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닌척]행복한 고난
예상치 못한 국제부 발령으로 아들과 우리 부부의 삶은 큰 변화를 맞았다.
집에 돌아가 보면 아내는 십중팔구 아들을 가슴에 안은 채 소파에 널브러져 있다. 오전 4~6시 사이에 깨서 젖을 먹은 뒤 얕은 잠에서 자꾸 깨는 아이를 안아서 다시 재우고, 완전히 잠에서 깨면 젖을 먹이고 놀아주다가 졸려서 칭얼거리면 눈을 감을 때까지 안아서 흔들고, 눈을 감으면 조심스럽게 소파에 앉아 아이가 깊은 잠에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내려놓는다. 이 과정을 계속 반복하다가 오후 8시~10시 사이에 아이가 그날 마지막 모유를 먹고 4시간 안팎의 '긴' 잠에 들면 끝나는 게 아내의 일과다. 중간중간 수시로 기저귀를 갈고 똥을 닦아 줘야 한다. 끼니는 기회를 봐서 해결해야 한다. 어디까지나, 규칙이라곤 없는 아이의 일과표가 허락했을 때 얘기다.
아내의 하루는 장모님이나 내가 집에 있으면 아주 조금 수월해진다. 아내 대신 아이와 놀아주거나, 젖이 안 나올 때 분유를 먹이거나, 운이 매우 좋으면 안아서 재우는 일을 한 번씩 해 줄 수 있다. 그럼 그 사이 아내는 아이를 잠시 몸에서 뗄 수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최고는 역시 엄마다. 아들에게도 아내가 세상 그 자체다. 특히 품에 안아 재우는 일은 아내가 아니면 좀처럼 성공하기 힘들다. 졸려 칭얼대던 아이는 내 품에서 큰 울음을 터뜨리곤 한다. 나는 젖이 나오지 않으니까, 아이 끼니를 해결해 줄 기회 역시 흔치 않다. 아이나 아내를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는 걸 깨달으면, 일할 때도 잘 느끼지 못했던 무력감이 찾아온다. 남자에게서도 젖이 나오게 하는 약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국제부에 오니, 아내나 아들을 위해 뭔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아주 짧아졌다. 일하는 시간과 장소를 선택할 수 없을뿐더러 출근은 이르고 퇴근은 늦다. 야근을 하면 여파가 이틀은 간다. 집에 가도 몸을 뉘일 공간도, 여유도 없다. 널브러진 아내를 발견하는 일이 잦아진다. 집에 가면 오후 8시쯤 되며, 부부가 저녁을 먹고 나면 대개 오후 10시다. 정리를 하고 나면 곧 잘 시간이다. 새벽녘 아들 울음소리에도 잠이 잘 깨지 않는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생활이 이렇게 달라지면서 무력감이 잦아들었다. 같이 먹을 밥을 차리고 치우거나 아이를 씻길 때 손을 하나 보태는 일 등 사소한 것들이 아내의 하루에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이와 함께 널브러진 모습을 보고 깨닫는다. 내가 하는 사소한 일들이 없으면 이렇게 되는구나, 그만큼 힘이 됐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그래서 퇴근 뒤에 미적거릴 수가 없다. 오늘은 아내가 3일째 독박 육아를 하는 날인데, 회식이다.
ㅠ.ㅠ회식.....
그래도 아이가 돌지나면 훨씬 키우기 편해질꺼예요
돌.. 이면 약 270일 남았네요!!
내근을 하셔서 스팀잇에는 이제 자주 글을 올리실 수도 있는가 봅니다.^^
아이가 자기 혼자 숟가락만 들 줄 알아도 엄마가 많이 덜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어쨌든 아이는 엄마의 손을 많이 타니, 그런 엄마에게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얘기 많이 해주세요. 일하실 때는 문자라도...ㅋ
아내분이 육아에 전념할 수 있게 밖에서 열심히 일하시고 계시잖아요.
두분 모두에게 응원을 보냅니다.^^
일할 땐 제가 톡을 많이 하는데 아내가 답장을 잘 못해요 ㅋㅋ 응원 고맙습니다!
아 그시기가 참 힘든데.. 고생이 많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