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엔트 급행 열차와 오리엔트 특급 살인 (The Orient Express and Murder on the Orient Express)
1차 산업혁명이 사회에 가져온 기계 문명 중 하나로 기차를 꼽을 수 있다. 산업용 운송수단으로 시작하였지만, 비행기가 없던 시절 장거리 승객을 위한 운행수단으로서 기차는 여러 측면에서 혁명적 역할을 하였다. 표준시가 부산물이긴 하지만 그 중 하나다. 전세계 각지역에서 태양 기준의 지역시간을 사용하다 시간의 동기화 필요성으로 세계를 시간단위로 분할하여 분할된 지역 내에서 동일 시간을 사용하도록 한게 표준시인데, 장거리 기차때문에 도입되었다. (관련 참고서적: 모던타임: 샌포드 플레밍과 표준시의 탄생) 물론, 장거리 이동을 과거보다 저렴하고 빠르게 할수 있게 했다는 점이 본연의 기능으로 우선이긴 하다.
Orient Express는 파리에서 이스탄불까지 운행하던 기차 서비스의 이름이다. 즉, 고유명사. 이때의 상황을 고려하자면, 이스탄불이 유럽의 동족 끝이니, 그 동쪽 끝까지 빠르게 가는 급행열차란 의미이다. 1883년 파리에서 이스탄불(시르케지역)까지의 구간(아래 지도의 빨간색 노선)이 개통되었는데, 양 지점을 이동하는 데에는 여러 날이 소요되었다. 지금의 시베리아 횡단열차나 미국대륙 횡단열차도 마찬가지다.
Orient Express는 벨 에포크(Belle Époque)의 상징처럼 제국주의 서유럽의 황금기 시절에 운행을 시작하였고, 제1차 및 2차 세계대전에는 기차가 지나가는 국가들 사이에 전쟁이 있었기 때문에 운행을 중단하였다. 지금에 비하면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전반기에 장거리를 이용하는 고객층은 상류층이나 전문직 또는 공무원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몇일에 걸쳐 기차로 이동하다보니 식사나 침대 등 기차 서비스가 고급이다.
이 기차가 우리에게 유명해진 것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이라는 추리 소설과 이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와 TV 드라마들 때문이다. 전간기인 1930년대 중반을 배경으로 오리엔트 급행 열차의 특실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의 범인을 우연히 함께 탑승한 유럽 최고의 탐정이 밝혀내는 내용이다. 이 소설의 원 제목은 "Murder on the Orient Express"인데, 우리말로 하면 "오리엔트 급행 열차에서의 살인사건" 정도가 되겠다. 그런데, 너무 길어서인지 좀더 자극적 이름이 필요했는지 우리나라에 소설이 번역되어 들어올때 "동방에서의 특별한 살인 사건"을 뜻하는 "오리엔트 특급 살인"으로 번역되었다. 그래도 이미 그렇게 알려져 있으니, "유인원의 행성"을 엉뚱하게 번역한 영화 "혹성탈출"처럼 번역에 문제가 있더라도 이미 알려진 첫 이름을 유지하는 것도 하나의 전통으로 인정해줘야겠다.
1974년에 나온 영화에 이어 올해 새 영화가 개봉하였다. 이번 영화는 좀 더 열차와 탑승객들의 '고급진' 모습이 특징이라 한다. 소설과 전편 영화를 보지 않아서 결론(범인)을 모른채 매우 흥미롭게 보았다. 소설을 읽었거나 영화의 전편을 본 사람들도 다시 보길 기대하는 영화일텐데, 범인이 누구인가보다 그 범인을 밝혀내는 과정 묘사의 차이에 다시보는 묘미가 있나 보다. 그럼, 난 역으로 옛 영화를 봐야 하려나? 정보를 보니 숀 코너리, 잉그리드 버그만 등도 탑승객으로 나온다.
엄청난 규모의 오리엔탈 열차로군요 ^^
좋은 상식 잘 알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