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 곧, 개성이다 <작가수업> 도러시아 브랜디
솔 직 함 이 곧, 개 성 이 다
작 가 수 업
나에게도 멘토가 생겼다
그날도 습관처럼 헌책방에 들렀다.
한참 책을 고르고 있는데 그가 책 한권을 불쑥 내밀었다. 워낙 꼼꼼한 성격이라 책 하나를 골라도 추천사부터 리뷰까지 읽는 그였기에 굳이 펼쳐보지 않아도 좋은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한 챕터를 읽고 그에게 말했다.
'나한테도 멘토가 생긴 기분이야'
얼마 전, 음악을 하는 남자친구에게 멘토를 소개시켜주었고 그는 나에게도 멘토가 생기길 진심으로 바랐다.
다행히 <작가수업>은 글을 쓰면서 길을 헤맬때마다 기댈 수 있는 '멘토'가 되기에 충분한 책이었다.
너무 평범한 글은 아닐까
글을 막상 다 써놓고 다시 볼 때 가장 큰 고민이다.
‘너무 평범한가?’
‘누구나 다 할 수 있는 얘기 아닌가?’
언제나 그런 고민을 한다. 그래서 사실 써놓고 묵혀둔 글도 많다.
분명 내가 경험한 순간이 누구보다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펜을 들었는데 다 써놓고 다시 글을 읽어보면 늘 평범하다는 생각이 든다. 글을 쓰는 사람이든, 노래하는 사람이든, 화가든, 예술가라면 누구나 이런 걱정을 할 것이다.
‘독창성’
‘개성’
내 글에 개성이 있을까.
글을 쓸 때마다 이 걱정은 내 발목을 잡는다.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작가수업>에서 도러시아 브랜디는 말한다.
"어떤 의미에서 사람은 저마다 다르다. 저마다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나고, 태어날 당시의 그 나라 역사 또한 각각 다르다. 겪는 경험도 저마다 다르고, 내리는 결정도 각기 다르다. 그대와 똑같은 가치관을 가지고 세상을 대하는 사람 또한 없다. 따라서 이런 조건에 익숙해질 수 있다면 주어진 상황이나 특징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 중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아는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면 당연히 독창적인 작품을 만들어낼 수 있다." [p.140]
작가의 말대로, 우리는 저마다 각자의 인생을 살고 있다. 같은 엄마 뱃속에서 한 날, 한 시에 태어난 쌍둥이조차도 생각이 다르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같을 순 있어도 감동한 순간이 저마다 다르고, 최종 메시지까지 도달하는 과정은 말할 것도 없다. 다 각자의 인생을 따르기 마련이다. 문제는 이를 얼마나 믿고 얼마나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할 수 있느냐이다.
정직함이 곧, 개성이다
"이야기의 성패를 판가름 하는 것은 작품을 통해 분명하게 드러나는 작가 자신의 개성이다. 그 자체로 진부한 상황은 없다고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다만 무신경하거나, 상상력이 부족하거나, 속을 털어놓지 않는 작가가 있을 뿐이다." [p.145]
작가의 말대로,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하면 그게 곧 나만의 개성이 되는데, 솔직하게 내 얘기를 한다는 게 쉽지 않다. 진솔하게 내 얘기를 털어놔도 괜찮을까. 다른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을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면, 결국 다시 쳐내고 쳐내서 평범한 글이 된다. 정직하게 내 얘기를 하지 못하면 그게 곧, 개성 없는 글이 된다.
작가는 말한다.
“위대한 작가들은 세상을 자기만의 눈으로 바라보면서 자신의 눈에 비친 세상을 글로 옮겨놓는다. 그들의 작품이 솔직하고 활기가 넘치는 이유는 그 어떤 편향이나 왜곡 없이 개성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p.141]
위대한 작가들은 자기만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느낀 그대로 ‘정직하게’글을 쓴다. 때로 독창성에 괴로워하는 사람들은 유명한 작가의 책을 습작하고 정독하면서 독창성을 배우려고 한다. 중요한 건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인데 너무 심취한 나머지 ‘다른 작가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작품이 일관성을 잃게 된다.
"작품이 일관성을 지니는 데 가장 중요한 밑바탕은 엄중한 정직성이다." [p.142]
내가 진정으로 믿는 것
"만약 작가가 자신의 참 모습에 눈을 뜬다면, 삶의 중요한 문제 대부분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발견한다면 솔직하고 독창적이면서 독특한 이야기를 쓸 수 있을 것이다." [p.143]
나처럼 생각이 오락가락 하는 사람에게 사실 쉬운 얘기는 아니다. 내가 세상을 어떤 마음으로 바라보느냐, 내가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이냐, 이걸 아는 게 너무 어렵다. 이런 나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을 위해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오늘의 신념이 내일의 신념이 되리라는 보장이 없다고 확신하며 자신을 송두리째 내던지길 망설이는 초보 작가가 너무 흔하다. 이런 초보 작가는 일종의 주문 같은 것에 사로잡히게 된다. (...중략) 이런 작가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혼자만 그런 일을 겪는 게 아니라는 점을 깨닫는 것이다. " [p.143]
그리고 작가는 중요한 말을 한다.
"우리 모두는 계속 성장할 뿐만 아니라, 글을 쓰려면 우리의 현재 신념의 토대 위에서 글을 써야 한다." [p.143]
현재 나의 신념.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 나의 생각. 누구나 사람은 성장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평생을 하나의 신념으로만 살 수는 없다. 그러니까, 바로 오늘, 지금 이 순간 내가 믿는 것에 솔직하면 된다. 내가 느낀 그대로, 지금 이 순간에 진실하면 된다. 그러면 된다.
결국엔 용기다
솔직하게 쓸 수 있으려면 결국 필요한 건 용기다. 나는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한다. 그의 소설을 처음 읽고, 그가 왜 세월이 흘러도 사랑받는 국민 작가인지 생각했다. 소설이 재밌어서? 참신해서? 아니다.
“그의 글은 솔직하다.”
남들은 애써 드러내고 싶지 않은 부끄러운 얘기도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그의 ‘용기’가 그를 일본의 국민작가로 만든 게 아닐까.
"자신의 글에 최종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바로 자신의 통찰력이며, 선하고 맑고 정직한 마음이 있는 곳에선 진부함이 발붙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니." [p.146]
"따라서 작가는 마땅히 삶의 중요한 문제 대부분에 대해 자신이 진정으로 믿는 것은 무엇이며, 글의 소재로 사용하게 될 삶의 사소한 문제들에 대해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p.149]
결국 세 가지다.
나만의 생각.
솔직함.
그리고 용기.
다른 사람의 시선이 아니라, ‘나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그 순간에 내가 느낀 감정을 ‘솔직하게’ 글로 옮길 수 있는 ‘용기있는’ 사람. 결국 나에게서 없는 것은 글이 될 수 없다. 잘 살아야 또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왜 내 글은 개성이 없지를 걱정하는 대신, 매 순간 정직하고 진실되게 살았는가를 물어야겠다.
스팀잇을 시작하면서 글로 옮기고 싶은 순간들로 돌아가 그때의 내 감정에 솔직해지려고 노력했다. 아직은 풀어쓴 글을 그대로 옮길 용기가 부족해서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면서 조금씩 덜어낸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이곳에 글이 하나씩 쌓일수록
정제되지 않은 내 솔직한 감정들도
하나씩 늘어갔음 좋겠다.
‘있는 그대로의 나’로
매 순간 정직하게 살아야지.
오늘도 다짐해본다 :)
*Thanks to @kyunga 경아님께서 공유해주신 레이아웃 적용해보았어요. 너무 예쁘네요.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Little tip - Have an english translation on your post aswe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