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in #metoo7 years ago (edited)

미투 MeToo

미투 운동이 한창이다. “나도 그런 적 있는데”라고 말하는 운동. 여기서 ‘그런’은 성추행이나 성폭행이다. ‘그런적’에 대해서 고백하는 운동이 미투 운동이다. 이런 고백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겠지만 사실 고백 없이 변화는 불가능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도서관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러 가곤 했었다. 잠깐 쉴 요량으로 도서관 앞 의자에 앉아 있는데 어떤 아저씨가 말을 걸어왔다. 자신이 선생님이고 공부하는 법을 가르쳐주겠다며 가까이 있는 자신의 집에 가서 함께 공부 방법을 배우자고 했다.

별다른 의심 없이 그를 따라 갔는데 허름한 단칸방으로 나를 안내 했다. 그리곤 차를 타다가 내게 건내고 난 뒤 내 몸을 더듬기 시작했다. 난 당황해서 급히 뛰쳐 나욌고 이 일을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적잖이 당황했고 이해할 수 없었으며 어떻게 해야할지 몰랐기에 그냥 잊으려고 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스무살에 군대에 갔다. 그 땐 단독 침대가 아니라 긴 바닥에 연달아 침구를 깔고 서로 붙어 자는 식이었고 난 선임병 옆에서 잠을 자곤 했는데 어느날 내 속옷에 손을 넣고는 내 성기를 만졌다. 난 그저 흠칫 손을 잡아 뺏지만 이 또한 누구에게 말하거나 문제 삼지 못했다.

놀라고 부끄럽고 수치스럽고 혼란스러웠다. 그리고 그렇게 잊고 살았다. 그 순간엔 뭘 어떻게 해야할지도 모르겠고 상상도 해보지 않은 상황에 사고가 정지되는 것 같았으며 물리적, 사회적 강자였던 그들에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내가 멍청했다고 왜 그 때 그렇게 밖에 대응하지 못했을까 왜 그렇게 선택했을까에 대해서만 후회했다.

모르겠다. 흔치 않은 남성간의 성추행을 재수 없어서 나만 당했던건지 아니면 아주 흔한 일인지, 사실 그걸 따지기 위해 내가 이 글을 쓰는건 아니다. 내가 말하고 싶은건 남성인 나도 그랬는데 여성은 더욱 대응하거나 감당하기 힘들거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실 내가 여성에 대한 생각의 변화가 일어난건 아내의 출산과 딸의 출생이다. 그 전까지 나는 어머니가 여성이란 사실을 잊고 살았었다. 그런 왜곡된 가치관 안에서 살다가 그 두 사건이 여성에 대한 내 시선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그리고 앞으로 여성으로서 살아가게 될 딸의 아빠인 내가 미투 운동에 대해 생각해 보는 이유이다.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라 가해자의 잘못인데 사회는 피해자, 특히 여성 피해자에 대해 책임을 묻는 바보 같은 현상이 계속 되고 있다. 난폭 운전, 음주 운전을 계도하거나 처벌하는게 아니라 보행자에게 조심하길 강요하고 사고가 나도 보행자를 탓하는 형국이다. 그런 비상식적인 일이 과거에도 지금도 계속 일어나고 있다.

왜 이런 왜곡된 생각들이 만연하게 된 것일까 생각해 보면 결국엔 교육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지식만을 주입한다. 딸가진 부모는 딸에게 조심하라고만 하고 아들가진 부모는 아들이 성폭력을 한다해도 아들을 탓하지 않는다. 엄마들 조차도 그렇다는건 놀라운 일이다. 교육이 변해야한다. 나 또한 늘 고민하는 부분이다. 딸을 어떻게 양육해야하는가.

고백을 통해 현재를 인지하고 변화를 도모해야하며 변화는 지속되야 한다. 일시적인 변화로는 상태가 변하지 않는다. 상태가 변하기 위해선 변화는 지속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