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 오토파일럿편 1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오토파일럿.
아직은 2단계 자율주행에 불과하고 당분간은 계속 이 단계에서 크게 바뀔거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내가 테슬라를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옛날옛적 모델S를 시승하면서 잠시 경험해보았고 그걸 제외하면 스바루의 아이사이트와 혼다의 혼다센싱 정도가 그나마 겪어본 정도인데 혼다센싱은 거의 어따 쓰지도 못할 쓰레기에 가까웠고 아이사이트는 적어도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준에서는 테슬라 오토파일럿과 동급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숙성도가 높았다. 물론 LKAS 기능은 차선 유지가 아닌 이탈 방지 쪽이라 자율 주행이 아닌 사고 방지에 더 가까운데다 결정적으로 도로 차선을 꽤 많이 놓치는 대단히 몸 사리는 세팅이었던 기억.
지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은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에 차선 유지, 차선 변경, 오프램프 이탈 시 자동 감속, 그리고 마지막으로 좌측 차선 자동 추월... 정도가 지금까지는 한계인듯. 9월 업데이트로 Drive on Nav 기능이 추가되어 네비게이션 목적지 기준으로 프리웨이를 자동으로 선택 및 주행 변경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그건 일단 나와봐야... 결정적으로 내 출퇴근 경로는 프리웨이가 달랑 하나라서 별로 의미가 없을거라지. 물론 차선 변경이 운전자 판단이 아닌 오토파일럿 판단을 기준으로 한다는게 꽤나 큰 발전이긴 하지만.
현재까지 오토파일럿 주행 소감은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정도라고 하는게 대충 맞겠다. 예상을 뛰어넘는 감동도 아니고 예상에 못 미친 실망도 아닌 딱 par 느낌.
그래도 굳이 예상보다 나은 점을 찾는다면 차선을 유지하는 기능이 생각보다 뛰어나더라지. 내가 출퇴근에 사용하는 프리웨이는 도로 상태가 정말 개판인데다 여러 지점에서 도로 확장 공사를 몇년 째 하는지라 표면 상태는 물론 결정적으로 차선 상태가 정말이지 개판이다. 차선이 뭐 보이고 안 보이고 하는 정도가 아니라 차선이 군데군데 아예 없고 그 밟으면 통통거리는 햐얀 돔 구조물만 쭈르르 박아놓질 않나 게다가 치명적으로 도로를 잘라내어 새로 깔아 그 경계선이 차선보다도 훨씬 선명하게 보이는데 문제는 그 경계선이 차선과 평행하게 가다가 사선으로 쭉 나가버리기도 하니 그 경계선을 차선으로 오인했다간 갑자기 옆차선으로 돌진해버리는 참사 시나리오 만들기 딱 좋은거라. 이쯤되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클로즈드 테스트 트래픽을 만들어도 이거보다 더 잘 만들 수 없을 정도.
그런데 의외로 차선을 잘 찾아간다. 단지 차량 주행 방향과 평행하게 각인된 도로의 음영을 차선으로 인식한다면 잘 달리다가 옆으로 훅 나가버릴 상황에서도 원래 차선이 어떤건지 신기하게 잘 알아서 찾아가는 느낌. 단순히 도로 음영이 아닌 "차선"에 대한 특정 패턴을 인식하는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 처음엔 앞차 옆차의 위치를 차선 보정에 사용하는건가 했는데 그렇게 도로 경계선 삑사리가 나는 지점에서 앞차가 옆차선으로 끼어들고 마침 좌우에 다른 차는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도 잘 보이지도 않는 차선을 귀신같이 찾아 자세를 유지해주니 그저 고마울 따름.
단점이라면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이 내 주행 리듬에서 간혹 벗어나는 경우가 있는데 그 패턴을 잘 못 찾겠다. 대부분의 상황에서는 최소한의 차간 간격으로 잘 달려주다가도 좀 의외다 싶게 거리를 벌리기도 하다가 앞차와의 거리가 충분하고 끼어드는 옆차도 ㅇ없는데 갑자기 순간 속도를 줄이는 경우도 아주 드물게 있었으니.
그리고 사실 가장 큰 단점이라면 시도때도 없이 스티어링 휠에 손 얹으라는 삑삑 경고;;; 대략 30초 이상 스티어링 휠에 아무런 입력이 없으면 경고 메세지가 뜨는데 30초면 좀 너무 짧다 싶더라지. 이것도 오토파일럿 처음 공개되었을 때 오토 켜놓고 뒷자리로 넘어가 딴짓하며 노는 모습 찍어서 올린 미친 유튜버 탓. 차선 유지 기능의 완성도에 비하면 좀 과도한 경고 설정인거 같기도.
어쨌든 이제는 출퇴근의 90% 이상을 오토파일럿에 의존하고 있는데 아마 조만간 프리웨이는 그냥 100% 맡겨버릴거 같음. 이건 정말 고마운건데 예전엔 출퇴근 때 차가 막히면 그 스트레스가 장난 아니었고 퇴근하고 싶어도 도로가 미친듯이 막히면 그거 풀릴 때까지 기다리곤 했는데 이제는 뭐 그냥 길이 막히든 말든 내가 운전하나 차가 혼자 알아서 가는거지 하면서 쿨하게 아무때나 출발할 수 있다는게 정말이지 훌륭한 선택이었어 하는 생활의 작은 감동.
오~ 예상 보다 훨씬 완성도가 높은가보군요~
생각보다는 훨씬 쓸만한데 그게 그렇다고 상상을 초월하는 미래 기술까지는 아니고 뭔가 아직 좀 어중간한 와중에 그렇게 몹쓸 물건은 아니고 현실적으로 나름 실용성은 있다는 참으로 애매한 판단 중입니다. ㅎㅎ
차선을 인식할때 비전뿐만아니라 차가 주행하던 방향이라던가 근처차와의 거리 앞차의 주행방향등도 고려하면서 종합적인 분석을 하는게 아닐까요? 차선이 잘 안보이는데도 인식을 잘한다고 하니 기술의 발전이 대단한것 같습니다.ㅎㅎ
예전에 테슬라S 시승할 때 거기 직원이 뻥뚫린 길보다는 막히는 길에서 차선 인식을 더 잘 하는데 그 이유가 말씀하신 딱 그대로 주변 차량의 흐름을 차선 보정에 이용한다고 했었죠. 그런데 그건 예전의 모빌아이 기술일 때 얘기고 지금은 완전히 0부터 새로 개발한 엔비디아 기술이라 비슷한 접근 방식일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뭐 비슷하겠죠. ㅎㅎ
30초면 좀 너무하긴하네요ㅋㅋ그러려고 쓰는건데..ㅋㅋ
30초~1분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좀 더 써보니 이게 시간보다는 거리를 기준으로 하는거 같기도 합니다. 고속일 때는 좀 더 자주 잔소리를 하고 막히는 길에서는 5분 이상 깜빡 넋놓고 있어도 조용하더군요. 잔소리 인터벌에 대한 불평이 사람마다 좀 다른걸 보니까 시간보다는 거리 쪽이 더 맞는거 같아요. 혹은 양쪽 모두를 적당히 섞었다거나...