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메모] 2017년 독서 결산 (Feat. 독서 모임)

in #kr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2018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2017년 독서 결산을 하려고 합니다.

2017년은 개인적으로 읽은 책은 별로 없고, 독서 모임에서 선정한 책 위주로 읽었습니다. 도서관이나 리디북스에서 따로 구해서 읽은 책은 별로 없네요.

저에게 2017년은 독서 모임을 가장 재밌게 했던 한해였습니다. 바뀌지 않은 듯 멤버는 바뀌었고요. 역시나 MT 사진을 보면 삼발이는 그대로 남아 있고 나머지 멤버는 모두 변했습니다. (여고괴담 보신 분이라면 이 세 사람은 불사신인가? 하실겁니다.)

이전 도서 결산

2015 후리고 독서 대상 시상식
2015년의 책 : 인간이 그리는 무늬
https://blog.naver.com/wzin/220578547763

2016년 독서 결산 Best 도서
2016년의 책 : 그리스인 조르바
https://blog.naver.com/owndesire/220902053303

2017년 전체 도서 리스트
우선 제가 2017년 동안 손을 댄 전체 도서 리스트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총 54권을 읽었습니다. 그리고 빨간색은 아예 손대지 않았거나 읽다가 중간에 그만 둔 책입니다. 하나 같이 구샤미가 선택한 책이네요. 사정이 있었을 겁니다(라섹, 비트코인, 그냥 등등) 각자의 취향은 다른걸로... 참석은 다 했다는 건 함정이네요.

<거의 모든 것의 역사>를 시작으로 <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로 마무리하면서 모임을 끝냈습니다. 뒤에 추가된 건 개인적으로 도서관에서 빌린 리스트를 추가한 거라 10월 전후가 마지막일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 읽는 책은 자기계발서로 통칭하는 경제/경영에 대한 책이 많습니다.

2017 Best 도서 10권 선정
구글 독스에 정리된 자료를 엑셀로 저장합니다. 아무래도 엑셀이 가공하기가 편하거든요. 구글 드라이브는 공유하거나 어디에서나 작업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가공의 단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10권 / 총 3,104page / 평점 평균 4.45
열심히 고른 10권의 리스트입니다. 고르고 나서 평점을 보니깐 4점 이상만 골라졌네요. 신기합니다. 당시에 바로 적어놨던 평점도 있고, 어제 몰아서 평가한 리스트도 있는데 제가 책을 보는 기준은 올해 중이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습니다 여러분 :)

10권을 고르고 나면 순위를 매깁니다. 우선 베스트 5를 고르고 베스트3을 고릅니다. 고민이 많이 됩니다. 당시에 읽었던 기억이 흐릿한 경우도 있고, 사람은 최신 자료에 대해 보다 많은 가치를 두게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선정이 신중하게 됩니다. 느낌적 느낌과 더불어 당시에 독서모임 참여했을 때 저의 감상을 위주로 평가했습니다.


10위 <거의 모든 것의 역사>

거의 모든 것의 역사
저자 빌 브라이슨

출판 까치글방

발매 2003.11.30.

너무 두껍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지구의 역사를 모두 훑을 수 있는 과학책

<발칙한 유럽 산책>이라는 책도 적었던 까칠한 여행 작가인 빌 브라이슨이 적은 책입니다. 이런 책을 적었을진 몰랐네요. <사피엔스>와 비슷한 책입니다. 과학적인 발명과 발전에 대한 인류의 모든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책입니다. 저는 이런 류의 잘 엮어진 거대 담론에 대한 책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10위인 이유는 읽은지 너무 오래된 관계로 생각이 잘 안납니다. 크크 & 구샤미 조합으로 고른 책입니다.


9위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저자 니콜라스 카

출판 청림출판

발매 2015.01.09.

독서의 역사와 IT의 흐름을 동시에 볼 수 있었던 책이라 좋았음

제가 선정했던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입니다. 이전에 한번 읽었던 책인데요. 제가 요즘 생각 없이 살기도 하고, 좋아하는 독서와 IT 분야의 융합을 이끌어낸 도서라서 엄청 재밌게 잘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독서의 역사와 IT의 역사를 동시에 살펴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책이었습니다.

이 당시엔 라섹 수술한지 얼마 안됐을겁니다. 리디북스 음성 기능에 꽂혀서 반복해서 들으며 많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8위 <서브텍스트 읽기>

서브텍스트 읽기
저자 찰스 백스터

출판 엑스북스(xbooks)

발매 2016.09.26.

서브텍스트 읽는 재미가 생겼다. 해석해주면 더 꿀잼

성지 순례를 떠나며 모임도 떠난, 감정 없기로 유명했던 분이 선정했던 책입니다. 저는 이 분이 인간적으로도 괜찮았지만, 선정하는 책이 엄청 마음에 들었습니다. 모임에 들어왔을 초반에 문학적인 작품을 많이 선정했던 기억이 납니다. <멀고도 가까운>이라는 책도 엄청 재밌게 읽었었는데요.

이 책은 문학적 상황 속에서의 서브텍스트에 대한 해석을 보여줍니다. 이 책 읽고 나서 모임할 때나 뒷풀이 할 때 상대방의 서브텍스트를 곡해해서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는데요. 드립을 위해 다시 한 번 책을 꺼내서 복습해봐야겠습니다.


7위 <인간 실격>

인간 실격
저자 다자이 오사무

출판 민음사

발매 2004.05.15.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더럽고 어두운 면에 대한 콜레션, 자전적 소설

다자이 오사무라는 일본의 낭만주의 작가의 자전적 소설입니다. 실제로도 다자이 오사무는 여러번의 자살 시도와 다양한 여성과의 이야기를 남겼다고 하는데요. 한 인간의 생이 소설로 쓰이고 그것이 이 정도 문학적 가치를 가질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다이나믹한 삶을 살다 갔습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극한의 어둠에 대해서 들여다 볼 수 있었던, 불편하고 추하지만 내밀한 나와 조우할 수 있었던 책이었습니다. 이렇게 적다보니깐 순위 상승시켜주고 싶은 욕심도 드네요 :)

우리 모임의 장이신 구샤미의 이전 별명인 다자이 오쌈무의 기원이 나온 책이기도 입니다. 본인 입으로도 말하던데 안 좋은건 다 니껍니다. 아래에 나올 조PD님이 선정했습니다.


6위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단순함이 너의 모든 것을 바꾼다
저자 리오 바바우타

출판 경원북스

발매 2017.06.25.

하나만 해라

홍순성 소장님의 독서 리스트 중에 있던 책입니다. 싱글 태스킹에 대한 의지를 담고 있는 책입니다. 하나에 집중하려고 노력하게 된 계기이기도 합니다. 회사에서 메일 정리할 땐 메일만 보고, 일하고 있을 땐 전화도 되도록 받지 않으려고 합니다. 하나의 업무에서 다른 업무로 넘어갔다가 다시 돌아와서 집중하는 데 드는 에너지와 시간 같은 전환 비용을 최소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습관이 될 때까지 쉬운 목표부터 시작해서 점점 올려가면서 다른 목표는 당분간 배제하는 것이 인상 깊었습니다.


Intermission (쉬는 시간)
5부 능선을 지났습니다. 연말 결산은 포스팅을할 때 에너지와 시간이 많이 듭니다. 우선 책 정리부터 해야 하고, 이후엔 코멘트나 평점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결산을 하는 것은 저에게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 해를 돌아보는 계기도 되고, 당시 함께 했던 사람들, 느꼈던 감정이나 생각을 되돌아보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2015년 결산부터 했으니 3회 째 진행을 하고 있는데요. 책, 영화 분야가 제일 좋아하는 분야라서 계속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면 재밌을겁니다. 계속해서 5위부터 1위까지 가겠습니다. (워크플로위에 책 링크를 넣어놔서 너무나 편합니다, 2018년에도 링크 필수)


5위 <리스트 습관>

리스트 습관
저자 폴라 리조

출판 이아소

발매 2017.02.10.

리스트는 생각을 정리하고, 실행할 수 있는 힘을 준다

개인적으로 읽은 책입니다. 6월에 워크플로위 강의를 듣고 다시 리스트의 힘에 빠졌습니다. 개인 생활도 회사 생활도 워크플로위와 함께 한 2017년 하반기였습니다. 관련된 자료도 많이 찾아 보고 활용하는 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메모하고 할일을 처리할 때 워크플로위를 많이 활용했는데요. 워크플로위는 기본적으로 리스트를 기반으로 합니다.

자신의 할일, 생각의 구조 등을 리스트로 만들어서 머릿속에서 날아다니는 아이디어와 할일에 대한 구조를 파악합니다. 그러면서 과중한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게 리스트 습관의 핵심입니다. 여행을 떠날 때, 계획을 세울 때 모든 것을 리스트로 만든다면 우리의 삶은 달라질 것이라고 책은 말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제 인생도 리스트를 만들고 실행하는 삶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얇아서 다시 읽어봐도 좋을 책이네요.


4위 <숨결이 바람 될 때>

숨결이 바람 될 때
저자 폴 칼라니티

출판 흐름출판

발매 2016.08.22.

문학, 의학, 그리고 도덕의 향연, 끝까지 글을 쓴 작가에 대한 경외심

외과의로서 성공 가도를 달리던 폴 칼라니티가 암에 걸리면서 겪었던 자신의 삶에 대한 자서전입니다. 영문학을 전공했던 저자라서 많은 문학적 레퍼런스를 경험할 수 있고,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는 책입니다.

그가 보여준 의식과 사유의 너비과 깊이는 보는 이가 충분히 그가 살아온 삶에 빠져 들었다가 어렵게 나올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제가 설정한 삶의 배수진은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상황이 오는 순간일 겁니다. 쓸 수 없는 시간까지 적어 나갔던 자신의 삶과 철학에 대한 치열함은 저를 감동시켰습니다.

지금은 모임을 떠난 조PD 님이 선정했습니다. 한번씩 서면 지하상가나 거리를 걷다가 마주치는데요. 항상 서로의 갈 길이 바빠서 몇마디 나누고 지나칩니다. 동생의 IT 진로 문제로 크크형님과 많은 얘길 나누던 게 기억나네요 :)


2017년 도서, 최후의 3권

이제 단상에 올라갈 책만 남았습니다. 어떤 책이 남아 있을까요? 10위 안에 든 책은 크게 순위가 중요하지 않습니다. 한해의 1/5이라는 확률을 뚫고 올라왔으니 다 소중한 책입니다.


3위 <제5도살장>

제5도살장
저자 커트 보니것

출판 문학동네

발매 2017.04.05.

다시 살아도 좋을 당신 인생의 책을 써나가자

크크 형님이 고른 커트 보니것의 소설 <제5도살장>입니다. 드레스덴 폭격을 주제로 SF적인 측면도 함께 보여주는 소설인데요. 저는 역사적인 사건이나 사회적 문제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 사람입니다. 모임 덕분에 많은 역사적 사실이나 상식을 알아가고 있거든요. 감사합니다.

제5도살장은 비극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비극적으로 쓰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점이 더욱 더 비극적으로 보여주는 장치적 효과를 가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왜 우주에서 쳐다보는지에 대해서 멀리서 보면 덜 비극적으로 보일거라고 모임에서 발언한 내용이 기억납니다.

니체의 영겁회귀처럼 다시 살아도 좋을 삶을 살아라는 점이 이 책에서 남은 유일한 메시지입니다. <순간퇴사> 매거진 글을 적을 때 인용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내 하루, 한해, 일생이 하나의 책으로 쓰여지고 그것을 계속 펴봐야 한다면 타인 시선 신경쓰지 않고 자기가 재밌게 사는 게 좋지 않을까요?


2위 <무경계>

무경계
저자 켄 윌버

출판 정신세계사

발매 2012.09.28.

처음부터 경계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우리는 자유로워진다

제가 선정한 책입니다. 독서 난이도는 지옥이었던 반면, 평가는 천국처럼 긍정적이었던 책입니다. 인간의 의식을 분리된 상부에서부터 근원인 하부로 내려가는 방식을 통해서 근본적으로 경계가 없는 의식의 지점에 도달하는 데 그곳은 무경계의 영역입니다. 무경계에 도달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제시하진 않지만 이론적 토대를 통해 각 종교가 제시하는 깨달음의 수준이 어디쯤에 위치하고 있는지 의식의 단계를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경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정적 자유를 느낄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경계가 없었는데 인간이 각종 표시나 언어로 그것들을 구분하면서 우리는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자유로운 상태에서 정의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 정의 안에 갇혀서 살아가게 됩니다.

'나'라는 것의 정의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요? 이런 경계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다면 우리는 보다 전일적이고 충만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제가 이전부터 주구장창 외치던 칼 융의 그림자 개념도 포함하고 있어서 읽을 때 반가웠습니다. 2018년에 무경계로 다시 다이빙해봐야겠습니다.


1위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저자 나쓰메 소세키

출판 열린책들

발매 2009.11.30.


고전은 익살과 인간사를 담고 있다, 아니 묘사인가? 나의 롤모델 메이테이

의아할 수도 있습니다. 저도 뽑고 나서 의외였던 1위입니다. 올해 더운 8월에 읽었던 이 책을 넘어설 책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일본의 최고 고전이라고 불리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고양이의 시선으로 비춰지는 인간들의 지리멸렬하고 옹졸하고 우스꽝스러운 군상을 보면서 많이 웃기도 하고 씁쓸하기도 했습니다.

구샤미라는 별명이 나온 근원이기도 합니다. 나오는 교사의 이름이 구샤미거든요. 제가 빨리 마치거나 방학할 때마다 '선생 노릇 참 할만 하구만'이라는 대사를 요즘 자주하는데 이젠 대꾸도 안합니다. 1년만 공부 열심히 하면 붙을 수 있다던 그의 망언이 갑자기 생각나네요.

저는 여기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은 '메이테이' 입니다. 처음 보면서 와 이런 사람이 실존한다면 진짜 존경하면서 살아야겠다 싶었는데요. 그만한 익살과 재치를 지닌 인물을 소설로 접하니 저의 롤모델을 만난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후아후가 우리팀에 오면서 희희낙락 거리는 재미를 알았고, 이 책을 통해서 어떤 길을 걸어가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세상 진지함을 덜어내고 거기에 가벼움을 더하면 삶이 조금 더 재밌지 않을까요?

최고의 장면은 '바이올린 사러 가는 장면'입니다. 한 인물이 바이올린 사는 얘기를 하는데 서론이 너무 깁니다. 메이테이 선생이 '그래서 이제는 샀나?' 하는 대사가 아직도 뇌리에 선명하네요. 바이올린 구입기의 베르세르크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나중엔 인물들도 포기하고 그냥 듣게 만들어버리는 프로 서론러입니다. 주요 인물이 모두 모여서 풀어가는 이 장면에서의 대화는 웬만한 코미디 프로그램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배꼽을 잡게 만들었습니다.


Epilogue
이상으로 2017년 독서 결산을 마칩니다. 여기까지 오느라 수고하셨습니다. 1~3위는 시간날 때 다시 한번 봐야겠습니다. 다시 보는 재미도 엄청 크더군요. 2018년도 큰 일이 있지 않은 한 독서모임을 통해서 계속 책을 읽어갈 예정입니다. 큰 일이 생기는 건 아닐지 걱정도 기대도 되네요.

2018년도 문화적으로, 의식적으로 풍요로운 한해를 살아갔으면 합니다. 올 한해도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이 글을 보신 모든 분들과 소수자로 살아가는 독서가 분들 모두 존경합니다. 애독자 여러분 모두 애정하는거 아시죠? 공감과 댓글은 큰 힘이 됩니다 ^^


  • 제가 2015년부터 읽어 온 도서 리스트를 보고 싶으시면 아래 링크로 가시면 됩니다.
    https://goo.gl/NzUJb9

늘 애씀 없는 행복이 함께 하시길 바랍니다 ^^

Sort:  

와~~!! 2017년 도서 결산~!
멋지네요!
무경계를 제끼고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1위라니!
아직 읽어보지 않았는데,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됩니다.
2018년의 도서 목록도 기대해 봅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