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nology] 그 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
최근에 '그거 해봐야 안되요'라고 말하는 부하 직원에게 일을 시키는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었습니다. 피식했지요. '저건 내가 십년 전에 제일 잘 했던 말인데...' 당시에 상사가 시켰던 일이 하기 싫었고, 그 일이 물리적으로 왜 안되는 지를 설명하기 위해 자료를 만들어가며 준비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상사한테 대판 깨졌었고, 그 때 들었던 말이 '교과서에 있는 내용으로 설명하지 말라' 였던 것 같습니다. 아니 엔지니어가 이론을 무시할 수 있는 건가, 혼자 툴툴 거리면서 결국 그 일을 착수 했었지요.
십년이 지났고 이제 제가 반대의 입장이 되었습니다.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기획했고, 안되는 일인 줄 알면서 부하에게 일을 시켰습니다. 그래도 예전 저의 상사와 조금의 차이는 두고 싶었기에, 안되는 일을 하는 것이 왜 중요한 지를 설명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면서 말이죠. 비슷한 고민에 빠질 것이 분명한 미래 엔지니어 분들에게 제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전에는 휴대폰 모양이 이랬습니다. 저기 빨간색 원으로 표시된 부분이 안테나 구요. 안테나는 공기 중의 무선 신호를 휴대폰 내부로 연결하는 역할을 합니다. 휴대폰에서 절대 없어서는 안될 부품이지요.
시간이 지나면서 이 안테나는 점점 작아졌고, 얼마전부터는 아예 외부에서는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휴대폰 내부로 들어갈만큼 작아져 버린 것이지요. 만약 20년 전에 누군가 저에게 안테나를 휴대폰 내부에 넣으라고 일을 시켰다면, 전 또 자신있게 말했을 겁니다. '물리적으로 불가능 합니다.' 라고... 그리고 안 되는 이유를 열 가지 쯤 준비하여 발표 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열 가지 이유가 지금은 틀렸을까요? 아닐 겁니다. 휴대폰 내부의 안테나 성능이 나쁘다는 사실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바뀐 것은 환경 입니다.
과거에 수 km마다 박혀 있던 통신사 기지국들이 지금은 수백 m마다 설치되어 있습니다. 공기 중에 날아다니는 전파의 세기가 커지면서, 휴대폰 안테나가 좋은 성능 가지지 않더라고 통신에는 문제가 없어진 것이지요. 오히려 휴대폰의 디자인이 중요시 되면서, 보기 싫은 안테나는 성능이 떨어지더라도 휴대폰 속으로 들어가야만 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 어려운 조건에서 최선의 성능을 확보하기 위한 안테나 엔지니어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20년 전에 제가 안테나를 휴대폰 내부에 넣는 기술을 연구하고 특허로 썼었다면, 지금 아마 부자가 되었을 겁니다. 따지기 좋아했던 제게는 안 왔을 기회지만요. 과거에 필요 없던 기술이 환경이 변하면서 중요한 기술로 된 사례는 많습니다. 당장의 성공 가능성만 보면서 선택을 하면 놓치는 많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좋은 엔지니어가 되려면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한번 더 살펴보는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