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성의 기원. 복지의 주체는 무엇인가.

in #kr7 years ago (edited)

이타성의 기원. 복지의 주체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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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3년 전인가 ‘진화와 인간 사회’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영장류의 진화와 전반적인 진화론에 대해 다루는 수업이었는데 이 때 이타주의의 기원에 대해 듣게 되었다. 벨벳 원숭이는 새끼 원숭이가 울음소리를 내면 새끼의 어미를 쳐다본다. 카푸친 원숭이들은 암컷과 가까운 친족들을 보호한다. 영장류 때부터 동물은 사회적 관계에 대해 이해하기 시작한다. 영장류는 다른 개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것이 이타성의 출발이다. 인간은 한 발 더 나아가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다른 개체의 생각을 추론할 수 있다. 후술할 상호 주관적 실재와 복지는 이에서 출발한다.

#2

이타주의는 사회학적으로 어떤 이론이 확고히 자리잡고 있는 분야는 아니다. 이타주의는 이기주의로부터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고 이타성은 존재하지 않는다고도 한다. 이타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고 선두의 이론들을 얘기해보자면 유전자에 새겨진 이타 유전자, 사회적 학습과 인지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이타성, 호혜성 이타주의가 있다.

첫째의 이타적 유전자는 재밌게도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론으로 뒷받침된다. 이타성을 촉발시키는 유전자가 존재하고 그것을 가진 개체들이 유전적 레벨에서 선택을 받아 이타 유전자가 유전자 풀에 계속 남아있게 된다는 것이다.

둘째의 사회적 학습과 인지 발달 이론은 동방 문화권에서 특히 잘 나타난다. 흔히 얘기하는 효, 덕, 충 등이 이에 속한다. 유교 문화를 어릴 때부터 접해온 한국인들은 왠지 모르게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고 싶어지고 등이 굽은 노인의 짐을 대신 들어드리고 싶어진다.

셋째의 호혜성 이타주의는 이기주의와 연결된다. 내가 이타적 행동을 할수록 호혜성이 증가한다. 그 말은 즉, 내가 상대방에게 이득을 주면 그 상대방도 나에게 이득을 줄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복지가 성립할 수 있는 이성적 근거가 여기에 있다.

#3

나는 장애인을 돌보는 일을 했었다. 정말 값진 경험이었고 얻은 것이 많지만 힘든 때도 많았다. 힘들 때에는 때려치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고 화를 내고 싶어지기도 한다. 그럴 때 나를 잡아주었던 것은 ‘내 자식이 장애인으로 태어났을 때, 사회가 이 정도는 해줬으면 좋겠다’하는 선을 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지금 되돌아 생각해보면 어리석은 생각이다. 사회는 실체가 없고 실제로는 모두 개개인의 관계다. 내가 미래의 그런 득을 바란다면 미래에 내 자식을 도와줄 사람에게 이득을 줘야한다.

국가와 사회는 실체가 없다. 다만, 상호 주관적으로 실재할 뿐이다.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써 존재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영토, 국민, 대통령, 돈 등등 여러 가지 얘기를 할 수 있겠지만 당연히 그 중 아무 것도 대한민국을 대한민국으로 존재하게 할 수 없다. 대한민국은 여러 사람들이 상호 주관적으로 합의된 특정한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함으로써 존재한다.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은 많은 부분의 영토와 국민을 공유하지만 2018년 누구도 대한제국에 산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과 땅이 그대로인데 그저 사람들의 생각 속에서 대한제국이 나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것뿐이다. 논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쉽게 국가, 정부, 기업 등은 모두 상호주관적 실재임을 알 수 있다.

위의 두 문단을 엮어보면 재미있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흔히 복지의 주체를 사회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개개인이 복지를 담당한다. 그렇다면 복지의 주체는 무엇인가? 사회인가? 개인인가? 나는 복지의 주체가 개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로 인해 발생하는 책임은 사회가 떠안아야 한다. 사회복지사들의 행복도는 상당히 낮은 편에 속한다. 현재는 책임을 개인들이 떠안고 있다. 뭔가 사소한 실수라도 있으면 화살은 그대로 개인에게 쏘아진다. 현 제도는 이를 도덕적 차원의 이타성으로 유지하고 있다. 사회에 불만을 제기하더라도 그저 묵묵부답일 뿐이다. 호혜성 이타주의는 서로 간에 이득을 주고 받는 데에서 기원한다. 우리는 세금을 통해 사회에 이득을 준다. 그러나 이득을 받는 것은 개인으로부터 받고 피해에 대한 보상도 개인에게 원한다. 이런 상태로는 복지가 지속될 수 없다.

군대 문제도 여기서 파생된다. 2년간 징집되는 것은 사회가 우리에게 주는 손해다. 따라서 배상 책임도 사회에 있고 어떤 문제가 발생할 시에 그 해결 책임도 사회에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사회에 문제 제기를 하더라도 개인으로 귀결된다. 사회 전반은 절대 바뀌지 않는 것이다.

이와 같은 문제들의 해결은 문제 제기의 제도화가 급선무다. 현재 일반 국민들이 할 수 있는 최대의 문제 제기는 청와대 청원이다. 이번 정부를 전체적으로 비난하고 싶지는 않지만 최소한 청원에 관련해서는 비난하고 싶다. 청원 인원을 치졸하게 올리는 모습을 보고는 정말 경악했다. 언젠간 사회가 주체가 되어 복지가 실천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맺으며

베이징에 다녀와서 약간의 휴식을 취하고 다시 돌아왔습니다. 만리장성 등반 후 감기가 들었는지 몸이 안 좋아서 글이 잘 안 써지네요. 상호 주관적 실재라는 말은 최근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에서 살짝 인용했습니다. 정말 좋은 책이니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얼른 몸을 회복하고 다음 글은 잘 써서 돌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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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이론이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아이들을 볼 때나 사람들을 볼 때에도 교육 되어지는 것 이외의 기본적인 성품은 타고 나는 영역이 있다고 생각이 들더라구요.

확실히 타고나는 것도 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