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그날'의 기억
(주의 : 순수하게 하찮은 기억력에 의존하여 적는 글이므로 많은 기억의 왜곡이 있을 수 있습니다.)
정확한 날짜는 모르겠고, 2008년 하반기의 어느 하루였다.
그때 한창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화제의 인물이 미네르바였다.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쓰는 익명의 예언가.
우리나라 경제의 아주 비관적인 예측을 내놓은 사람이었는데 실제로 국외, 국내의 분위기가 안좋아 지면서 미네르바의 글은 '흔한 인터넷의 소설' 에서 '혜안을 가진 예언가의 예언서'로 그 격이 올라갔다.
리만브라더스, 서브프라임 모기지, 강만수 등등 그때의 중요 키워드들이 몇개 떠오른다.
당시 미네르바 라는 단어를 들으면 내머리속에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었는데
- 나이가 중년을 넘어선 젠틀한 동양계 남자.
영국에 거주 (그냥 단순히 내느낌에 월가는 아닐거 같았다. 미국은 한번도 못가봤지만 월가는 왠지 날티나니까... 영국! 그래영국이다. 뭐 이런 말도안되는 결론을 내림)
금융계의 유력가, 또는 엄청난 재력가. 일선에서 물러났을수도 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인물.
아침에 vip멤버쉽 피트니스에서 가볍게 땀을내고 한손엔 잉글리쉬 블랙퍼스트 티를 홀짝이면서 다른손으로는 영자신문을 훑어보는...
큰 성공을 이미 이루어놓아 세상사가 하찮게 보이는 그이지만 새로 재미를 붙인 취미가 다음 아고라에 <예언서>를 쓰고 달리는 댓글들을 보는것.
(지금생각해보니 얼굴이 화끈거릴정도의 저질의 상상력이구나...)
아무튼 이런 느낌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고구마 파는 노인이라고 자기를 표현했는데 그 고구마가 그들(금융계)이 사용하는 은어라나 뭐라나.. 은유적표현이다라는 평가가 대세였다.
(나도 사람이 저렇게 겸손하구나 하면서 감탄을 했었다.)
'그날' 평소 자주보던 주식방송을 보는데 그날의 종가 지수를 맞히는 시청자 참여 코너가 있었다.
뭔가 느낌이 좋지않다고 느끼면서 시간이흘러가는데...장 마감시간이 가까워오면서 주식시장의 공포는 극에 치달았다.
시청자들이 저마다의 예상 지수를 내놓았는데 그날의 종가를 맞춘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내놓은 예상보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마지막 종착점은 한발짝 더 내려갔으니... 가장 비관적인 예상보다 현실은 더 좋지 않았다는 얘기다.
(역시 개미들의 예상을 벗어나는게 시장이구나...)
그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학창시절 친구로부터의 전화가 왔다.
"바닥같지 않아? 나는좀 사려고. 말도 안되게 많이 떨어져서 지금 청산가치에도.... (뭐라 블라블라 설명..결론은 강한 뽐뿌질)"
결국 귀가 팔랑거리다가 동기를 따라 이삭줍는 여인이 되서 바닥에 내팽겨쳐진 주식을 주어담았다.
공포가 방금 쓸고간 직후에...
'아이고 많이도 버리셨네... 줍자 주서...'
사람들이 버리고 마구 밟고 다녀서 신발자국이 어지럽게 찍혀 있는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때는 기업분석이고 뭐고 필요없다. 날고 기는 잘난 전문가들보다 더 저점에서 사는걸뭐...)
한~~~~참을 지나고 나서, 그때를 누구나 평가하길 둘도없는 기회 였다고 한다.
누구는 당시 대출까지해서 과감한 투자를 했고, 소위 대박이 났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리스펙트! 그런분은 드셔야됨)
이런 이벤트가 자주 있는건 아니지만 과거에도 있어왔고, 물론 앞으로도 있을것이다.
문제는 내옆에 기회가 왔을때도 남들이랑 똑같은 감상에 빠져있으면 못본다는거지만 ...
안녕하세요. 글 잘 잃고 맞팔하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구경가겠습니다.
미네르바... 그 때 난리였죠... 리먼사태가 10년전인데... 올해 그런 이벤트가 또 올란지 모르겠습니다... 그 때는 잘 주워담아보자고요... 불금 되세요...!!!
기회가와도 전 누가 옆에서 뽐뿌질을 안해주면 안돼는데...ㅋㅋ 좋은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