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파일 감상기
이재명 파일 감상기
.
이재명 파일 드디어 들어 봤다. MBC 앞에서 누군가 트럭 몰고 와서 그걸 틀면서 생난리를 부리며 이재명이 욕한 거라며 뭔발 뭔찢을 목이 터져라 외치고 있길래 혀를 끌끌 차고 들어와 나돌아다니는 음성파일을 들어 봤다.
.
욕설을 한 건 이재명이 잘못한 게 맞다지만 꼼꼼히 들어보면 형수라는 분이 이재명의 성깔을 알고 살살 긁는 게 보인다. 그리고 내용을 찬찬히 보면 먼저 해서는 안될 일을 한 건 이재명 지사의 돌아간 형이다. 코흘리개 애들도 자기 부모 욕하면 돌멩이 쥐는 판에, 아무리 뭐가 틀어져도, 자기 낳아준 어머니에게 해서는 안될 말이 있는 건데 형이 그걸 먼저 했다. 어머니한테. 저 유명한 '찢'도 결국 어머니에게 형이 한 거더만.
.
그건 나 같아도 돈다. 형이고 형수고 어디있나. 이재명의 욕설이 오히려 점잖게 들릴 정도다. 나 같으면 형수가 저렇게 침착하게 대응하지 못할 만큼, 기가 질려 엉엉 울어 버릴만큼 욕설을 퍼부었을 것이다. 녹음 속 형수는 지나치게 차분한데 그건 녹음기 버튼을 누른 이의 자세다. 이명박 흉내 내면 내가 해 봐서 안다.
.
레코드 버튼 누르고 살살 약올리면서 절대로 내가 책잡힐 일 없게 "욕하시면 안됩니다." 하면서 (사람이 참 희한한게 욕하시면 안됩니다 그러면 더 욕한다) 그리고 존대말 극진하게 써 주면서 (희한하게도 더 흥분한다) 아픈 곳을 콕콕 찔러 주면 내가 원하는 말을 해 주는 것이다. 완강히 가정폭력 부인하던 사람이 "내가 팼다 왜 슈발라마"가 터져나올 때의 그 쾌감.(?) 형수도 그러고 있었던 거 같다.
.
이재명이 욕설한 거 자체는 별 문제가 없다고 본다. 어머니한테 패륜적 언사를 퍼부은 자식은 더한 욕도 먹어도 된다. 뭐 손위 사람한테 그러면 되겠냐고? 형 노릇을 해야 형인 거다. 오히려 문제는 다른 데에 있다. 이재명의 분노조절 능력이다.
.
녹음 보면 이재명은 녹음하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이성을 잃는다. 그리고 그 후를 생각하지 않고 퍼부어 버린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그 감정을 이해한다. 하지만 이 나라 최고 권력자의 자리에서 그 정도의 분노 조절 능력을 보인다면 그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인터뷰하는데 자기한테 고까운 소리 한다고 리시버를 빼 버리던 그 모습이 오버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문재인을 보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한 수 접어 줬던 순간은 노무현의 장례식 때 백원우가 노호를 터뜨리고 경호실에 끌려나간 후 이명박 앞에 가서 정중히 인사할 때였다. 와 저기서 저 정도의 태도를 보이는구나........ 그리고 집에 와서 부인이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나 할만큼 절규하며 통곡했다는 얘길 들었을 때도 그랬다. 그렇지. 그래야 대통령이지.
.
이재명 파일을 들으면서 아쉬운 점이 그것이었다. 물론 본인도 반성했을 것이고, 다듬어졌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람이 변하기 힘들다는 걸 우리는 안다. 윤석열의 무모함에 질리고, 이 나라 최고의 권력기관으로서 해방 이후 단 한 번의 조직적 반성과 개혁 없는 특권 조직 검찰의 정권 장악을 막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이재명을 찍겠다는 생각이지만 그는 두고두고 뼈를 깎고 스스로의 성정을 갈아내야 할 것 같다.
.
솔직히 상대가 윤석열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재명을 찍지 않을 것이다.......
.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용사보다 낫고 자기의 마음을 다스리는 자는 성을 빼앗는 자보다 낫다고 성경 말씀에 나온다. 수천년 전부터 사람은 분노 앞에 무너졌고 자기 마음은 누구보다 강한 적이었다. 이 이재명 파일을 반복해서 들어야 할 사람은 이재명 자신이다. 천번 만번 듣기 바란다. 내가 여기서 왜 이렇게 했을까 이러면 안된다. 되뇌고 곱씹고 이 악물기 바란다.
아 뼈때리는 말이네여. 완전공감합니다. 이재명이 계속 들어야 한다는 말을 이재명씨가 새겨들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순시리 그네 조합을 경험한 저로서도 윤은 아닌듯 하고 이재명 성남시장 재임시절 성남에 살았기 때문에 그 행정 능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기에 지지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