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일기 - 신혼일기 - 마음 성장 - 비뇨기과를 안가는 당신들 나빠.

in #lifegame4 years ago

내가 고자라니.jpg

정신없이 일하고 들어오니

“내일 병원에 진료받으러 가는 날이야.”

“아! 그렇네!”

스물 네 살쯤 군대에서 전역하고 사회에 나가기 전에
신체검사를 쫙 한 번 스캔 해보자는 마음에 내과,
정형외과, 안과 등 병원들을 순회하다 비뇨기과에서
딱 걸렸다.

“어? 이거 뭐지? 하얗네?”
초음파 젤이 잔뜩 묻은 손으로 고환을 꾹 누르고
초음파 장비(총 같이 생긴 거)를 다시 한 번 문질렀다.
“어어?”
이번에도 아기 주먹 만한 하얀색 물질이 고환안에
자리 잡은 걸 확인 할 수 있었다. 선생님은 의아한
얼굴로 옷 입고 나가서 기다리고 있으라며, 초음파
실을 나갔다.

한 5분, 병원 로비 같은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본인이 외투를 입고 나갈 채비를 하고 나타났다.
이대 목동 병원까지 태워주고 당일 예약을 잡아줬다.
가는 차 안에서 무슨 일인지를 이유를 들어보니,
초음파 상으로 보이는 하얀 덩어리가 이미 괴사하거나
종양이 되어버린 오른쪽 고환(인 거 같다고 했다)이란다.

이대 목동 병원에 도착해서 접수를 마치고 의사선생님은
가버렸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다. 어느 의사가 환자한테
중병소견이 의심된다고 자리를 뜨나?)
당일 검사하고 3일 후에 결과를 들으러 갔다.
오른쪽 고환 암 초기 란 진단을 받았다.
의사선생님께 조심스레 여쭤봤다.
“적출하고 할 수는 있겠죠?”
노(老)의사선생님은 명쾌하게
“당연하죠”
의심없이 진료실을 나와 당시 다니던 TV광고 미술팀 사장님께
문자를 드렸다. 암이라고 말씀드렸는데, 믿지 않는 눈치셨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작업 도중에 탈주를 했었 던 건지,
‘이 녀석도 런(RUN)각을 잡는구나’ 생각 하셨던 게 아닐까?
병무청에 가지고 가야하는 진료 소견서 찍어 보내 드리고
부모님께 연락 드렸다.
목소리에서부터 느껴졌다.
어머니께서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을 뻔했다고 그 당시
말씀하셨다. 아버지께서는 급하게 수소문을 해서 다른
대학병원에서도 검사를 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보셨다.
당시 이대 목동 병원의 평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진료를 받고 병원을 나오는 길에 친구들에게 이 일을 알렸다.
걱정을 원하기보단 자랑하는 마음이었다. 어린애가 친구들에게
좋은 거 있다고 자랑하고 싶은 마음말이다.
죽을 병도 아니었고, 수술 후에 건강한 생활하면 관계 가지는
것도 문제 없고, 다행히도 보험 적용되었고, 암 걸리는게 흔한
일이 아니니 경험과 감정을 나누고 싶었다.
물론 친구들은 걱정해주었고, 나는 꼭 비뇨기과 가보라는
말을 해줬다.

이후 남자들을 만날 때 마다 친해졌다 싶으면 꼭 얘기해준다.
비뇨기과 가라고. (물론 듣는 사람은 없는 것 같지만.)

이런 저런 일이 있었지만, 모두 무사히 지나가 보험사에서도
발병하고 5년이 지나면 다시 받아 줄 수 있다고 해서, 새로
보험도 들었다. 혹시 나 재발할 까봐.
보다시피 잘 지내고 있다. 이미 5년은 넘어버렸고 8년(?)이
되어가고 있다.

오전 중에 경과 진료를 보러 간다.
앞에서는 가볍게 얘기했지만, 건강하기 지내기 위해 무던히도
노력했다. 도와 주신 분들께 그리고 애쓰고 있던 나에게
고맙다.
물론 나는 더 노력해야 하지만 이 일기의 취지는
감사일기니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남자분들은 바로 비뇨기과 검사 한번
받아보고 1년에 1번씩은 받아 보기를 바란다.
사람 몸은 병이 랜덤박스 마냥 튀어 나온다. 우리의 아들래미들도
워낙 섬세한 기관이라, 한 번씩 살펴봐 줘야한다.

열심히 건강 관리를 하려고 하지만, 오늘 수면의 질이 너무 안좋다.
자면서 3번은 깼는데, 10시에 자서 2시 3시 4시 이런 식으로
깨는 걸 보니 5시에 못 일어날 까봐 몸이 염려하고 있나 보다.
익숙해 지겠지.

어제 서평에 대해 고민해봤는데, 역시 감사 일기 쓰면서 같이
섞어 쓰는 수 밖에 없다.
어제 정말 모처럼 성공한 데일리 리포트를 적었는데,
추가적으로 서평을 쓸 시간을 빼기가 어렵다.
아침에 감사 일기 적을 때 그나마 좀 어울리게 쓰도록
해봐야징.

굿모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