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눈
지하철이 정거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가장 계단과 가까운 문앞에서서 스크린도어가 열리자마자 성큼성큼 두칸씩 계단을 올라 개찰구를 빠르게 지나 4번 출구로 향했다.
인생의 2할을 지하철에서 보내게 될 뚜벅이로써 할 수 있는 최선의 절약을 하고 싶어서 였을까?
아무 특별할 것 없는 퇴근길 이었지만 괜히 서둘렀다.
쫓기듯이 역을 뛰쳐나와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도착한 마을버스에 환승을 찍었다.
그리곤 최대한 빨리 내리기 위해 버스 뒷문 안전바에 몸을 기댔다.
생각해보니 오늘은 이상하리만치 타이밍이 잘 맞는 날이었다.
출근길부터 엘리베이터, 신호등은 물론이고 심지어 하루 전 이탈리아에서 직구한 신발의 비행기 타이밍마저 잘 맞아 이틀 안에 배송이 될 것이라는 UPS의 전화도 받았다.
이제 이 사거리만 지나면 집에 들어가 뉴스룸을 볼 타이밍을 정확하게 맞출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찰나 버스에 비둘기 한 마리가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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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9시간 2교대로 운행하느라 화장실을 갈 틈이 없어 생기게 된 방광염 때문에 흐려진 판단력 때문이었을까.
버스기사는 사거리에서 해서는 안될 행동을 해버렸다.
기사가 브레이크를 밟는 순간 버스의 방향은 꺾였고, 맞은편에서 타이밍 좋게 달려오던 새빨간 광역버스가 정확히 차량의 옆구리를 들이받았다.
몸이 붕 뜨는 찰나가 느껴지며 산산히 부서진 유리조각들과 각종 소지품들이 무중력 상태의 우주선 내부처럼 사람들과 뒤엉켰다.
나는 좌석에 앉아있던 이름 모를 아주머니의 장바구니에서 튀어나온 계란과 부딪히기 싫었다.
단지 그래서 고개를 돌렸을 뿐이다.
그런데 이 미련한 비둘기는 기어이 나와 씨뻘건 눈을 마주치고 말았다.
이런글에 추천이 없는게 아쉽네요. 추천합니다. 그리고 좋은글 고맙습니다.
감사합니다^^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오 장면이 연상되네요
감사합니다! 상상력이 좋으신가봐요
묘사가 참 좋습니다 :)
감사합니다:D
심리학에도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