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일기 #163
2024.11.8(금)
숙소에 사는 야옹이. 사람손을 많이 탔는지, 나를 보고 쓰다듬어 달라고 나에게 가까이 와서 얼굴을 내밀었다. 밤기온이 차가워서 밤새 밖에 있으려면 많이 추울테지.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먹다남은 튀긴 닭고기를 손으로 찢어 주었더니, 안먹는다. 튀긴음식이라 싫어하나?
노조와의 협상이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는 노조의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서는 소송을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회사는 소송을 하지 않고 이 건을 마무리 하기로 협의를 하였단다. 이렇게 유야무야 구렁이 담넘어가듯이 넘어가버리면 노조는 또 이런 불법행위를 자행하고 협상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다. 이것이 그들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다. 나보다 사무실 직원들의 분위기가 더욱 걱정이 된다. 직원을 지켜주지 못하는 회사를 위해 열심히 할 수 있는 지원이 있을까.
나는 오늘 휴무를 떠난다. 오랜만에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휴무를 다녀와서 다시 업무에 복귀 하겠지만, 나는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회사규정을 무력화시키고 노조원들이 회사가 아닌 노조의 지시를 따르게 하려는 그들의 의도를 못본체 할 수는 없다. 그렇게 지난 10년을 그렇게 끌려다녔으면 이제 그만할 때도 됐다. 그들은 우리의 일자리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밤 10시버스를 타고 밤새도록 공항으로 달렸다. 매우 구불거리고 덜컹거리는 도로를 달리느라 제대로 눈을 붙이지 못했더니 온몸에 피곤을 껴얹인 듯 무겁다. 새벽 6시에 공항에 도착해서 집으로 가는 비행기를 기다렸다.
장거리 버스여행에서 생리활동에 제약이 많기 때문에 어제 오후에 라면을 하나를 끓여먹고는 밤새도록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검색대를 통과하기 전에 미리 챙겨온 빵과 콜라를 가방에서 꺼내 먹었다.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지만 먹으니까 음식이 잘 먹혔다. 비타민 두알도 챙겨 먹었다. 미리 온라인체키인 해둔 보딩패스를 찍고 공항안으로 들어갔다.
한국으로 휴무를 다녀온 동료에게 한강작가님의 <채식주의자>를 부탁했는데 다행이 내가 휴무를 가기전에 받을 수 있었다. 공항 대기시간이 무려 7시간이나 되어 책한권 읽으면 딱 좋겠다는 생각에 백팩에 들고 왔는데, 전날 버스여행의 후유증 때문인지 도저히 졸려서 제대로 책을 읽지 못했다. 아무래도 다시 한번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다만 기억나는 것은 주인공 영혜의 아버지가 강제로 음식을 영혜에게 짖이겨 넣는 장면과 영혜가 과도로 자기 손목을 긋는 장면이 너무나 강렬했다. 형부의 영혜에 대한 감정묘사도 너무나 몽환적이면서도 반면에 사실적인 느낌도 들었다. 한참을 졸고 책을 읽고 유튜브를 보다보니 탑승시간이 다 되었다.
집에 도착했다. 아이들을 꼭 안고 뽀뽀하고 모여서 삼겹살에 밥을 먹고 나니 긴 여행의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다. 아내에게 그동안 있었던 이야기를 해주니 아내의 눈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안할 순 없었다. 부부는 그런거니까. 전화로 알릴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혼자 상상하며 불필요한 불안감을 키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길었던 하루가 지나갔다.
고생많으셨습니다.
한국에서 가족 분들과 함께 즐겁고 행복한 시간 보내시길 바라겠습니다~ ^^
한국은 아니지만 가족과 좋은 시간 보내고 복귀해야죠.
방문 감사합니다.
헉... 그랬군요. 죄송합니다.
비행기타고 ... 그래서 한국행인 줄...
제가 얼떨결에 한국 오신 것으로 만들어 버렸네요. ㅠㅠ
한국에 들어 오셨군요 !!
계시는 동안 정말 가족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내시길 바랍니다 !!
응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