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관으로 글씨를 마무리짓다

in #kr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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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씨를 쓰고나면 가장 마지막으로 낙성관지(落成款識), 줄여서 낙관(落款)을 한다. 낙관은 상대적으로 크게 쓴 글씨의 마지막 바로 아래나 왼쪽에 위치한 작은 글씨에서부터 인장(印章)을 찍은 것 까지 전체를 말한다.(작은 글씨라고 하면 작은붓으로 쓸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글자크기가 엄청 차이가 나지 않는한 큰 글씨를 썼던 붓 그대로 작은 글씨도 쓴다.) 낙성은 완성 또는 마무리를 의미하고 관지는 주로 과거 청동기인 종정(鐘鼎)이나 이기(彛器)에 새겨져있는 명문(銘文)을 말하는데 현대에 와서는 문자를 일컫는 말로 인식되고 있다.

청대(淸代) 초기, 1679년에 발간된 개자원화보(芥子園畵譜)에서 낙관에 대하여

落成款識之省略 書畵完成時 作者加寫姓名年月 或詩句印鑑於其作品之上 謂之落款
(낙성관지의 생략된 말로서 서화완성시 작가가 성명,연월일 등을 기재하고 혹 작품 위에 시구나 인장을 날인하여 넣는 것을 일러 낙관이라 한다.)

라고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흔히 낙관이라고 하면 인주(印朱)를 묻혀 날인하는 것을 떠올리는데 이것은 인장을 의미할 뿐 낙관에서의 한 행위에 지나지 않는다. 서실에서는 글씨를 쓰고 항상 낙관을 하였다. 낙관은 어떤식으로 써야하는지 정해진 것은 아니고 쓰고싶은대로 써도 된다. 예를들면, 무엇을 썼는지나 글씨를 쓴 날의 감정상태를 써놓기도 하고 선물을 하기 위함이라면 누구누구에게가 붙기도 한다. 가장 짧게는 이름만을 써놓기도 한다. 최소한 누가 썼는지는 알아야 하기 때문에.(주로 후배들을 지도하기를 좋아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선배가 중시하였다.)

기초를 벗어나 세번째 작품전에 이르면 작가로 활동하시는 기수 차이가 큰 선배나 직접 지도해주는 선배로부터 호(號)를 받고 낙관석, 즉 인장을 갖게된다.(작품전이 1년에 세번 있었다.) 한자를 쓰면 한자로 짓고 한글을 쓰면 한글로 짓는다. 호는 쉽게 말하면 별명같은 것이다. 남이 지어주기도 하고 본인 스스로 짓기도 한다.(나에게도 선배로부터 받은 개인적으로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는 호가 있다.)

낙관석은 보통 첫머리에 찍게되는 두인(頭印), 호를 새긴 호인(號印), 이름을 새긴 성명인(姓名印)이 한 세트다. 두인은 주로 본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문구나 좌우명 등을 새긴 것이고 작품에서 처음 시작하는 글자의 오른쪽 위 가장자리에 찍는 것이 보통이며 만약 첫글자가 획이 많은 글자라면 첫글자와 다음글자 사이 오른쪽 끝에 오기도 한다. 호인은 주로 양각(陽刻)으로 하여 글씨 이외의 부분을 파고 성명인은 음각(陰刻)으로 하여 글씨만을 판다. 양각으로하면 인주를 묻혀 찍으면 글자만이 묻어나오므로 주문(朱文)이라 하고 음각은 백문(白文)이라 부르기도 한다.

낙관의 마지막에는 호와 이름을 쓰고 바로 아래에 성명인을 찍고 마지막으로 호인을 찍는다. 낙관 하는 공간이 많지 않으면 이름은 생략하고 호만을 쓰기도 한다.(진짜 인장을 찍고 안찍고의 차이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작품을 두드러지게 보이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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