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그럼에도 이야기
미셸 공드리의 영화는 공상 과학 영화인데 볼거리가 정말 없다. 여기서 말하는 ‘볼거리’는 눈을 즐겁게 해주는 요소가 없다는 말이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는데 거슬린 적은 없다. 공드리를 들먹이면서 하고 싶은 말은 결국 영화는 이야기라는 것이다. [승리호]는 공드리의 반대편에 있다.
[승리호]에는 이야기가 없다. 백번 양보해서 이야기가 있다고 치자. 하지만 빈약하다. 어디서 본 이야기들이다. 그 이야기들은 촘촘하지 않다. 그냥 어디서 본 이야기들이니까 그려려니 하고 추측하며 보라고 관객을 배려했나보다.
좋았던 점은 미술팀과 CG팀이다. 온갖 자질구레한 디테일들이 휙휙 지나가는데 그 두 팀이 했을 수고가 눈에 보이는 듯 했다. 그렇다고 내가 칭찬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나는 이 영화의 특수효과에 도움을 줬다는 덱스터 스튜디오가 한국 영화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될까 진지하게 의문을 갖고 있다. 기생충 CG에 참여했다는데, 그 정도만 하면 좋겠다. 영화는 덱스터 스튜디오의 포트폴리오가 아니다. 계속해서 말하지만 영화는 이야기다.
혹평을 했지만 또 그렇게까지 나쁘진 않았다. 초반 추격 시퀀스는 나름 볼만했고, 캐릭터 소개 방식도 괜찮았다. 전반적으로 평범한 한국 영화의 수준이라고 보면 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