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든 그대와 통화를 한다
한 밤중에 일어나
물 한 모금 마시고 잠들어 있을 그대를 생각한다.
꿀물, 블루베리쥬스, 커피...쉴새없이 마실 것을 내 손에 쥐어주던 그대
소식을 하는 나의 접시에 자꾸만 먹을 것을 얹어주는 손
입에 넣어주는 입술 때문에 나는 배가 터질 듯 양이 많아지고
나는 여기서 그대없는 허기를 느끼며
거기로 가서 잠든 그대 옆에 눕는다
한 밤중에 일어나
물 한 모금 마시고 새로 구입한 전화기를 바라본다.
벨이 울리고, 불이 들어오고, 수화기를 수시로 건져올리는 손
지금은 새벽이 오고 꿈을 꾸고 있을 그대
전화벨이 울릴 일은 없지만
나는 여기서 그대가 걸어주는 전화를 받으며
거기로 가지 않고도 잠든 그대와 통화를 한다
오늘도 이 말을 수없이 송수신하며
나는 찌든 영혼을 씻어내며
깨어나는 순간마다 순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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