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1,40-45
그때에 40 어떤 나병 환자가 예수님께 와서 도움을 청하였다.
그가 무릎을 꿇고 이렇게 말하였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41 예수님께서 가엾은 마음이 드셔서 손을 내밀어 그에게 대시며 말씀하셨다.
“내가 하고자 하니 깨끗하게 되어라.”
42 그러자 바로 나병이 가시고 그가 깨끗하게 되었다.
43 예수님께서는 그를 곧 돌려보내시며 단단히 이르셨다.
44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누구에게든 아무 말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다만 사제에게 가서 네 몸을 보이고,
네가 깨끗해진 것과 관련하여 모세가 명령한 예물을 바쳐,
그들에게 증거가 되게 하여라.”
45 그러나 그는 떠나가서 이 이야기를 널리 알리고 퍼뜨리기 시작하였다.
그리하여 예수님께서는 더 이상 드러나게 고을로 들어가지 못하시고,
바깥 외딴곳에 머무르셨다. 그래도 사람들은 사방에서 그분께 모여들었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내 기도를 잘 안 들어 주신다고 여겨지는 때가 많습니다. 믿음은 하느님이시요 사람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에 대한 신뢰입니다. 오늘 나병환자는 믿었습니다. “스승님께서는 하고자 하시면 저를 깨끗하게 하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는 깨끗해졌습니다. 믿는 나에게는 왜 이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가? 하느님께서 나를 싫어하시는가? 내 죄가 아직 용서가 안되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어오면 화도 납니다. 내가 남들보다 악하게 살지 않은 것 같은데 하는 마음에 하느님께 서운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느님은 사랑 자체이시기 때문에 나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비록 내가 넘어지더라도 말입니다. 내가 하느님께로부터 멀어지는 것은 내가 절망할 때뿐입니다. 내가 스스로 그분에게서 떠나갈 때뿐입니다. 그것도 내가 멀어지는 것이지 하느님께서 나를 멀리하신 것이 아닙니다. 그러면 왜 내 기도에 대해서는 침묵하시는가? 딱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바로 믿음을 키우기 위해서입니다. 우리는 믿음으로 구원받습니다. 예수님의 유일한 관심사는 내 구원이지 복권 당첨이 아닙니다. 믿음은 척박한 곳에서 형성됩니다. 바로 물과 풀이 없는 사막입니다. 하느님의 침묵이 이런 조건입니다. 하느님께서는 나를 미워할 수 없습니다. 다만 믿음을 키우기 위해서 침묵하시며 노심초사할 뿐입니다. 주님께서는 한 영혼이 믿음으로 어떤 특별한 은총을 입어 치유가 되었을 때도 침묵을 명하십니다. 그것은 발설함으로써 사람들의 칭찬과 사람들의 호기심에 휩싸이고 이것으로 하느님이 주신 내적 치유의 깊은 은총을 온전히 못 누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내가 받은 은총을 사람들에게 이야기하지 마십시오! 사람들에 입에 오르내리면 내 교만도 만들어지고 하느님의 주신 은총의 깊이를 느끼지 못하고 놓치게 됩니다. 하느님의 침묵도 내 믿음을 키우지만, 내 침묵도 믿음을 키웁니다. 그리고 이 믿음의 완성은 오늘 2독서의 내용입니다. "형제 여러분, 여러분은 먹든지 마시든지, 그리고 무슨 일을 하든지 모든 것을 하느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십시오."
2024년 2월 11일 연중6주일 김연준 신부의 오늘의 복음 묵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