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외할아버지, 제라르 -2-
알랑의 장인 제라르는 비행기조종사였다. 모로코에서 가난한 프랑스이민자로 태어나 굶주림에 빵까지 훔쳐야했던 그는 본국으로 돌아와 타고난 명석함과 악으로 그랑제꼴을 거쳐 미라쥐 시험조종사가 된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 한푼 없이도 프랑스에서 두번째 높은 연봉으로 루이 16세와 같은 삶을 누릴 수 있었다.
꺄브에는 샤또 페트뤼스, 무똥로쉴드, 샤또 마르고가 풀지도 않은 박스째로 사방에 널려 있었고, 미로같이 군데군데 방과 복도가 있어 길찾기도 힘들만큼 큰 저택에는 항상 지인들과 돈과 샴페인에 굶주린 젊고 벗은 여성들로 가득했다. 너댓살이 된 앙리와 그보다 더 어린 사촌동생이 있다해서 음탕한 행위를 멈추는 이는 없었다.
여자들과 친구들에게는 그렇게 관대하던 제라르였지만, 세아이를 낳은 후 이혼한 전처에게는 최소 법정 보육비만을 지불할 뿐이었다. 몰락한 귀족이었던 전처는 근근히 부동산 중개소를 하며 장녀 마갈리와 둘째딸, 막내아들을 먹여살렸다. 한두푼이 아쉬웠던 어머니와 광기에 가까운 사치를 누리면서도 정작 가족들에게는 손을 내밀지 않는 아버지 사이에서 세 아이들은 자아분열적 성장을 한다.
사랑보다는 체벌, 부성애보다는 개인적 쾌락에만 더 몰두했던 아버지 제라르. 그의 절제없는 생활은 세살된 아들을 둔 둘째딸이 홀로 파리의 아파트에서 자살에 성공하고 나서야 그친다. 그렇지만 둘째딸의 죽음이 그를 완전히 바꿔놓은 것은 아니었다. 부도와 이혼으로 헤어져 소식조차 제대로 주고받지 않았던 장녀 마갈리와 사위 알랑, 그는 각자에게 빚을 받아내어 두배가 되는 돈을 얻는다. 손자 아버지의 목숨을 바꾼 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