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을 곳을 찾아서.

in #kr6 years ago

스팀잇에 들어온지 제법 오랜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 쓴 지가 언젠가 봤더니 7개월 전이다. 그 사이 많은 일이 있었다. 여기 계시는 분이라면 제 가슴이 찢어졌다는 말에 공감하실 것이다. 가슴이 찢어졌었다. 이제 막 상처도 아물고 어느 정도 수습한 뒤에 이렇게 글을 써 본다.

5년간 모아온 소중한 것을 5개월만에 모두 잃었다.
5년간 모은 비트코인을, 5개월도 안돼 마진으로 모두 날렸다.

2013년에 처음 접한 이후,
공부를 하면 할수록 공학적으로 아니 미학적으로 감동 그 자체였다.
비트코인은 내게 미술품과도 같았다.
예술품 콜렉터에게 트레이딩의 세계는 가혹했다만 누굴 탓하랴.

목표 수량까지 얼마 남지 않아서 그것만 채워보고자 시작한건데, 물거품이 되었다.
언젠가 이 얘기도 나눌 기회가 있겠지만 지금은 회피 중이다.
패배를 인정하고 복기하고 싶으나, 그 맛이 너무 써서 엄두가 안난다.

그래도 한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크립토나이트를 상당량 덜어내니,
다른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주문만 해두고 읽지 못한 책, 넷플릭스에 가득한 드라마, 들어본적 없는 오늘의 유행가.
다양한 경험과 공부, 그리고 그것들을 글로 남기는 행위.

적을 곳을 찾았다.
페이스북에는 나의 글을 지인에겐 보이고 싶지 않다.
인스타그램을 가입해 봤는데, 컴퓨터로 글 작성하려고 노력하다 안되는 것을 확인하고 포기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별로 쓰고 싶지 않다.
컴퓨터에 로컬로 돌리기에는 리뷰어가 없으면 아쉽다.

그러다 이 곳이 생각나서 돌아왔다.

스팀잇에 일기글이 얼마나 환영받을 줄은 모르겠으나,
제 문체를 찾을 때 까지만 글의 다양성 측면에서 눈감고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리네요. 반가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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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부터 모으셨으면 어마어마했을텐데...요......ㅠ
본인만의 얘기가 전 제일 좋더라고요.
일기면 어떤가요. 좋습니다. :D

응원 감사합니다 ^^

5년동안이면 정말 엄청난 시간이네요..글 쓰신걸로 비유하면 5년동안 공들인 작품이 산산조각 나는 기분이실것 같지만..이렇게 글 쓰시고 이야기 하면서 마음을 안정시키길 응원할께요

응원 감사합니다. 가슴이 시린건 여전하지만 많이 괜찮아졌습니다 ㅎㅎ

마진...이란 단어에서 맘이 착찹해졌습니다.
오랜만에 글 올리신 것 참 잘 하셨어요.
조금이라도 내 상황을 이야기 할 수 있다는 자체가
맘이 회복되어 가는 첫 단계일거라 ... 웰컴백 입니다~^^

7개월이면 저는 그 이후의 뉴비라... 처음 뵙겠습니닷!!
어떤 아픔인지는 모르겠으나...
위로해 드린다고 위로가 되진 않겠으나...
그래도 위로해 드려야죠. :)
말씀하신대로 무언가가 덜어나가면 무언가가 또 채워 들어오니 힘내십시오!!!

찡여사님 일기의 경쟁자가 되시길 기대해봅니다 :)

반갑습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오랜만 입니다.
반갑고
하소연하여 조금이라도 마음이 괜찮아졌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많은 분들이 환영해 주실 줄 몰랐네요.

오랜만이시네요. 마음이 참 쓰라리실 것 같아 뭐라 말씀드리기가 어려우나 힘내시기 바랍니다. 아자아자 화이팅!!!

감사합니다. 화이팅!

아미 코인판에 얼마가 되었던 발을 담그어 봤다면 다 비슷할 겁니다.
24시간 돌아가는 장 속에 삶이 매몰되어 버리기 쉽죠.
그래도 아직 돌아갈 곳이 있다면 그걸로도 행복한게 아닐까요.

동감합니다. 많은걸 잃었지만 그만큼 많은걸 얻었어요 ㅋㅋ

내용으로만 봐선... 어마어마한...
건강이 최고입니다.. 환영합니다

그러게요. 제 생에 그만큼을 다시 모을 수 있을까요 ㅋㅋ
모아야죠!

처음처럼 다시 시작하시면 될 겁니다!!

에고..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아려올 것 같습니다.
위의 @yoon님 말씀대로- 힘든 일도, 즐거운 일도 함께 나누면 좋을 것 같습니다 🙂

위로의 말씀 감사합니다 ^^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0.9 비트를 가지고 있을 때, 1비트를 채워보고자 무리하게 트레이딩하다가 반토막이 났던..
물론 지금에야 웃으며 넘길 수 있지만, 그때는 정말 지옥 같았던....

좋은 일이 있으면, 나쁜 일도 있고, 나쁜 일이 있으면 좋은 일이 있듯이.. 조만간 좋은 일이 있으시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오랜만에 뵙네요. 격려의 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