 것은 두말할 여지가 없다. 어디 운송로뿐인가, 북한은 앞서 언급한 수많은 미래자원까지 가지고 있다. 공식적으로 이 자원을 탈취해 대륙운송로에 마음껏 실어 나를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그림은 없을 것이다. 병법에도 이르듯, 전쟁에 나아가 군비를 대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국의 것은 아끼고 타국의 것을 탈취하는 것이니까.

미국은 일찌감치 이들의 야심을 간파했기 때문에 ‘항행의 자유’ 작전을 빌미로 남중국해 일대를 통제하고 있으며, 인도, 대만, 호주 등을 지원하며 중국의 항로 독점 정책을 견제하고 나아가 태평양출구인 한반도와 한때 철천지원수였던 일본에 미군 기지를 배치하여 중러의 화룡점정을 막고 있다. 실로 이 미국의 치명적인 한 수 때문에 중러는 늘 골치가 아프다.

그런데 중러가 꼭 운송로를 차지하려는 야욕 때문에 미국의 수에 아파하는 것만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핵전력의 균형에 있어서도 한반도는 아주 중요한 곳이다. 일단 러시아는 부동항이 드물다. 러시아는 고위도에 위치해 사시사철 바다가 얼지 않는 곳이 없다. 즉, 해군이 있어도 마음대로 운용을 하지 못한다. 러시아가 항공모함 등을 운용하다가 포기하고 대형 미사일 순양함이나 잠수함 전력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도 영토에 비해서는 바다 면적이 작은 편인데, 중요한 것은 중국의 바다는 사방이 섬 국가들로 둘러싸여 미군의 견제를 받기도 좋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인근의 섬들은 대부분 친미국가로 이뤄져있다. 해군 역시 중요한 핵투발 임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중러는 해군이 진출할 바다가 필요한 실정인데, 그러지를 못한다. 그런 점에서 대륙과 맞닿아있으면서도 태평양과 이어진 한반도는 그런 중러의 시선을 끌기 딱 좋은 곳이다.

헌데 이렇게 몸에 좋고 맛도 좋은(?) 한반도를 중러가 쉽게 삼키지는 못하고 있다. 왜일까? 한미일 공조(실상은 미국이 강제로 묶어놓은)로 그 진출로가 단단히 막혀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실 중러가 마음만 먹으면 정복하기는 어렵지 않은 나라다. 지상군 투입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거리도 가까워 단거리 핵전력으로 삽시간에 초토화가 가능하다. 그러나 그 점을 간파한 미국이 은근 슬쩍 발가락 하나를 한반도 위에 얹어놓았기에 자칫 공격했다간 미국의 발가락을 건드려 미국이 주먹을 휘두를 명분을 주게 될지도 모른다.(여기서도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보다는 미국의 전략적 명분을 얻는데 더 관심이 있음을 알아야한다)

그런 한편 일본은 공식적인 개발이 되지 않았을 뿐 ICBM과 MIRV 핵탄두를 언제든지 보유할 수 있는 나라다. 이미 다수의 인공위성을 탑재할 수 있는 독자적인 우주발사체를 개발했기 때문에 각도만 바꾸면 그게 곧 ICBM이 된다. 또한 일본은 핵무기의 재료인 플루토늄을 30톤이나 보유하고 있는데, 이것은 자그마치 6,00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핵무기 제조 과정의 대부분인 농축과정이 따로 필요 없으므로 무기화된 탄두 제작에는 한 달도 걸리지 않는다. 본래 플루토늄 보유는 국제적으로 금지되어있지만 일본은 ‘몬쥬 증식로’라는 플루토늄 핵 발전 눈속임(미국과 유럽이 눈감아준)으로 플루토늄 확보에 성공했다. 마치 북한이 연구용 원자로에서 농축 우라늄을 생산해냈듯이 말이다. 게다가 일본은 막강한 해상 및 공중 전력과 7함대의 기항 요코스카 항을 가지고 있어 상당한 대공방어능력과 해상차단능력도 가지고 있다. 7함대의 능력이야 말할 것도 없고, 일본은 일찌감치 다수의 이지스함을 보유했을 뿐만 아니라 공중 작전 능력을 획기적으로 증가시켜주는 조기경보기, 공중급유기를 다수 보유하고 F-35 개발에도 참여, 이착륙식 F-35B를 함재기로 쓸 수 있는 경항모까지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만일의 일이긴 하지만, 동북아 군비 전략의 핵심인 일본을 유지하기 위해 미국이 일본에게 핵무장을 용인한다고 하면, 일본은 가공할만한 핵공격 전단을 만들 수 있게 된다. 7척의 스텔스기 탑재형 항공모함 전단에 스마트 핵폭탄을 적재한다고 하면 SLBM 핵잠수함 편대를 비롯해 전략, 전술핵을 수백, 수천 기 이상을 해상에서 ‘조용히’ 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사정 때문에 일본은 중러에게 ‘공격을 쉽게 성공시킬 수도 없지만 치명적인 핵반격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데다 섬이라 해상전력을 뚫고 국토를 직접 침공하기도 난처한 성가신 상대’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일본은 미국이 패권을 유지하려고 하는(그로써 세계적 이익을 챙기려고 하는) 한 중러의 태평양 진출을 막는 최후의 ‘뉴클리어 펜스’로서, 또한 세계의 자원과 운송로를 독점하는 경계로서, 언제나 미국의 지지를 얻는다.

자 그렇다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전력이 한데 모인 동북아는 미국의 견제로 인해 핵위험이 완벽한 평형상태에 이르러 끝난 것일까?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