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와 노동의 가치 그리고 퇴사
직장인들 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봤을 법한 어플이 있다. 바로 ‘블라인드’ 이다. 나 역시 이를 이용하고 있는데, 요즘 블라인드에서 가장 핫한 컨텐츠를 뽑자면 ‘퇴사인증’이다 지난 번에는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에 투자해 845%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넷마블’ 직원의 인증 글이 화제였다. 퇴사인증은 주로 자신들의 수익률을 보여주며 퇴사하겠다는 글을 남기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그들의 성공을 무조건 적으로 맹신하면 안되겠지만, 그들의 성공은 직장인들로 하여금 ‘대리 만족’을 준다. 마치 비련의 여주인공이 해피앤딩을 맞은 것 처럼.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
그런데 나의 주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몇일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여유롭게 회사 게시판을 보고 있었는데 이런 명령을 보았다.
연수원 시절부터 저와 나름 친했던 형의 면직 명령이었다.
그리고 그는 명령대로 오늘 퇴사를 했다. 임원들은 그를 욕했다.
쉽게 돈 벌생각 해서는 안된다고. 쉽게 번돈은 쉽게 잃는다고. 일을 해서 돈 벌 생각을 해야 한다고
떠나가는 이의 뒤에 이러한 말들을 던졌다.
어찌보면 당연한 말.. 어찌보면 구시대적인 말….
오늘은 가상화폐로 인한 소득을 노동소득과 비교하는이들에게, 특히 가상화폐 소득을 비난하는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을 써보려고 한다.
노동임금의 가치
대학시절 나는 돈이 떨어질때 쯤이면 야간 택배 물류 상하차 알바를 했었다. 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공사판 노동보다 훨씬 힘들다. 쉬는시간이 거의 없을 뿐더러, 흔히 생각하는 가벼운 택배는 별로 없다. 한번은 할머니 생신이었는데 시골에 내려갈 기차비와 선물을 살 돈이 부족했다. 어김없이 야간택배를 찾았다. 김장철이라서 그런지 쌀과 김치, 까나리 들에 나의 허리는 혹사 당했다. 야간 택배도 밤참을 주는 곳이 있고 안주는 곳이 있다. 밤참이라고 해봤자 그냥 야채 카레 또는 콩나물 국이다. 그래도 그 순간만큼은 정말 행복하다. 힘겹게 일해서 밥맛이 도는 것도 있지만 그 순간만큼은 앉아서 쉴 수 있기 때문이다. 밤새 일하고 아침이 밝으면 봉투를 하나씩 받는다. 봉투에는 7~8만원의 돈이 들어있다.
정말 값진 돈, 100% 나의 노동으로 얻은 신성한 임금이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
흔히들 밥 그릇에 밥을 남긴 사람에게 어른들은 이런 말을 자주한다.
‘너 그 밥풀 하나 만드는데 농부 아저씨들이 얼마나 힘들게 농사지었는지 알아?’
그렇지만 이는 시대에 맞지 않는 생각이다. 밥이 흔해져서가 아니라, 그 밥을 억지로 먹는 것 보다 그냥 두고 나와서 편한 속으로 다른 경제적 활동을 하는게 훨씬 경제적이기 때문이다. 길거리에 떨어진 만원짜리를 줍는 1초 보다 그냥 회사에 가서 일을 하는것이 더 이익이라는 빌게이츠의 경우처럼 말이다.
두산백과에 보면 노동가치설을 [상품의 가치는 그 상품을 생산한 노동이 형성하고, 가치의 크기는 특정 사회의 평균 생산조건하에서 그 상품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노동시간(사회적 필요노동시간)이 결정한다고 주장하는 학설] 이라고 설명하고있다. 그러나 노동가치설은 그 성립된 시기가 잘 말해 주고 있는 바와 같이 농업과 수공업이 지배적 생산방법이었던 17세기의 전반, 즉 산업혁명 이전의 농업경제단계의 생산과정에 바탕을 둔 가치학설이다. 노동자의 육체적 노동이 생산의 중심요소가 되어 있던 농업 및 수공업의 경제단계, 즉 산업혁명 이전의 단계에서 노동가치의 법칙은 실제로 이 단계의 경제를 직접 지배하고 있었다. 우리말 가운데 남아 있는 하루 품, 이틀 품, 하루갈이, 이틀갈이 등의 표현이 이 사실을 잘 보여 준다.
흔히들 하는 실수
사실 마르크스의 노동가치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려면 수많은 뒷이야기 들과 설명이 필요 하기에 이는 생략하겠다.
그런덷 굳이 노동가치설을 언급한 이유는 대학교때 내가한 실수와 요즘 비트코인 소득을 비난하는사람들이 하는 실수가 너무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경제학과인 필자는 '미시경제학'만 겨우 배운상태에서 '노동가치설'이라는것을 듣고 이렇게 생각했다
'노동을 오래할수록 가치있는 물건이 된다'라는 이론이구나?
그렇게 알고 2학년2학기 까지 갔다ㅎㅎ(사실 노동가치설을 깊게 공부해보면 그런것이 아니다)
흔히들 비트코인 소득을 노동가치와 비교하는 사람들은 나와 같은 실수를 하고있다.
[열심히 땀흘리고 몸이 고통을 받으며 번돈이 가치있지 비트코인으로 손가락 까딱 거리면서 번돈이 무슨 가치가 있냐?] 라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있다. 소득의 가치는 내가받은 고통, 시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다.
과거 나의 외숙모는 땅에 투자를 하려다가, ‘투기 꾼 짓’을 할거면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는 외할아버지의 반대에 못 이겨 투자하지 않았고 그 땅은 15배가 뛰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외숙모는 본격적으로 부동산에 투자하기 시작하셨다. 아직도 외숙모의 입에서는 그때 그 땅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나의 야간택배 임금처럼 땀흘려서 번 돈의 가치는 분명 소중하다. 둘도 없는 가치이다. 그렇지만 그것만이 정당하고 소중한 가치는 아니다. 외숙모 처럼 공인중개사 공부를 하고 부동산에 대한 가치를 믿으며 땅에 투자해 얻는 번 돈의 가치 역시 소중하듯이.(물론 15배 뛴 땅으로는 못벌었지만)
노동의 범위
내가 인턴시절 10번씩 보며 공감했던 드라마가 있다. 드라마 ‘미생’이다. 극 중 인물 한석률은 오직 ‘현장 노동’의 가치만 중시한다. 사무직들의 업무의 가치는 철저히 무시한채 말이다. 이에 맞서 사무직 ‘장그래’는 현장 못지 않은 사무직의 고충들을 나열하며 이로움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우리는 모두 같다고 멋진 피티를 해낸다
(시간 없다면 2분 20초부터 봐도 무방하다)
공사판에서 땀 흘려 얻은 노동, 그리고 그로 인해 얻은 소득만이 가치 있는 것일까? 에 대한 답을 어느정도 해주는 피티인 것 같다.
큰 의미에서 코인판의 사람들 역시 가치를 생산해내는 노동을 하고있다.
차트를 분석하고 관련 뉴스들을 분석하며 글을 쓰며 가치를 전달하기도 한다.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무실에서 침튀기며 일하는 것 역시 가치있는 노동이듯이, 이제는 노동의 범위를 달리해야 한다. 과거 딴따라라고 놀림 받던 가수는 지금 많은 이들의 꿈의 직업이 되었고, 광대라고 불리던 직업은 ‘배우’라는 하나의 고귀한 존재들이 되었다. ‘도박꾼’들이라고 불리는 코인시장의 사람들은 미래의 어떻게 되어 있을까?
튤립 광풍처럼 그냥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실패자들? 역사에 남을 혁명가들? 양쪽다 극단적인 케이스이지만 굳이 고르자면 후자 라고 말하고 싶다.
가상화폐 소득은 가치가 없는 것인가?
임원 분들이 나의 동기의 퇴사를 두고 비난한 부분에 반론을 하고싶다.
1.가상화폐로 번돈은 쉽게번돈이 아니다. 그들은 어찌될지 모르는 미래에 자신의 위험을 걸고있으며 그 후에 책임역시 그들이 진다.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다.
2.열심히 노동해서 번돈이 아니라고 가치가 없는것은 결코아니다. 매일 거래소를 확인하고 포스팅을하며 블록체인 시스템과 코인의 미래 가치를 보고있는 사람들의 꿈을 비난하지 말아라.
3.내가 포스팅해서 버는 돈과 회사에 출근해서 버는돈, 무엇이 더 가치있을까? 그것을 정할 수있는 사람은 오직 나 뿐이다.
노동의 신성성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노동가치설이 산업혁명에 의해 모순이 되었듯이, 비트코인에 대한 비난 역시 4차 산업혁명에 의해 뒤집힐 것이다.
18~19세기의 산업혁명 이후 급격한 사회변혁기에 있어서 정부가 교육투자를 통하여 노동자로 하여금 그 혜택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데 100년의 시간이 걸렸다. 과연 우리 시대는 블록체인과 가상화폐의 혜택을 인정하고 공유하는데 얼마나 걸릴 것인가?
적어도 가상화폐로 돈을 벌고, 그로인해 퇴사를 하는 사람들이 비난 받는 것을보면 아직은 아닌것 같다.
p.s 그렇다고 노동의 가치를 무시하거나, 계획도 없이 당장 회사를 그만두는 일은 하지마시길!
자료출처:두산백과, 나의 머리
Cheer Up!
맞습니다 하지만 무작정 욕하는건 아니라고 봐요 그만큼 확신이 있어서 그런거 아닐까요
새로운 한 주의 시작이네요
비가 옵니다~~!! 힘내세요!! 퐈이팅
나라는 존재를 잊는 순간 모든 것들이 잘 못 돌아가는 느낌이 들어요. 나의 외적기준 내적기준 모두 내 자신만이 설정 할 수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살아야하는데.. 이런 사회속에 얽히다보면 흐트러질때가 있어요. 산업혁명도 혁명이지만
사람들의 생각에도 혁명이라는게 이루어졌으면...
굉장히 심오하면서 의미 깊은 댓글이네요 ㅎㅎㅎ생각의 혁명!
본인이 선택한길인데요. 일단 저부터 하고있는일 최선을 다해야지요 ㅎ 고민할 필요도 없고 사실 사람이 언제 빛날지 아무도 모르는거니까요 ㅎ
크 맞습니다 언제 빛날지 모르죠!
불로소득이라는 것이 과연 불로소득이라는 것으로 정의 할 수 있는 근거가 무엇일까요? 불로소득은 쉽게 번 돈이기 때문에, 가치가 없는 돈이라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어이상실이지요. 볼로소득을 투기성 돈으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과거 노동중심 시대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속좁은 노동철학일 뿐이지요.
역시 양목님의 통찰력!!
불로소득이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자본수익률이 경제성장률을 능가하면서, 세습 자본주의가 발생하고, 부자들은 더 부유해지고 가난한 사람들은 더 가난해지는 부의 불평등이 심화되는게 문제인 것이죠.
비슷한 불로소득이라고 한들,
건물 사서 월세받는건 투기가 아닙니다.
하지만 레버리지 이빠이(?) 땡겨서 시세차익 노리고 부동산을 사들이는 '갭투자'는 투기라고 생각합니다.
(갭투자도 노동이라고 한다면 노동인가요? 흠..글쎄요)
코인은..
서민에게 주어진 계층이동의 마지막 동앗줄이자 사다리라고 생각하고요. ^^
일하지 않아도 윤택한 생활을 즐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평범한 서민이 노동만으로는.. 맞벌이를 해도 은행 대출 없이는 본인명의로 집 한 채 사기도 쉽지 않은 시대입니다.
불로소득..
은퇴 후 편안한 노후를 즐기고싶다면,
은행 예금 뿐만 아니라 매달 현금흐름이 창출되는 루트를 몇가지는 만들어놔야겠습니다. ^^
제 포스팅도 아닌데 댓글 남긴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좋은 밤 되세요 @yangmok701님!
다시한번 세상 공짜 없다는것을 새삼 깨닫고 갑니다!!
팔로하고 자주 들를게요!~🤠
넵 감사합니다^^
동감합니다. 노동을 비하 하거나 무시하면 안되지만 노동이 아닌 다른 활동들도 비하 당하거나 무시 되면 안된다고 봅니다. 남의 돈을 속여서 혹은 훔쳐서 이득을 채우면 안되겠지만 그런것이 아닌 일들엔 저마다의 고충과 노력이 곳곳에 묻어 있을겁니다.
맞습니다 스티미언들도 고충이 많죠 !
제가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시장을 접한 이후로 가장 많이 하게 되는 고민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무언가에 대한 가치는 오로지 내가 판단하는 것이기에 그 누구도 나에게 뭐라고 할 수 없으며, 나 또한 상대방이 생각하는 가치를 존중하고 서로 이해 해 주어야 하는데, 아직까지 우리 사회에서는 이것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진 않는 것 같습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를 가지고 생활하면 시간이 지나 반성도 하고 후회도 하고 나에게 보탬이 되는 이로움이 있지만, 그저 지금 내가 아니라는 마음에 질투하고 감정적으로 대하다보면, 시간이 지나도 스스로 발전도 없을거라 생각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
루이스팍님에게 이렇게 긴글 받아보긴 처음이네요 거기에 리스팀까지 ㅠㅠ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