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6일, 오션 프로토콜 밋업에 크게 실망하다.steemCreated with Sketch.

in #kr6 years ago (edited)

4월 26일에 곧 (5월 1일) 비트렉스에서 IEO를 한다는 오션 프로토콜이 주최하는
데이터 이코노미 밋업에 참석했습니다.
오션 프로토콜, 마인비 두 업체가 발표를 하는 밋업이었습니다.
저녁 시간에 신사역 근처에 있는 코너스톤 라운지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이런 꽤나 쾌적한 장소였습니다. 양 옆으로 테이블석도 있어서,
이때까지만 해도 상당히 괜찮은 장소고 밋업이 될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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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긴 샌드위치와 과일이 들어있는 식사를 제공했습니다. 물과 함께.
식사는 그냥 무난했습니다.
밋업 주최들은 샌드위치를 좋아하지만, 참석자들은 싫어하는 편이죠(너무 자주 먹어서).

7시 반보다 약간 시간이 지나서 밋업이 시작했습니다.

이날 시간 문제로 백서를 읽고 가지 못했는데, Daryl Amold CEO는 아무런 예고 없이 빠른 영어로 설명을 하더군요. 크게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날 밋업을 주최한 BCS란 업체는 그게 괜찮다고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듣는 사람들은 당연히 통역을 기대하고 갑니다. 한국이니까. 이날 영어임에도 미리 안 알려준 부분을 참석자가 지적했고, 주최측에서 사과는 했지만 사람들은 경청하지 않고 발표 듣기를 거의 포기하는 분위기였습니다.

화려한 비즈니스의 함정

보통 많은 업체들이 밋업에서 잘못하는 부분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가장 화려한 비즈니스를 소개하면서 해당 비즈니스가 블록체인으로 올라오면 얼마나 쓰기 어려운지, 그걸 어느 정도로 현행 웹 서비스 수준으로 따라맞춰 놓아 사업이 문제가 없을 것인지라는 제일 중요한 설명을 뺍니다.
오션도 데이터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파킨슨병 치료 임상에 대한 예시를 들어줍니다.

기초지식 없이는 다소 어려운 내용이라 약간의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파킨슨병은 신경이 퇴행하는 질환입니다. 보행이 동결되거나, 뻣뻣해지는 등 활동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약이 잘 들을 때 on, 듣지 않을 때 off라고 하는데, 이런 off가 얼마나 지속되는지, 운동장애, 운동완만 등의 증상이 언제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임상시험에서 약물요법 효과 판단을 위해 측정해야 하는데, 그동안 환자의 기록지에만 의존해 왔습니다.


파킨슨병 환자가 기존에 써 오던 개인 일지에 따라 의사가 약물요법을 할 경우 개선율이 60%라고 합니다.


그래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붙여 실시간으로 환자의 컨디션을 확인하는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환자마다 다른 신체의 3D 패턴을 인식하고 모션 데이터를 만들 수 있는 장치입니다.


위 그림에 나오는 Raw Motion data는 각각 의미하는 상태(on, off, dys 등)가 있고, 이 임상 라벨링이 모션 데이터를 분석하면 가능하다고 합니다.


이걸 3층의 단계 모델로 바꾼 후, 이렇게 시간에 따른 그래프를 만들어냅니다. 이런 데이터로 음식, 수면, 운동이 주는 영향까지 분석한다고 합니다. 또한 올바르게 모션 캡쳐하는 시간대가 93%에 달한다고 설명하였습니다.


이러한 연구들은 사실 Ocean Protocol이 뒤에 '참여'한 것이고, Connectedlife라는 오션의 파트너사에서 하고 있던 것입니다. 오션이 제공하는 것은 환자가 생성한 데이터가 보안성을 유지하면서 개인정보 누출 없이 공유되게 하는 기술입니다. 즉 오션이 여기서 하는 일은 이렇게 생성된 데이터를 마켓플레이스에 올리고, 다른 파킨슨병 임상시험 업체에서 구매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Connectedlife는 Azure 응용프로그램으로 해당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게까지 만들어 놓았습니다.
안 풀리는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Connectedlife는 이 자료가 모델 트레이닝에 필요한 업체가 있다면 판매가 가능할 것입니다. 그리고 Ocean Protocol이 제공하는 것은 이 데이터가 아니라 이 데이터의 마켓플레이스 업로드 방식, 그리고 마켓플레이스이므로, 데이터가 필요한 구매자는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등장하는 이 어려운 방식을 외면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Connectedlife는 오션에 목을 맬 필요가 없어집니다. 현재는 파트너로서 같이 좋은 시도를 하고 있지만요.

또 하나. Ocean Protocol은 판매하는 데이터의 가짓수가 많아야 융성할 수 있습니다. 이 한가지 예시가 만에 하나 잘 되었을 경우에도, 하나가 오션에 충분한 유즈 케이스를 가져다 줄 수 있을까요? 오션의 유즈 케이스는 이 데이터를 누가 사서 썼다 가 아니라, 오션을 통해 데이터의 판매가 충분한 수로 이루어지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입니다. 말하고자 하는 것은 데이터 자체의 훌륭함이 아니라, 마켓플레이스로서의 매출 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아직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결론적으로 관계의 영속성이 미지수인 파트너사의 연구에 이렇게 장시간 공을 들이는 것은 우리가 이만큼 기술적으로 우월하다고 호도하려는 선동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리는 해당 자료가 올라오는 마켓플레이스일 뿐이라는 설명은 어디에도 없었고, 보는 이들은 해당 데이터를 만드는 R&D 업체로 오해하기 충분했습니다.

펀딩은 왜 커야 했는가


오션은 의료데이터를 포함, 데이터를 가진 이들이 통제권을 상실하면서 제3자(브로커, 커스터디 등)을 통해 판매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점에 착안, 마켓플레이스를 탈중앙화시켜 개개인의 통제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또한 이해관계자에게 펀딩이 들어가면 모델 트레이닝 용 데이터 생성과 공유가 가능하지만, 스타트업에게는 큰 돈이 없습니다. 그게 마켓플레이스에 펀딩을 받게 된 이유인 모양입니다. 단 총 하드캡이 400억 가까이 되는 어마어마한 펀딩을 하는 만큼, 특히 펀딩이 다 되는 경우 더 금액 집행에 유의해야 되는 케이스입니다. 블록체인은 팀의 도덕성을 박제하지는 못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내용은 밋업에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딱 윗 문단까지.

파트너사는 사용처가 아닌 계획처부터


추가로 나온 싱가폴 중고차 업체 관련 예시는 위 사이트의 곳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에 중고차 관련 정보를 제공하여 매매를 돕도록 계약이 체결된 모양입니다. 실제로 MOBI의 일원으로 오션 프로토콜이 있는 것을 보면 자동차 주행 데이터를 취급할 생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서 쓰는 사례는 중고차의 싱가폴 정부와 연계된 벌금 이력, 사고 이력 추적 등을 통해 실제 중고차의 이력 정보를 파악하는 용도입니다.


단 사용처와 계약이 되었지만, 데이터 제공처와는 아무 진행이 안 된 모습입니다. 싱가폴 정부하고도 이야기했고, 아우디 BMW와 워크샵 했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실제로 진척된 것은 없습니다. 그 깨기 쉽다는 MOU조차 없습니다. 이 그림을 두고 열심히 설명을 해 주었지만, 컨셉일 뿐입니다. 데이터 제공자 중 메이저한 업체들은 자신들이 직접 데이터로 수익을 올릴 수 있기에, 이러한 컨셉에 쉽게 동의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이론적인 제공은 가능하되 실질적으로 비즈니스를 여기에서 할 생각은 없을 것이구요. 국내 유수 자동차 데이터 관련 프로젝트들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부분으로 알고 있는데, 숱하게 이미 봐온 이런 컨셉의 앞날을 밝게 볼 수 있을지 의문스러웠습니다.

MNC(다국적기업)가 밥먹여주지 않는다.

끝에 자랑한 내용 중 단연 돋보이는 것은 파트너였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로슈, 존슨앤 존슨, 유니레버 등의 기업들이 보이고, 정부 기관과도 같이 뭘 하는가 봅니다.
하지만 제가 확인한 결과, 로슈나 존슨앤존슨 같은 회사들은 Connectedlife의 파트너입니다. 즉 데이터 생성 임상 사례에 대한 파트너이지, 앞으로 주기적으로 임상시험을 통해 발생하는 데이터를 계속 주겠다는 의미의 파트너쉽은 아니어 보입니다. 파트너는 누구냐도 중요하지만 어느정도의 범위를 가진 파트너인가가 더 중요하지 않겠나 생각합니다. 안그러면 로고빨에 그칠 수 있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에 '싱가폴에서 사업하기 때문에 로슈, 존슨앤 존슨 등과 파트너쉽이 가능했다' 라고 언급한 것에서도 이러한 맥락이 드러납니다. (이날 내용을 발표한 CEO는 Connectedlife 에서 일했던 이력이 있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이 내용을 자세히 발표한 것.)
정부 기관 파트너의 경우, 우리나라에도 흔히 있는 '정부과제사업' 건입니다. 따라서 오션 프로토콜이 가는 방향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습니다(다만 우리나라처럼 프라이빗 체인에 국한된 사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애매한 로고만이 아닌 내용을 보여주어야 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규모와 실질에 대해 의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장표는 이거였습니다. 비트렉스야 IEO를 하니 파트너로 올릴 수 있다고 합시다. 바이낸스?
https://www.binance.com/en/blog/320857922890203136/BUIDLing-Innovations-Across-the-Globe-Incubation-Program-Season-2
바이낸스랩 행사에서 오션프로토콜 CTO가 멘토로 참여한 내용을 본 적이 있고, 여기 나오는 다수의 프로젝트가 바이낸스에 상장한 것은 알고 있습니다. 다만, 바이낸스가 상장 전에 파트너라고 운을 띄울 수 있는 곳인가요?
이 부분은 바이낸스 측 확인도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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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렉스에 상장하게 되면 한국 최고의 유동성을 가진 거래소인 업비트에도 같이 올라가게 됩니다. 아무래도 한국인에게 직접 노출이 많이 될 프로젝트입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한국에 마케팅 하는 업체는 책임감을 가지고 밋업의 방향을 잘 설정했어야 합니다. 외국에서 40여번 이런 밋업을 주최했다면, 비난의 목소리를 안 들었나요?

발표한 대표님의 말 속도는 심각하게 빨랐고, 알아듣기 어려웠습니다. 일부 학계 출신 과학자들이 와서 밋업하는 경우, 한국인 다수가 알아듣기 좋게 하기 위해 굉장히 또박또박 느리게 설명을 해줍니다. 그들이 영어로 빠르게 말할 수 없는게 아닙니다. 최소한 영어로 말하려면, 말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의 배려해주는 게 불가능했을까요?
더군다나 질문을 받으면서 앞으로 뒤로 계속해서 몸을 흔들며 설명을 해서 집중력이 많이 흐트러졌습니다. PPT가 떠 있을 때는 PPT 화면을 더 열심히 보는 청중이 많지만, 질문을 받을 때는 오롯이 화자에게 시선이 집중됩니다. 마치 움직이는 데 더 신경을 쓰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자세 면에서도 영 좋지 못했습니다.

이런 밋업은 앞으로 다시는 안 봤으면 합니다.

그런데, 이날 밋업은 이 프로젝트만 있는 게 아니었고....
이 다음 발표한 프로젝트는 정말로 먹던 샌드위치를 던질 수준이었는데....

<2부 마인비 편에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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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코박봇 입니다.
보팅하고 갑니다 :)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정성스러운 후기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