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 후 보유: 간단하지만, 쉽지 않다.

in #kr5 years ago

다음은 인도 다국적 페인트 기업 아시안 페인트(Asian Paints)의 2000년 5월 이후 19년 동안 주가 동향을 보여주는 차트다. 한 마디로 이 기간 동안 주가는 80배나 상승했다.

완전히 사후 확신 편향으로 움직이는 우리 머리로는 이 주식을 매수하고 19년 동안 보유하는 것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어쨌든 투자자가 할 일은 19년 동안 보유하고 있으면 됐을 일이다.​

투자가 이렇게 쉬웠으면 좋겠다.​

물론, 우량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후 장기간 동안 보유한다는 아이디어는 단순하다. 모두가, 심지어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역사가 반복해서 증명해주었듯이 대부분의 우량 기업들이 위 차트와 같은 길을 걸어왔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장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과정에는 몇 개월, 몇 년 동안 아무것도 안 하기 위한 수 백 차례의 결정이 수반된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주식을 매수한 후 20년 동안 잊고 지낸 끝에 엄청난 주가 상승으로 마무리되길 바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이런 동화 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어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의 반대쪽에는 아버지나 할아버지가 20여 년 전에 주식을 사놓고 잊어버리고 있었음을 알아챘을 때 거의 쓸모없이 돼버렸거나, 해당 기업이 망한 뒤인 경우도 수없이 많다.​

다시 아시안 페인트 이야기로 돌아와서, 다음의 차트들은 19년 동안의 주가 동향을 나타낸 것이지만, 2000년 이후 주가가 3년 단위(2000~2003년, 2003~2006년 등)로 어떻게 움직였는지 나눠본 것이다.​

거의 없겠지만, 이 주식을 19년 동안 보유한 투자자가 80배에 달하는 주가 상승을 누리기 위해 그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결정을 내려야 했을지 생각해 보자.​

이 투자자는 2000~2003년 기간 주가가 극단적인 변동성을 겪고 있을 때도 팔지는 않았다...

이어 2003~2006년 기간, 주가가 장기간 횡보한 후 급등하는 동안에도 팔지 않았다.

다시 2006~2008년 기간, 아시안 페인트를 팔고 전력과 인프라 부문의 급등주로 옮겨타고 싶은 유혹에 시달렸고, 2008년 위기로 주식 시장 전체가 급락한 모습을 보고도 팔지 않았다...

2009~2012년 위대한 반등 기간, 주가가 거의 5배 상승하면서, 고평가 영역에 도달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팔지 않았다.

2012~2015년 기간,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는 와중에 애널리스트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경기 둔화와 저조한 전망 속에서도 여전히 팔지 않았다.

2012~2018년 기간, 루피화의 평가 절하와 유가상승으로 원료 가격이 상승하고 그에 따라 사업의 수익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새로운 우려가 악화되고 있을 때에도 여전히 팔지 않았다.

물론, 이 투자자는 19년 기간 동안 수많은 심각한 결정 외에도, 주식을 팔지 않고 계속 보유해 나가기 위해서 또 다른 많은 소소한 결정을 내려야 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상황과 싸워나갔을 것이다.​

  • 매분, 매일, 매주, 매달 그리고 때때로 시간이 흐르면서 주가가 10% 또는 20% 하락했다고 보여주는 시세 표시기,
  • 주가 폭락 이후 손실에 대한 두려움과 그나마 남아있는 수익이라고 실현하고픈 유혹,
  • 인기주에 투자해 빠르게 수익을 챙겼던 동료 투자자들의 비웃음,
  • 주가 급등 이후 "장부상 수익"을 실현하고픈 유혹,
  • 주식을 팔고, (2006년과 2007년의 전력과 인프라 부문처럼) 빠르게 상승하고 있던 다른 주식으로 갈아타고픈 생각,
  • 주식을 팔아 포트폴리오의 비중을 재조정하라는 재무 상담사의 조언,
  • 주가가 2배, 5배 또는 10배 상승한 이후 팔고 싶은 생각,
  • 다음 몇 분기 동안 사업이 악화될 것이라는 언론 보도 등등.​

간단히 말해, 19~20년 동안 아시안 페인트(또는 이와 유사한 기업)의 주식을 보유한 끝에 엄청난 부를 일군 이 희귀한 투자자에게 그 과정은 단순한 매수 후 보유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사실, 이렇게 장기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행동을 위해서는 수없이 많은 소소한 결정과 이를 통한 궁극적인 결정이 필요했다.​

장기 투자의 힘을 믿지만, 우량 기업의 주식을 매수한 후 보유하는 결정이 손쉽다고 생각하는 투자자에게 아주 귀중한 교훈이다.​

기업은 때때로 바뀌며, 그에 따라 해당 기업에 대한 정서가 바뀌고, 주변의 다른 투자자들의 행동 역시 바뀌며, 주식 시장과 포트폴리의 조건도 바뀌게 된다. 따라서 여전히 우량한 기업이더라도 계속해서 보유해 나가는 일이 말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닌 이유다. 그리고 투자자가 주식 시장에서 투자하면서 길러야 하는 가장 중요하지만 어려운 기술 중 하나가 인내심인 이유다.​

조지 베이커는 "100 to 1 in the Stock Market"에서 이렇게 말한다:

주식 투자로 돈을 벌기 위해서는 "주식을 알아보는 비전,
해당 주식을 살 수 있는 용기 그리고 계속해서 보유할 수 있는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이 세 기질 중 인내심이 가장 귀하며, 개발하기 쉽지 않은 기술이다. 하지만 일단 길러지고, 가질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 훌륭한 보상으로 다가온다.​

이것이 바로 주식 시장에서 부가 창출되는 방식이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리는 따분한 일일뿐이다.​

우량 기업이 계속 우량한 상태를 유지할 때까지 보유하는 것이 타당하다. 우량하지 않다면, 부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파괴할 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방식은 간단하면서도 쉽다!​

자료 출처: Safal Niveshak, "Buy and Hold: Simple, NOT Ea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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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난 분석이네요.+_+
전 지켜보기 힘들어서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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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아예 사고 나서 금고같은데 넣어두고 차트는 보지말라고들 하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