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일기] 중독자들은 가족이 있어 힘들고 가족이 있어 버틴다
#2019년 5월29일 회복일기
영화 '뷰티풀 보이'. 아버지는 아들의 중독치료를 돕기 위해 애쓴다. 중독자가 아닌 중독자 가족의 시선에서 중독자를 바라보는 영화이다. 나는 '뷰티풀 보이'가 될 수 있을 것인가.
중독자들의 이야기 모임에 참석했다. 이 모임은 내게 안식처다. 내가 솔직한 말을 털어놓을 수 있는 공간, 내게 솔직한 말들을 털어놓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 일주일에 한번씩 참석하는 이 모임이 내게는 지금 가족만큼 소중하다.
오늘은 중독을 앓고 있는 어떤 이의 가족들이 모임에 함께 참석했다. 중독을 알고 있는 청년의 어머니는 울면서 우리 앞에 고백했다.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면 안되기에, 이곳 일기장에도 기록하지는 못한다. 다만 어머니는 한없이 울었고 우리는 그 울음소리를 함께 들었다. 그가 울게 하는 게 치유이고, 그의 울음소리를 듣는 것이 나와 우리의 치유다.
어머니의 울음 뒤, 저마다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어떤 중독자에게는 가족이 없었나보다. 병원에 입원해 있을 때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같은 병실을 쓰는 어떤 중독자에게 가족이 찾아와서 밥을 먹고 갔나보다. 보호자가 밥에 반찬도 올려주면서 함께 웃고 그렇게 보내는 병실 동료의 모습이 그에게는 부러움으로 다가왔나보다. 부러움은 질투로 변한 것일까. "너에게는 이런 가족들이 있는데 뭐가 그렇게 힘들다고 하냐. 나는 너처럼 가족도 없다." 병실 동료에게 쏘아붙였던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다.
그래. 나에게는 가족이 있다. 나는 어떤 면에서 좀더 나은 조건에서 회복중일까. 가족이 있으면 분명 그렇다. 지켜야 할 가족이 있다는 것, 실망시켜서는 안되는 가족이 있다는 것. 이것은 중독자에게 분명 커다란 버팀목이 된다. 가족이 없는 중독자는 그래서 가족이 있는 중독자를 질투하는 것일테다.
가족은 때로는 평생의 아픈 기억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그 아픔이 중독자에게는 회복약이다. 저마다 경험한 그 회복약들, 그리고 한 중독자의 고백. "저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약을 했어요.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해 있었는데 저는 아버지에게 거짓말을 하고 필로폰을 투약하러 갔어요. 아버지는 보름 후에 돌아가셨어요. 교도소에서 백팔배를 올리며 사죄했어요. 아버지 이렇게 가시면 어떡합니까." "저는 아버지가 병원에 찾아오는 게 싫었어요.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찾아오는 아버지를 보는 게 싫었어요. 가족들이 나때문에 가슴 아파하는 걸 보는 것도 싫었어요."
나는 아직 저런 경험들이 없다. 병원에 입원할 정도로 심각한 중독을 경험해보지 못했다. 중독자인 자식을 걱정하며 병원을 찾아오는 부모는 어떤 심경이고, 부모를 바라보는 자식의 심경은 어떠할까. 저들로부터 나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저들은 내게 충고하는듯 하다. "다시는 마약하지 마세요. 그러면 부모님께 더 큰 아픔을 가져다 줄겁니다." 아마 이런 것일까.
이상하게 이날 모임에서는 계속 한숨이 나와 참느라 힘들었다. 심호흡을 계속 해야만 겨우 진정이 되었다. 정말 이상한 날이다. 가만이 앉아 있는데도 손이 떨린다. 왜 가슴이 뛰는 걸까. 당황스럽다. 배고파서 그런걸까. 마약에 절어 있던 육신이 생존의 본능으로 깨어날 때의 느낌이 꼭 이랬다. 손이 떨리고 온몸에 힘이 없다. 기분 나쁜 몸의 반응들.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도 파르르 떨리는 몸의 반응을 느낀다. 갑자기 마약이 너무나 하고 싶어진다. 이런 때 누가 마약을 하자고 제안하면 훅 넘어간다. 에스엔에스(SNS)로 누군가가 마약을 암시하는 단어를 보내온다. 외모가 매력적이다. 고개를 저은 뒤 그를 차단해버렸다. 정신과 예약 날짜를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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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마주하는 그 "싸움"이 힘겹겠지만 조금만 더 힘을 내시길 바래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