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그라노

in #kr23 days ago (edited)

요즘 감정의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는것 같다.
너무 감정적이고 나 중심으로만 생각하는것을 지양해야 하겠다.

말을 가급적 안하려고 하지만 누군가가 말을 걸어만 줘도 신이나서 할말 못할말 구분못하고 나대는 버릇을 고치려 해봐도, 이게 말실수를 줄이고자 말수 자체를 아예 줄이니 확실히 다툼의 횟수가 줄긴 했지만, 근본적인 것이 해결되지 않은 임시방편 같은 거라 한번씩 감정이 넘치는 날은 말도 홍수처럼 터져나와 버려 곤란하다.

결국 인간은 말을 하고 싶은 동물이고 자신을 표출하고 싶은 욕구를 지녔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자세로 가야 할 것 같다.

그동안에 그림자같은 컨셉에 침묵자였다면 특정상황에서는 이성을 잃고 감정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사태같은 부작용이 올 수 있어서 다시 한번 가다듬어야 겠다.

가족들에게 말하면 스트레스, 직장에 말하면 험담, 엄빠에게 말하면 철안든 자식, 친구에게 말하면 내 약점이 될 그런 이야기들을 전문가에게 털어놓는게 낫겠다.

그래서 7월부터 이번에는 딸아이 상담이 아니라 나의 정신상담을 시작해볼까 한다.;; 어차피 7월초에 예약해 놓은 것이 있었는데 이것은 가족상담이라 이제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달에 1~2회라도 상담사님을 만나서 감정을 다스리는 법을 배워야 하겠다. 워워워~ 나이드니 화도 잘내내~~~

원래 이정도로 못참고 부들대는 성격이 아닌데 이번 사건은 왠일로 거의 3일동안 그 친구 욕이란 욕은 다 하면서 자다가도 내가 더 퍼부어 주지 못한 자신에게 화가 나서 씩씩대며 일어나고, 화를 삭히고자 노래를 들으며 아파트 근처 길을 2시간씩 걷고 들어와도 화가 안 풀렸다.;;;;

그러다보니 본의 아니게 그 친구에 대해서 묻는 사람에게도 씩씩대며 내 입장만 주구장창 늘어놓고 험담을 하게 되었다. 얼큰하게 2번이나 욕을 하고 나니 나라는 사람의 수준이 이따위로 처참하다는 생각에 저절로 우울감이 밀려왔다.

진심으로 하나도 개운하지 않다. 이상하게 가슴속에 화는 있는데 이것이 과연 그 친구를 향한 것인지 나 자신에게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다. 잠자코 살아야한다고 스스로를 억제하는 사회생활이 내게 독이 된건지 모르겠지만. 뭔지는 몰라도 불안하고 화가나고 어수선한 마음이다.

목표하던 영어공부도 뒷전이고 오로지 미워하는 마음 하나만을 품고 있는 나자신에게 놀라울 뿐이다. 원래 탁 털고 금방 용서하는 스타일 아니었던가? 내가 이렇게 뒷끝 쩔고 욕을 서슴없이 하는 스타일이었던가;; 근래 나 자신도 몰랐던 사회생활에서의 나를 발견한 기분이다.

나는 원래 1:1로 대화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최근에는 굳이 대화에 끼어들지 않아도 무난히 분위기가 유지되는 3명이상의 무리가 마음이 훨씬 더 편해졌다. 굳이 새로운 화두를 던지지 않아도 되고, 내가 꼭 맞장구를 안 쳐줘도 다른 2명이 티키타카하는 모습을 보며 입꾹꾹이가 되어도 전혀 부담이 없다.

사람은 10년에 한번씩 다시 태어난다더니 정말 놀랍다. 소수를 좋아하던 내가 이토록 어떤 무리속에 들어가고 싶어하다니. 해가 ... 해가 서쪽에서 뜰 것이다;; 더 놀라운건 원래 출,퇴근도 혼자서 노래를 듣거나 잡생각을 하며 걷는것이 십수년간의 나의 루틴이었는데 요즘은 출퇴근 메이트가 있었으면 하고 은연중에 바라고 있는 나자신을 발견한다. 놀랍다... 정말 38살되니 인간자체가 이렇게 달라집디다?!

노년에 말할 사람 없어도 돼, 티비나 보고 스마트폰이나 하지 뭐 이런 비생산적인 대화를 몇 시간씩 주고 받는 담? 이랬는데, 요즘은 정 반대로. 노년에 자주 연락하는 할망구 여럿 있으면 참으로 재미지겠다고 생각한다. 집나간 인류애가 성큼성큼 내 집으로 찾앋들어오고 있다. 그리고 혼자만 온게 아니라 '화'도 같이 찾아왔다.

화라는 녀석은 내 마음에 불을 지피고 머리에도 지폈다. 나는 감정이 가는대로 행동해버리고 곧 며칠 뒤 후회한다. 아니 어쩌면 어린시절부터 이런 모습이었는데 이제서야 자각한것이 아닐까?

퇴근하고 이 어처구니없이 변해버린 내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다가 몇 가지 지적받은 사항이 있다. 우선은 코웃음 치는 버릇을 고치라고 했다. 아, 나도 남에게 코웃음을 치는구나;; 정말 의식하지 못한 버릇이다. 그리고 성대모사 금지. 둘 다 상대를 기분나쁘게 할 뿐이다.

이미 쏟아버린 말, 뱉어진 감정, 말해버린 욕은 쓸어담을 수가 없다. 하........ 나 이러다 사내에서 신고당하는거 아닌가 몰라;;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다. 왜 10대시절보다 더 감정대로 행동하냐.

일만 하고 퇴근하면 됐지라고 합리화를 하려해도 이런 마음으로 앞으로의 회사생활을 어떻게 할지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글로 일단 써봤다. 벌써 새벽2시다. 일기장 다운 일기장글이군.

요즘은 마음이 복잡하거나 우울할때 일기를 쓰러오는데 그 주기가 보여서 참 웃긴다. 보통 4~5일 간격으로 이 쓰나미 같은 우울감+빡침같은 것이 밀려드는군. 어떻게 해야 현명하게 잘 대처할 수 있을지 ...

언제쯤 어른되려나;;;;;;;
욕쟁이 할멈이냐!!!!!!!!!!!!!!!!!!!!
어서어서 무럭무럭 자라서
어른이 되고 싶다.ㅠㅠㅠㅠㅠ
초딩스러 ㅠㅠ요즘의 내 모습 ㅠㅠㅠㅠ

왜이렇게 감정에 질질 끌려다니는거야~~~~
스님 말씀 많이 듣고 읽어야 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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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요즘 화가 많아졌는데...

전에는 잘 참았는데;; 나이를 먹으면 그냥 못참고 할말은 하고 아닌거 아닌거, 이렇게 되는거 같아요^^;;;;;; 나이먹을수록 벼가 익듯이 고개도 좀 숙이고 넓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데 참... 세상풍파 겪을수록 더 외고집이 되는거 같아서 씁쓸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