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한 문과생] 흔한 문과생 주제에 창업을 꿈꾸다.
나는 스물여덟 남자, 올해 초 경제학과를 졸업하여 지난 7월 창업을 했다. 나는 흔한 문과생이다. 우리 과에서 창업을 한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이 또한 특별할 것 없는 삶이다. 대부분 취업을 한 내 동기들처럼 나 역시 노동이 싫고 쉬는 날이 좋다. 어떤 월요일에는 아프다는 핑계로 잠수를 타고 싶은 충동이 들었고, 제주도 여행 후 돌아오는 길에는 '비행기를 놓쳐 다음 날 가야 할 것 같다고' 뻥을 칠까 생각도 했다.
- 문득, 이런 내가. 지금. 왜. 창업을 하고 있나 생각을 해 본 것이다.
대학 시절 나는 과 동아리로 신문사 활동을 했다. 여기 참 대단한 분이 한 분 계셨는데, 스타트업 업계에선 이름만 대도 알 정도의, 감히 '아이돌'이라는 수식어를 붙여도 될 정도의 사람이다. (홍대 힙합 동아리원이 그레이, 로꼬를 보는 시선이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웃긴 영상으로 페이스북 페이지 1세대 부흥을 이끌었고, 지금은 우리의 타임라인을 비포-애프터 영상으로 뒤덮고 있는, 바로 그분이다.
내가 새내기였던 2010년에는 (그러니까 이분이 3학년 때쯤) 월 매출 4천5백만 원의 온라인 쇼핑몰 사업을 하고 있었고, 세월이 흘러 군대에 다녀와보니 (현재 미디어 커머스의 시초라 할 수 있는) 웃긴 영상을 다루는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보다 전에는 홍대 앞에서 피어싱과 목걸이를 팔았고, 중학교에 다닐 땐 용산에서 게임 CD를 팔았다고 한다. 심지어 초등학교 때에도 구슬이나 장난감 삐삐 등을 떼다 팔았다고 하니, 말 다 했다.
- 그나저나, 나처럼 뭣도 없는 사람도 창업을 해도 되는 건가?
반면 나의 청소년기를 돌이켜보면 정말 뭣-도 없다. 난 그냥 누군가가 구워준 CD로 게임을 했고, (그마저도 잘 하지도 못 했고) 내 나이 때 다른 친구들과 비슷하게 그저 입시에 매달리는, 정말 보통 중에서도 보통이었다. 두 번 세 번 되새김질해도 정말-보통이었지만 어떤 근거에서였는지 난 내가 정말-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mp3를 랜덤 재생하다가 다음 노래를 맞추면, '난 역시 예지력이 있어.'라 생각한다던가
다른 사람은 잘 보지 못 하는 것들을 볼 줄 아는 '넓은 시야'가 있다고 믿는다던가
써놓고 보니 부끄러워지는 이런 무근본의 생각이 아주 조금씩 나를 다른 길로 이끌어왔던 것 같다. 물론 내 말에 힘이 실리려면 내가 기획한 서비스가 성공하고, 내가 기획한 마케팅이 빵 터져야 하겠지. 하지만 그럴 것이라 믿는다. 이것이 예지인지, 의지인지, 혹은 부족한 사람들이 흔히 하는 '헛된 희망 합리화'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떠오르지 않는다. 정말-꼭 성공해서 이런 제목의 글을 남기는 것이, 이 글에서의 목표다.
- 당신이 뭣-도 없는 사람이더라도, 창업해도 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