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전쟁에서 자유로워 지기를 기원한다

in #kr6 years ago (edited)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불행한 일은 6.25다.
전쟁이 일어난 사회는 그 사회 소속원에게 분명한 소속을 밝히도록 요구한다.
아군과 적이라는 이분법으로 생사가 갈렸다. 적과 내 편에 대한 오인으로 사상자도 생긴다.
한국과 북한은 전후 '적의 사상’이라는 개념에 경계를 강화했다. 그리고는 적의 사상에 관심이라도 가지면 그 사회의 적으로 숙청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사상이 움직일 폭이 매우 좁은 사회를 만들었다.

좌경과 용공의 문제

내가 한국에서 배워 온 관념 중에 '좌경’과 '용공’은 '불온한 사상’이라는 등식이 있다.
90년대 초까지 한국 사회는 좌파에 대해 불온함이란 딱지를 붙였었다. 서방의 민주주의는 그때까지 이미 좌파와 우파로 정권 이동을 수십 번도 넘게 거쳤지만 말이다.
좌파는 불온하다는 시각은 여전히 일부 한국 사람 생각의 바탕에 단단히 박혀있다.
심지어 외국의 좌파 정부 등장에 그 나라의 국민 의식을 깔보는 시각도 있다.
좌파가 등장했으니 '망한다.’라는 캐나다에서 봤을 때는 당최 이해하기 힘든 생각도 보인다..

좌파가 대체로 적자를 만드는 건 맞다. 공리적인 요소에 예산을 풀기 때문이다.
예컨대 캐나다의 좌파 정부는 국비를 대학교에 지원해 학생 학자금 부담을 줄이거나, 노인 대상 복지 예산을 늘리는 등 좌파의 특징적인 조처를 한다.
대게 좌파 정부는 국가 채무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 결과적으로 증세를 해야 할 시점이 오면, 유권자의 마음속에서 효용을 끝내고 우파에 정권을 내놓는다.

우파는 그간 좌파가 풀어놓는 정책 중 비효율적인 부분을 정리한다. 복지를 축소하며 대신 감세와 정부 재정 상태 회복이라는 우파의 특징적인 조처를 한다.
대게 우파 정부는 복지 축소가 일정한 수준에 이르러, 사회 안전망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시점이 오면, 역시 효용을 끝내고 좌파에 정권을 내놓는다.
이건 마치 가정이 살림이 위해 가끔 신용카드로 구매(빚)하거나, 흑자를 위해 아예 지출을 억제하는 행동과 거의 같다.

즉 좌우가 이상적인 균형을 맞출 때 그 나라는 상당히 건실하게 운영될 수 있다. '오늘은 카드(좌)로 할까? 아니면 캐시(우)로 할까?' 정도의 선택이다.

'불온한' 좌파의 문제

한국의 사상 편향성 중에는 좌파= 불온 등식으로 세상을 보는 관념이 있다. 결과적으로 좌파정책을 추진하면서 자신을 우파로 가장하는 왜곡 정치가 등장한다.
심지어 한국의 우파 정당이 좌파 정책을 추진하는데도, 이걸 우파 방식이라고 주장할 때가 있다.
예컨대 국가의 경제 개입은 대게 좌파의 특징이다. 우파의 작은 정부는 시장에 개입하려 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한국은 소위 우파정부까지도 국가 개입을 상당히 정당화한다.
이 결과 좌파 정책이 마치 우파의 정책인 양 포장되는 착시 효과가 일어나고 있다. 자칭 우파란 사람들이 국가의 시장개입을 강하게 요구하는, 사회주의 성향을 보일 때가 있다.
나는 결코 좌파를 선출하거나 지지하란 의미에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다만 상호 보완 성격이 있는 방향성 또는 사상에 불온이란 딱지를 붙임으로써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왜곡된 모습을 보이는 가를 지적하고 싶다.
설렁탕을 시켰는데 닭곰탕을 준다. 우회전 신호를 주고 좌회전해 버린다.

용공과 냉전의 문제

또 다른 문제는 '용공’이다. 용공은 좌파 스펙트럼에서도 거의 끝에 있는 공산주의자뿐만 아니라 공산주의를 용인하는 상태를 말한다.
많은 서방 사회에는 공산당이 있다. 캐나다에도 공산당이 있다. 상당히 인기 없는 사상이다. 사람들은 공산주의자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공산주의를 허용하는 까닭은 헌법에 집회와 결사, 사상의 자유를 인정하는 민주주의 국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이 문제가 '종북’과 연결된다. 과거 전쟁에서 적들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적대 세력을 용인하느냐의 문제가 된다.

여기서 한 가지 모순점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중국 공산당에 대해 한국은 어떤 생각이냐는 것이다.
타민족의, 그러나 분명 적으로 대한민국에 상당한 피해를 준, 공산주의 일당 독재와 인정과 대화는 괜찮고, 같은 민족의 공산주의 일당 독재 인정과 대화는 안 된다면 설득력이 부족할 수 있다.
실용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공산당과 대화하거나 타협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냉전이 오래전에 끝난 현실에서 이미 깨진 지 오래다.
그런데도 냉전 질서를 추구한다면 이 또한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왜곡된 모습인가?

북한의 경직성 문제

이 문제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인권유린 왕조 정부가 있는 북한이 핵무장 포기와 사회 경직성 해체 등 진정한 변화가 없는 한 계속 문제로 남는다.
그래서 문제를 푸는 데 있어서 인정과 대화냐 부정과 대립이냐에 따라 한국 사회의 진보와 보수가 갈리는 건 자연스럽다.
다만 두 진영이 실용적인 방향 설정보다는 상호 견제 수준에 머물러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감정의 골만 파는 모습은 안타까운 일이다.

적을 용인하면 내가 죽는다는 전시 사고와 상대가 존재하나 무시하는 냉전 사고가 얼마나 오래 남을지. 그건 한국의 부자연스럽고 왜곡된 모습이 얼마나 오래갈지를 묻는 말과 같다.
어쩌면 대치상태를 포함해, 진짜로 전쟁이 끝나야 해소될 모순인지도 모른다.
나는 좌파 지지 목적에서 이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좌와 우가 그 사회의 사상 스펙트럼 안에 포함된 사회가 세계적으로는 자연스럽다는 얘기다.
숲을 어떻게 가꾸느냐는 숲의 주인들이 선택할 일이지만, 부디 이제는 전란은 끝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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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우파를 외치던 MB, 그네 정권에서 무상급식을 도입한다는 뉴스를 접했을 때 고개를 갸웃했었습니다. 진짜 우파라면 절대로 도입하지 않을 정책으로 보였기 때문이었죠.

그런 일이 있었군요. 제 생각에는 급식은, 중앙정부가 하기에는 스케일이 잘 맞지 않는 정책 아닐까 싶네요.

“얼마나 부자연스럽고 왜곡된 모습을 보이는가를 지적하고 싶다.”
그런 지적이 쉽지 않고, 토론은 아예 시작조차 하기 어려운 게 한국사회의 현주소입니다.

적절한 지적에 박수를 보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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