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 주행편 1
적어도 업계 관련 종사자가 아닌 일반인들 기준으로는 다양한 종류의 차를 타보고 그 주행 질감의 차이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기억하기에 이제는 어떤 차를 타보면 대충 이 차의 느낌이 전체 그룹 분포도에서 각 항목 당 어느 위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대략적인 감이 잡힌다고 생각했는데 전기차에 대한 경험이 워낙 일천해서 그런지 이건 정말이지 감을 잡기가 힘들더라지.
일단 주행 성능은 대단히 우수하다. 그냥 우수한 정도가 아니라 내가 지금까지 타본 차들 중 탑 3에 해당되는데 단독 탑이라고 섯불리 얘기 못하는 이유는 아직 한계 주행을 못 해봤기 때문. 거꾸로 보자면 이 차로 한계 주행을 하기에는 내 실력이 못 따라가는지도 모르겠다. 평소에 WRX로 전신 집중 상태에 네바퀴 그립을 한두번 순간 놓쳐가며 아슬아슬 잡아서 겨우 돌던 분명히 같은 코너인데 모델 3로 그냥 어이없게 휙 돌아버렸으니 말이지. 게다가 그 상황에서 자세도 그립도 여전히 여유가 남아돌아 평소 같이 스티어링 휠에 힘을 줬다간 후륜이 아닌 전륜이 안쪽으로 말려드는... 뭐랄까 굳이 설명한다면 가속 중 턱인에 의한 오버스티어? 라는 기존 상식으로는 개소리에 가까운 상황이 되어버리니 이걸 어떻게 표현할지도 잘 모르겠다지.
일단 가속 성능은 뭐 두번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인데 제로부터 풀토크에 토크골도 없고 변속기 특유의 반복 언덕 넘기의 패턴도 없으니 그냥 밟는대로 정직하게 앞으로 빨려드는 가속감은 스포츠카가 아닌 수퍼카의 세계인데 문제는 우렁찬 표호도 부담스럽게 넘치는 힘도 없이 그냥 전방 100미터 앞으로 우우우 슈우우 차원 이동을 하는 느낌에 가까워 가속 테스트 하다가 말도 안되는 과속을 하기 딱 좋은 케이스. 어쨌든 이 특유의 가속감은 다들 많이들 경험해봤으면 좋겠다지. 혼자 독차지하기 미안할 정도.
제동에 대해서도 별로 할 말이 없는게 지금까지 제동감의 1인자는 단연 포르셰라 생각하고 가속보다 감속이 더 즐거운 차는 포르셰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이 모델 3 포르셰마저도 뛰어넘더라. 풀 브레이킹을 못 해봐서 절대 성능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고 2톤이 넘는 하중이라실제 브레이킹 거리는 그다지 뛰어날리가 없다고 예상하지만 적어도 체감적 브레이킹은 대단한 것이 후륜이 착 가라앉으며 하중 안정을 되찾는 포르셰에 비해 모델 3는 후륜이라는 1차원 선이 아닌 하체 면적이라는 2차원 면 자체가 가라앉아 바닥에 꾸득하게 붙어버리니 세상에나 이런 브레이킹의 세계가 또 있었구나 싶더라지.
브레이킹의 대단함은 아무래도 역시나 바닥에 깔린 배터리 하중 탓인 듯. 포르셰의 서스 튜닝도 정평이 높지만 그것보다는 RR 레이아웃 덕에 브레이킹 하중이 후륜 먼저, 그 다음에 전륜으로 이동해 오는 그 선형적인 느낌이 너무도 좋았는데 모델 3는 브레이킹 하중이 이동할 새도 없이 동시에 바닥에 붙어버리는 느낌인데 스펙을 잠시 찾아보니 전후륜 하중 배분은 대략 45:55 정도. 그러니까 BMW와 포르셰 사이의 가장 완벽한 숫자가 나오는거라. 역시 50:50 완전 대칭은 별 의미 없는 BMW의 마케팅이었음.
나중에 2편에 또 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