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게임과 현실의 괴리

in #kr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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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30분이면 승부가 결정되는 스타크래프트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며 게임 내에서 자아실현이 가능한 게임을 좋아했다. 특히, 운적인 요소가 필요한 리니지와 같은 게임보다는 시간을 투자하면 원하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바람의나라, 거상, 군주 등을 좋아했다. 남들이 지겨워하는 소위 게임 내 ‘노가다’도 매우 사랑했는데, 그 이유는 시간과 바꾸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요즘에도 한동안 게임에 빠져 지냈다.
현실의 삶이 무료하기도 하거니와 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한 진척 속도가 느리고, 결과도 요원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스팀잇에 글을 많이 못 쓴 이유 중 하나가 게임이었으리라. 시간이 나면 게임을 실행하기에 바빴으니 말이다. 물론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내가 얻은 것은 무언가 이뤘다는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성취감뿐이었지만 말이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꿈을 먹고 사는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이상향을 쉴 틈 없이 쫓기만 하는 하루하루를 보냈고, 도달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사람의 인생이란 것이 하루 이틀에 결정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장기전이기에 스스로 지쳐버리기도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현실보다는 조금은 더 빠르게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게임에 매달리며 성취욕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 내 자아의 삐뚤어진 표출이리라.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두 달간 없는 시간 쪼개어 가며 미친 듯이 게임에 몰입한 후 어느 정도 결과치를 달성하면 갑작스럽게 스스로 허비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몰려든다. 이는 거의 100%의 가능성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나는 수많은 게임을 했고, 셀 수도 없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항상 결과는 같았다. 게임을 할 때는 세상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몰두했지만, 어느 정도 소귀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증발한 시간에 대한 아까움이 몰려왔다.

현실과 가상세계와의 절충안도 생각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여러 노력을 해봤으나 헛수고였다. 나는 한번 빠진 것에서 빠져나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임을 알고 있고, 유일하게 나오는 방법은 ‘시간’밖에 없었다.


이런 잔상이 머릿속에 머문 지 얼마 안 되어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현실에서 원하는 것을 이룬다면, 게임 내에서 목적을 달성 후의 느끼는 허탈감을 현실에서도 그대로 느낄까? 나는 아직 현실의 높은 이상을 바라만 본채 헤매고 있지만, 그 이상이 만약 허탈감과 함께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그것을 향해 달려가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인가?

어쩌면 현실을 조금은 외면하고 싶은 희망이 이런 의문으로 표출된 것일지도 모르겠다. 아침에 눈을 뜨면 내게 보너스 타임이 더 주어졌음을 감사히 여기고 현실에 충실히 살다 보면 이것이 하루하루 모여 하나의 뜻깊은 삶을 이룬것이 아닐까? 달성하기 어려운 것에만 너무 몰두하다 보면 스스로 지치고, 항상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강박관념은 항상 나를 다른 곳으로 끌고 가 시간을 낭비하게 만드는 이런 지겨운 cycle을 벗어나고 싶다.

조금은 자신을 relax 하게 유지하는 법을 더욱 배워야 할 것 같다. 데이비드 소로가 지은 <월든>은 내가 매우 좋아하는 법정 스님의 <무소유>와 닮은 점이 많다. 이분들의 가르침은 현대인이 한 번쯤은 꼭 곱씹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하며, <월든>의 한 구절로 글을 마치려 한다.

집을 마련하고 나서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실은 더 가난해졌는지 모르며, 그가 집을 소유한 것이 아니라 집이 그를 소유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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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구절이 글 전체를 설명하는듯하네요.

저도 순발력 게임 보다는 RPG계열을 좋아했지요.. 그리고 이왕이면 그 세계가 잘 정립된 룰에 의해 움직이는 류를 선호했습니다. 파판처럼.. 그냥 계속 강한 아이템이 나오고 강한 몹(색상만 바꿔서..) 나오는 류말고...

Might and Magic이나 울티마 처럼 좀 오래된 스토리 기반... 그래서 발더스게이트가 나왔을때 기대한게 컸는데.. 생각보다 재미가 없더군요.. 더 오래 하긴 어려운?? 그 뒤로 Dungeons and dragons online에 기대를 했지만. 당시 기술의 한계인지.. 게임의 재미가 없어서인지.. 오래는 못했네요. 그런거 보면... WoW가 참 대단하긴 했지요.. (어쩌면 돈이 대단한건지도..ㅎㅎ)

그래도.. 기억나게... 저를 타임워프 시켰던 게임은.... Heroes of Might and Magic 시리즈와 문명 시리즈네요... 여러번 해도 질리지도 않고 발란스도 좋았고... ....

그러다 이런 류의 게임을 접은 계기가 ... 퇴근하자마자.. 출근하기 전에도.. 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나서입니다. 그깟 스킬을 올리기 위해.. 거기서도 일하고 있더군요.....

그뒤로 이런류 게임은 접었어요.. 이제 남은 게임은 ingress와 포켓몬고 입니다. 이건 ... 하고 싶어도.. 제가 움직이지 않으면 할 수가 없으니.. 강제로 휴식이 보장되더군요. :) ㅎㅎㅎ

매번 반복되는 일이지만, 한두 달간 없는 시간 쪼개어 가며 미친 듯이 게임에 몰입한 후 어느 정도 결과치를 달성하면 갑작스럽게 스스로 허비한 시간에 대한 후회가 몰려든다. 이는 거의 100%의 가능성으로 반복되는 일이다. 나는 수많은 게임을 했고, 셀 수도 없는 시간을 투자했는데 항상 결과는 같았다. 게임을 할 때는 세상이 사라져도 모를 정도로 몰두했지만, 어느 정도 소귀의 목적을 달성함과 동시에 증발한 시간에 대한 아까움이 몰려왔다.

맞아요. 저도 한 때 그랬지요. 그래서, 지금은 게임을 거의 하지 않습니다만, 가끔 하더라도 그리 오래 가지를 못합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더 이상 그때처럼 '허비?'할 시간이 없거든요. 차라리 다른 것에 집중하고 배우는데 열을 다하는 것이 내 인생을 살 찌우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말이죠.

하지만, 퇴근을 하고, 몇 시간 컴퓨터 앞에 앉아서 즐기던 게임이 저에게 유일한 안식이 퇴고 탈출구가 되던 때는 분명 있었습니다. 그것 자체만으로도 괜찮을 때가 있을 수 있으니, 너무 어려워하지는 마시기 바랍니다. 이미 충분히 자각하고 계신 것 같아서 말이지요.

한참 즐기던 네이비필드가 생각나네요. ;)

저는 오히려 노가다적인 요소보다는
즉흥적으로 결판나는 스타 그것도 유즈맵을 즐겨했습니다.

마찬가지로 하면 시간가는 줄 몰랐던것 같네요..

어떻게 살아갈지는 결국 각자가 살아가고 싶은데로
살면 되지 않을까 싶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으니 말이죠
단순했더라면 이렇게 글을 쓰면서 하소연하지도 않았을거고
말이죠...

다른 분들의 댓글을 잘 참고하시어
도움을 받았으면 좋겠네요..

잘 보고 갑니다.

제가 그래서 아직 집이 없습니...;; 엉엉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