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심서도 “망 사용료 못내” 버티는 넷플릭스…국회 견제 움직임 확산

in #kr3 years ago

국내에서 망사용료 무임승차 논란의 중심에 선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와 벌이고 있는 ‘망 사용료’ 소송 2심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다만, 2심에서는 망중립성을 내세우며 망 사용료를 낼 수 없다는 논리를 폐기하고 캐시 서버 등 기술적 조치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해 과도한 트래픽 유발 문제에 대응하고 있어 망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SK브로드밴드측은 “OCA설치는 망 이용대가 지급 거부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맞선 상황이다.

◇‘전략수정’ 넷플릭스 “자체 기술로 트래픽 절감효과” vs SKB “ISP간 정산방식 불과”

서울고법 민사19-1부는 23일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낸 채무부존재 확인소송 항소심 첫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넷플릭스가 법원에 제출한 항소이유서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자체 기술인 오픈 커넥트 어플라이언스(OCA)를 통해 트래픽 절감 효과가 있다는 논리를 폈다. 1심에서 패배한 논리였던 접속료와 전송료를 구분해 전송료에 돈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폐기하고, 이른바 ‘빌 앤 킵’(상호무정산·Bill and Keep) 정산 방식을 새로 들고 나왔다. 넷플릭스는 OCA까지의 데이터 도달을 접속으로 간주하면서 이때까지 유발되는 비용을 자체 부담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아울러 각국 현지 네트워크에서 이동하는 데이터 전송은 무상이란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SK브로드밴드측은 “빌앤킵 정산 방식은 다양한 정산 방식들 중 하나에 불과할 뿐 확립된 정산원칙이 아니다”라고 맞섰다. SK브로드밴드측 대리인인 강신섭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는 기자들과 만나 “넷플릭스가 빌앤킵 정산 방식에 따라 자기들은 돈을 낼 의무가 없다는 새로운 주장을 펴고 있는데, 그 자체가 틀린 것”이라며 “빌앤킵은 망 사업자(ISP) 사이의 정산 방식에 불과한 것이지, 이게 인터넷의 기본 원칙이 될 수 없을 뿐더러 콘텐츠제공 사업자(CP)에게 적용되는 방식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OCA를 설치하더라도 결국 통신 국사 안에 서버를 둬야 하는 만큼 공간 사용료나 전기비 부담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측의 다음 변론 기일은 내년 3월 16일이다. SK브로드밴드측은 망 사용료 지급 규모에 대해 법원에 감정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국내에서 가입자를 급격히 늘린 넷플릭스가 인터넷망에 과도한 트래픽을 발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자 SK브로드밴드는 지난 2019년 방송통신위원회에 망사용료 협상 중재를 요청하는 재정신청을 냈다. 그러자 넷플릭스는 지난해 4월 방통위의 재정 절차를 거부하고 망사용료를 낼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해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올 6월 1심에서 넷플릭스에 망 이용대가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며 SK브로드밴드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넷플릭스는 즉시 항소했고, SK브로드밴드측은 지난 9월 700억원 규모의 부당이득반환청구 반소를 제기하며 맞불을 놓았다.

◇과방위, 여야 막론 넷플릭스 겨냥 ‘망 무임승차 방지법’ 5건 발의

넷플릭스의 버티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넷플릭스를 견제하기 위한 ‘망 무임승차 방지법’이 잇따라 발의되고 있다. 현재 국회 과방위에 발의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은 5개다.

발의자는 김상희·이원욱·전혜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김영식 국민의힘 의원, 양정숙 무소속 의원 등이다. 가장 최근인 지난 21일 양정숙 의원은 ‘일정 규모 이상 부가통신사업자는 정보통신망 이용과 제공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고 정당한 대가를 산정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부분 세계 1위 기업인 넷플릭스가 지난 2018년 5월 국내에서 유발한 트래픽은 50Gbps에 불과했지만 올 9월 트래픽이 1200Gbps까지 늘어나 약 24배 폭증했지만 여전히 인터넷망 이용료는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양 의원은 “EU 주요 통신사들이 넷플릭스에 망 이용 비용을 지불하라는 성명을 발표한 것처럼 넷플릭스는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망 이용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5개 법안들은 1개의 법안으로 병합되어 심사될 예정이다. 과방위측은 여야 모두 관련 법안을 발의한 이상 법안의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내년 3월 대선이 예정되어 있어 심사날짜를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과방위 소속 민주당 관계자는 “여야 의원들이 비슷한 법안을 발의했기 때문에 심사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법안의 내용과 강도를 어느 정도할 것인가는 논의대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부에서는 한미FTA(자유무역협정) 규정 위반 우려를 제기하기도 하는데, 이 법안은 역차별받는 국내기업과 동일하게 규제를 하겠다는 것이기 때문에 FTA 규정 위반과는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