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00] 새로운 것 100개 도전하기_능이 백숙 먹기

in #life6 years ago

7번째 포스트도 '내가 싫어하는 음악 듣기' 도전이었는데, 이번 포스트도 비슷하다.
내가 싫어하는 음식은 계란 반숙, 멍게 같은 비린 음식인데 유일하게 그외의 음식 중에 '백숙'이 있다.
밖에서 백숙을 먹어야 할 때 늘 깨작거리면서 먹었고, 본가에 살 때도 백숙이 올라온 날은 눈치 보다가 다른 반찬으로 밥을 먹곤 했다. 그런데 오늘 내 돈 주고 내 발로 걸어가서 백숙 먹기에 도전했다.

동네 친구들하고 먹었는데, 이 지역 상권 특성 상 비싸도 만원이면 한끼 해결이 가능하다.
그런데 오늘 간 곳은 낱품 만 해도 13,000원이고, 탕으로 나오는 것은 육만원이었다.
능이 백숙을 잘 한다고 해서 갔는데 (사실 이 친구들은 토박이들이 많아서 데리고 가는 곳 조용히 따라가면 다 맛집이었다, 아니 맛집이 아니라 내 입맛에는 JMT였다,)
정말로 맛있었다. 저번 주에 몸이 안 좋아서 보양식 좀 챙겨 먹을까 해서 갔는데
능이 백숙이 너무 맛있었다.

맛있는데 건강해 지는 기분 오랜만... 다 먹고 죽까지 야무지게 먹었다.

다 먹고 장소를 옮기는데 곱창집을 갔다.
이 친구들 중 남자 비중이 많아서 백숙 만으로는 좀 부족한가 싶어서 밥 먹고 또 밥을(?)먹는게 좀 이상했지만 그냥 한번 따라 가봤다. (위에 말했다시피 어차피 이 친구들이 가는 곳은 JMT인 맛집이 많아서 한 입만 먹어도 좋을 거 같았다)
아는 사람이하는 집이라고 해서 갔는데 또 곱창이 JMT..
곱창을 좋아해서 곱창집가면 주구장창 곱창만 먹었는데, 이번에는 막창도 시켜서 처음 먹어봤는데
막창도 JMT 아닌가..? 능이 백숙을 먹고 곱창을 또 먹었다..;

사람이 모여서 술 먹다 보면 꼭 그런 사람이 있다
난 조금만 먹고 집에 가야 돼, 한잔만 먹고 갈게, 하는데 꼭 끝까지 남아있는 사람..
그게 난 것 같다..
한 명이 잘 아는 곳이 있다고 해서 갔는데.. 세상에.. JMT...
웨스턴 스타일 바인데, 영화에서 보면 그런 곳이 있지 않은가..
혼자 홀짝 홀짝 술을 마시면서 바텐더와 이야기 하는..?
그런 곳이었다. 주말인데도 혼자 오신 분들도 많고, 일행과 같이 와서 마시는 분이 있고
술집 유목민으로 그런 바를 본 적이 없는데
아 여기는 집 오는 길에 들려서 칵테일 한 잔 하고 편하게 갈 수 있겠다.. 하는 곳이었다.
술을 밖에서 혼자 먹어 본 적이 없는데 이 곳이면 자연스럽게 가능할 거 같다.
분위기도 마음에 들고.. 위치도 마음에 들고.. 다 마음에 들었다!

칵테일 바에서는 시커먼 남자애들만 남아서 같이 먹었다.
학생 때는 여고나 여초 환경이었는데 이상하게 요새는 만나는 모임 보면 다 남자들이 많다.
시킨 칵테일은 마티니, 코스모폴리탄, 타이타닉, 모히또, 깔루아밀크.
블랙 러시안만 먹는데 이 번에는 코스모폴리탄을 추천 받아서 한번 시켜봤다.
준벅은 서비스로 나와서 먹어봤는데 한 잔 더 시켜먹었고
아는 사람이 지나가다가 그냥 블랙 러시안 한 잔 더 시켜줬다.

좀 촌스러울진 몰라도(?) 귀엽게도 다들 남이 시킨 칵테일이 더 예쁘고, 맛있어 보여서
한 모금 씩 좀 뺏어 먹었다. 타이타닉 시킨 사람은 처음 보는데 정말 괜찮았다.
준벅은 생각 보다 맛있었고, 이 곳은 모히토를 특별히 잘 하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우리 막내는 칵테일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외우고 있어서 그게 또 귀여웠다.

사람 셋이 모여도 스승이 나온다는데.. 하물며 많은 사람들이 모였으니
다양한 얘기를 나눴다. 사는 곳만 다들 근처지 직업이나 살아 온 환경, 가치관이 다들 다르니
얘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다. 다들 참 열심히들 살아왔고, 대단하다.
실제로 처음 보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도 있고.. 하긴 그런데 나도 그렇긴 할 것 같다.
그래서 가끔 농담 삼아 (농담이 통할 것 같은 사람들한텐) 도박꾼이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신청곡을 넣을 수가 있어서 음악도 신청했는데,
이미 나랑 좀 본 사람들은 내가 무슨 음악을 쓰는지도 안다.
술 먹으면 꼭 징글징글하게 KYGO 노래들을 트는데 (술 안먹어도 제일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사실 노래가 좋은걸 어떡해..
아무튼 그 징그럽게 듣는 노래는 KYGO의 remind me to forget 이다.
그외에도 stay, stole the show, oasis 그리고 cut your teeth, stargazing, born to be yours, sunrise, firestone도 꼭 들어봐야 할 곡들이다.
이 곡하고 어제 도전했던 시아의 샹들리에도 넣었다.

아니 포스팅을 쓰다 보니 또 의식의 흐름으로 흘러와서
능이백숙에서 kygo까지 왔다.

생각 해 보니 보양식을 먹고 술을 먹어서 좀... 죄책감이(?) 느껴지긴한데..
맥주 조금이랑 칵테일 정도는 보약이 아닐까?
크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