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립토 일년간의 소회

in #kr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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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도록이면 배설적인 글을 작성하지 않고자 했다.
일년동안 나름 치열하게 학습한 블록체인 기술을 여전히 스스로 둘러봐도 부족함을 느끼고, 예상보다 다르게 흘러가는 현재의 크립토 시장을 보노라면 빠르게 음울한 곳으로 이끌려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사실, 이런 느낌의 근원을 찾다보면, 결과론적으로 생각해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나의 주변 환경, 행위들이 보이는데도 그동안 이를 지속적으로 묵과했다. 나름의 신기루 광풍에 휩쓸린 것이 맞다.

이것이 매번 스스로 반성하게 되는 신기술이 들어왔을 때의 나의 엉성하고도 성급한 태도다. 그럼에도, 소셜미디어에서 배설되는 온갖 전문가를 자청하는 크립토 꾼들의 미디어를 지양하고 조용히 학습에 전념한 내 선택이 나쁘지는 않다.

이 조용한 기술에 온갖 미디어와 경제학적 짜집기가 들어갈 경우 얼마나 희안한 궤변이 나올 수 있는지 목도했다. 그에 따른 다양한 밋업과 교육 등이 블록체인 활성화 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어쭙잖은 기본 개념만 강조하는 행태가 광풍이었던 올 초부터 지금까지 별로 바뀌지 않았다.

이런 와중에 그 많은 개발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언제쯤 이 세계로 물밀듯이 들어오게 될까? 그나마 이러한 기술을 수월하게 접근하여 실질적으로 공헌할 수 있는 그들 대신에 온갖 꾼들이 마이크를 잡고 당연한 이야기를 반복하고 있을까.

비트코인이야 일단 예외로 치더라도, 이더리움, EOS와 같은 플랫폼 코인은 현재 시점에 mass adoption으로 갈 수가 없다는 사실은 월렛을 조금만 사용해봐도 느낄 수 있다. 최근에 개발자 커뮤니티로 활동한 ‘이더리움 연구회'에서 메타마스크를 분석해 보았는데 여전히 ‘사용자 경험'에 최적화된 프로덕트 레벨의 수준으로까지 가는 여정이 멀어보였다. 그나마 다양한 개발사들과 라인, 카카오와 같은 전문적인 UX 디자이너와 개발자 풀을 가진 이들이 업그레이드한 제품을 내놓으려고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생태계 커뮤니티의 규모는 작아보인다. 이 모든 장벽을 깨버리는 시간이 꽤나 걸릴 것이라 느꼈다.

현재 실리콘밸리의 최고 유니콘 기업인 ‘우버'와 ‘에어비엔비'를 보면 근본적인 매칭 기술만 놓고 봤을 때, 지금 같이 높은 시장가치가 이해가 안될 수 있다. 하지만, 한번 앱을 사용해보면 자연스레 이해가 간다. 터치 몇번으로 내 위치에 맞는 차량을 조회하는 이 빠르고 편리한 ‘사용자 경험'은 손에 익는 순간 ‘한번 쓰면 다시 안쓸 수 없는’ 필수 서비스가 된다.
이런 ‘사용자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블록체인 기술은 여전히 ‘개발자 장난감' 같은 단계에 불과하다. 즉, 이 기술을 실제 유저를 대상으로 활용하기 위한 진지한 논의를 할 상태가 아직 아니라는 것이다.

사실, 이러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하기 위해 시작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인 ‘Avarkey(http://avarkey.com/)’는 앞서와 같은 문제에 초점을 두고 시작했다. 이 프로젝트는 기존의 기다란 어드레스나 랜덤 계정명 대신 보다 친숙한 아바타로 표현해주는 서비스이다. 물론, 다양한 프로젝트 개발 경험을 쌓아온 내 관점에서, 실서비스로 만들기 위해 풀어야할 문제가 한두개가 아니다. 이조차 단순한 장난감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러한 시도 자체가 전체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있어서 컨센서스 알고리즘과 캐스퍼의 행동양식 짜는 것 만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의 블록체인 강의 및 댑 개발은 보통 이더리움의 트러플과 솔리디티를 활용한 SPA 형태의 댑을 만드는 것이 주를 이룬다. 이 개발을 처음 보는 타분야의 사람들은 이 자체도 무척 생소해보여서 현재 어느정도의 수준에 머물러 있는지 짐작조차 못한다. 그래서 ‘블록체인 댑 개발’ 이라는 거창한 제목을 달고 이것이 블록체인의 모든 것을 대변해주는 듯이 커리큘럼이 구성되곤 한다. 과거의 ‘웹 2.0 앱 개발'과 차이가 없어보이는 이 제목은 실제로 이더리움 자바스크립트 라이브러리의 명칭이 web3.js 인 것을 보면 상황을 알 수 있다. 주니어 레벨 급 이상의 웹개발자, 풀스택 개발자에게 이런 댑 개발은 귀여운 취미생활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앱에 스마트 컨트랙트 연동하는 부분 정도로 이 혁신적인 프로덕트가 세상을 바꿀 것이라는 기대가 산산이 부서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현재까지 주변에 킬러 댑을 사용한 사람을 본적이나 있는지.
현재 나오는 잘나가는 댑의 대부분이 배팅 등에 최적화된 것을 보면, 내가 낼 수 있는 아이디어도 이런 kitty한 게임 정도이다. 그래서, 간단한 prediction 게임의 형태를 띤 EOS 댑인 ‘Magnetic’을 만들고 있는 중이다. 그나마, 개발 편의성을 위해 여러 도구를 빠르게 내놓는 EOS의 개발 커뮤니티는 희망적이라 믿고 싶기에.

삼개월전 퀀텀 글로벌 해커톤에 수상한 데이팅 댑 ‘Lineup’도 스마트 컨트랙트를 연동하여 이상적인 데모를 만드는데는 성공했지만, 실서비스를 위한 블록체인과의 연동 부분에 있어서 여전히 답보 상태이다. 팀원들 역시 각자 블록체인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Crypto Lover지만, 우선 이 블록체인을 걷어내는 것부터 기획을 재정비하는데 일단은 동의했다.

결국, 일년동안 학습하고 경험한 것은 초기의 환희, 실망에 더불어 블록체인 기본 기술과 그에 따른 기존 기술의 조립이다. 한편으로, 흥미진진한 일들이 많았다. 특히, 이 블록체인 기술을 가지고 전세계의 크립토꾼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주고 받고 서포트할 수 있는 기회는 내가 원했던 정확한 그것이었다. 여전히 그들은 한국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그들이 원하는 role의 대부분이 커뮤니케이션 매니저에 국한되어 있는 것은 이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을 나름 반증한다.

이렇게 학습한 내용들을 정리하여 청중들에게 발표(https://www.devstamp.io/)도 하고, 내년 초에 발행될 ‘풀스택 개발자'를 위한 댑 개발에 대한 원고를 집필하고 있다. 알다시피, 저서를 쓴다는 것은 금전적인 것과는 별도로 스스로의 이 기술의 이해에 대한 책임감을 강제한다. 언제나 부족하지만 나는 이렇게 계속 나아갈 것이다. 이런 학습과 도전의 기회를 준 홀라크라시 조직인 EpitomeCL에 감사한다.

내 많은 커리어가 스타트업에 있었기에 여러 새로운 기술의 광풍이 빠르게 다가오고, 식어가는 모습을 많이 봐온지라 이 기술의 향방도 섣불리 예측하기 힘들다. 다만, 여전히 블록체인은 흥미로운 분야이고 지속적으로 발전이 예상되기에 아마 내년에도 내 관심의 한 축으로 작용할 것이다.
물론 그 관심의 정도를 어디서 어떻게 배출하게 될지 아직 알 수가 없다.

그럼에도 아주 흥미진진한 2019년이 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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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오늘까지 꼭 웃을일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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