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Midnight Sky (미드나이트 스카이) _영화 _20201228

in #movie4 years ago

<미드나이트 스카이>는 Covid-19가 말그대로 팬데믹 상태였던 2020년 개봉한 미국의 SF 영화이다. 조지 클루니(George Timothy Clooney)가 감독과 주연(어거스틴 로프트하우스)을 함께 맡았다. 릴리 브룩스돌턴의 소설 <굿모닝 미드나이트 Good Morning, Midnight>가 원작이다.

더이상 사람이 살 수 없는 상태로 급격하게 변하는 지구, 인류는 생존을 위해 지구 밖 우주에서 지구를 대신할 행성을 찾고 있지만, 주인공 어거스틴이 있는 마지막 생존 가능한 지역인 북극도 곧 생존할 수 없는 지역이 되는 재난영화의 모습을 보여준다.

모두가 마지막 희망을 찾아 북극기지마저 떠나는 상황에서 어거스틴은 투석을 해야 하는 몸으로 홀로 남는다. 그리고 천문학자인 자신이 지구를 대신할 수 있으리라 주장했던 목성의 한 위성으로 탐사를 떠났던 우주탐사선 '에테르'로 지구 상태가 다시 돌아올 상황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려고 한다. 굳이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면서 이렇게 하는 것은 자신의 딸 아이리스에 대한 마지막 짝사랑의 표현이다. 젊은 시절 일에 파묻혀 살면서 사랑했던 여인과 헤어지고, 그 여인이 홀로 감수하기로 했던 딸은 아버지를 모르기 때문에 짝사랑이다.

홀로 한달을 버티면서 결국 '아이리스'라는 여자아이를 만나며, 그 아이를 보살피는 부성애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는 환상이다. 잠깐 <뷰티풀 마인드 A Beautiful Mind>(2001)가 떠 올랐다. 소름끼치지도 않고, 놀라움을 주지 않으면서, 잔잔하게 주인공의 심적 상태를 전해 준다. 그 여자아이는 바로 아버지를 모르고 있는 자신의 딸의 어릴 적 모습이다.

우주탐사선 '에테르'에서도 우주인들이 SF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건사고가 있다. 갑작스런 오작동으로 인한 궤도이탈, 우주 부유물들과의 충돌, 우주 유영을 통한 수리, 그리고 안타까운 죽음까지 별다르게 특별할 것은 없었다.

재난, 가족, SF 라는 평이한 구성이었지만, 이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것이 하나 있다. 성공적인 탐사 결과와 함께 귀환을 앞둔 상황에서, 돌아가야할 고향과 가족이 있는 지구가 더 이상 생존할 수 없는 곳이 된 상태를 확인한다. 그렇다면 우주선에 남아 있는 4명이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일 수 있다. 최초 5명 중에 한 명의 여자승무원은 사고로 사망한 상태이다. 북극에서 지구의 상태를 알려준 주인공을 구출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그런데 2명이 자살이라고 할 수 있는 지구행을 결정한다.

인류의 생존, 인간이라는 종의 존속 또는 유지를 위해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없다. 단지 각자의 삶과 죽음에 대한 의미를 개인적으로 결정하고, 그것은 다른 모두에게 인정받고 이해받는다. 특히 우주인 2명은 인류의 생존을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을 선택하지 않고, 어쩌면 역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가족 곁에서, 지구에서 죽겠다는 것이 그들의 선택이다.

우리나라, 민족, 사회, 공동체를 위해 희생과 봉사를 가치있는 것이라 하고, 반대로 개인적이고 사적인 나의 삶의 안락함과 편안함을 이기적인 것이라 평가하는, 한국인으로서 내가 아주 신선하고 충격적이게 받아 들일 수밖에 없는 그들의 선택이었다. 머리로는 서양의 개인주의사상에 대해 익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편함과 당황스러움은 여전히 나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 같다.

COVID-19의 상황에서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여전히 공동체를 위한 방역을 실시하고 있다. 사회질서와 거시경제를 위해 개인이 봉사하고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서양에서의 확산세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지와 무능이라고 비판하는 것에 망설임이 없다. 하지만 질병으로 인한 고통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과연 생명에 대한 존중과 등치가 되는 것인지는 의문이다.

이기적인 선택이 자유롭고, 또한 존중받고 이해받는 것이, 과연 이기적인 선택이 이타적이고 공동체적인 것으로 포장되어야만 하는 것보다 열등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던져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